남풍불경南風不競 - 남방의 노래는 굳세지 않다, 경쟁자의 역량을 알아채다.
남풍불경(南風不競) - 남방의 노래는 굳세지 않다, 경쟁자의 역량을 알아채다.
남녘 남(十/7) 바람 풍(風/0) 아닐 불(一/3) 다툴 경(立/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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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사람의 흥을 돋우어 삶의 희망을 주는 한편으로 슬픈 노래는 의욕을 꺾기도 한다. 씩씩한 노래가 있는 반면 간드러지는 곡으로 녹이기도 한다. 음악을 잘 이해했던 孔子(공자)는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鄭(정)나라의 음악을 몰아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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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春秋時代(춘추시대) 제법 강성했던 정나라가 약소국으로 전락한 것에는 사치와 향락의 풍습에 음란한 음악의 유행도 한몫했다고 본 것이다. 詩經(시경)의 鄭風(정풍)엔 요상한 노래가 많이 실려 있다. 그런데 먼 곳의 음악을 듣고서 미래의 길흉을 점치는 능력도 가질 수 있으니 영향력이 다양하긴 하다. 晉(진)나라 때의 궁정악사 師曠(사광)이 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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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의 음악(南風)이 미약하고 가락이 힘차지 못하다(不競)고 한 성어가 사광의 이야기에서 나왔다. 바람 風(풍)은 음악, 다툴 競(경)은 강하다, 왕성하다는 뜻. 사광은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지만 더욱 집중하기 위해 쑥을 태운 연기로 눈을 멀게 했는데 새소리만 듣고도 적의 침입을 알아채는 능력은 그래서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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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어는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 襄公(양공)18년 조에서 유래했다. 남쪽의 楚(초)나라가 진나라로 침입했을 때 군사의 사기가 저하되어 있고 전투력이 없다는 것을 사광이 멀리서 알아채고 안심시켰다는 이야기에서 나왔다. 여기에서 경쟁자가 역량이 강하지 못해 기회를 잃을 것임을 비유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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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전후 사정을 보자. 齊(제)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진나라를 중심으로 정나라와 魯(노), 衛(위)가 연합했다. 정나라의 子孔(자공)이란 대부가 왕이 출전한 틈을 타 정권을 탈취할 목적으로 초나라에게 군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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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나라 군대가 정나라를 침범하자 제나라에 연합군으로 출정한 진나라 평공이 그 소식을 듣고 악사 사광에게 어찌 될는지 점치게 했다. 사광이 답한다. ‘저는 자주 북방을 노래하고 남방 노래도 부릅니다(吾驟歌北風 又歌南風/ 오취가북풍 우가남풍), 남방의 노래는 활기가 없고 죽어가는 소리입니다(南風不競 多死聲/ 남풍불경 다사성).’ 초나라의 군대는 필시 패할 것이니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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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사광의 예언대로 초군은 패퇴했고 겨울철 큰비까지 맞아 동사자도 줄을 이었다. 예지력을 발휘한 사광이 더욱 극찬 받았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기미를 알아채고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런 능력자를 구하기 어려운 오늘날은 상대를 잘 알고 넘어설 실력을 기르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 회사와 같은 작은 조직도 그러한데 나라를 지키는 안보에서는 더욱 경계와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적이 넘보지 못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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