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지견眞正之見 - 참되고 바르게 보다, 옳은 그른 것은 중간에 있다.
진정지견(眞正之見) - 참되고 바르게 보다, 옳은 그른 것은 중간에 있다.
참 진(目/5) 바를 정(止/1) 갈 지(丿/3) 볼 견(見/0)
세상사 옳고 그른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다. 바르다고 하는 일과 옳지 않은 것이 각각 그 주장하는 차이가 지극히 작을 때 흔히 쓴다. 이럴 때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조선 초기의 명신 黃喜(황희, 1363~1452) 정승이다. 집안 여종 둘이서 서로 옳다고 싸우는 것을 중재하는데 둘 다 옳다고 판단 내렸다. 그런 일이 어디 있느냐고 부인이 핀잔하자 그대 또한 옳다고 해서 三可宰相(삼가재상)이란 별호가 붙었다. 모두가 좋다고 하여 好好先生(호호선생)이라고도 했다는 황희는 다른 의견을 가진 쪽의 의견도 충분히 배려할 줄 아는 자세를 지녔기에 명재상으로 길이 남았다.
참되고 바르게(眞正) 생각하는 의견은 어떤 것일까. 바른 길이 칼로 무 베듯 명쾌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실제 간단하지 않다. 진실로 옳고 그르다고 하는 것은 참되고 바르게 보아 어딘가 그 사이에 있다는 의미인데 여기에도 황희 정승이 등장한다. 조선 실학자 朴趾源(박지원)의 ‘燕巖集(연암집)’ 별집 蜋丸集序(낭환집서, 蜋은 사마귀 랑, 螂과 같음)에 나온다는데 내용을 요약해 보자. 정승이 공무를 마치고 왔을 때 딸과 며느리가 해충 이蝨/ 슬가 어디서 생기는지를 두고 언쟁이 붙었다. 딸은 옷에서 생긴다고 하고 며느리는 살에서 생긴다고 했는데 정승이 둘 다 옳다고 했다.
부인이 화를 내며 다 옳다면 어떻게 송사를 하겠느냐 하니까 황희는 설명한다. 이라는 벌레는 살이 아니면 생기지 않고, 또 옷이 아니면 붙어 있지 못해 ‘옷과 살의 중간에서 이가 생기는 것(不離不襯衣膚之間/ 불리불친의부지간)’이므로 둘 다 옳다는 것이다. 襯은 속옷 친. 白湖(백호) 林悌(임제)의 일화가 이어진다. 백호가 말을 탈 때 종이 가죽신과 짚신을 각각 신었다며 취했다고 말했다. 백호가 꾸짖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말을 탄 한 쪽의 신발만 볼 것인데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론 낸다. ‘참되고 올바른 식견은 진실로 옳다고 여기는 것과 그르다고 여기는 것의 중간에 있다(眞正之見 固在於是非之中/ 진정지견 고재어시비지중).’
내가 옳고 너는 그르다는 데서 세상의 모든 시비는 일어난다. 상대가 옳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니 끊임없이 시끄럽다. 영국에 ‘정의도 금력이 끄는 쪽으로 기우는 일이 가끔 있다’라는 격언이 있다고 하니 정의도 항상 옳은 것은 아닌 셈이다. 서로 옳다는 당사자라면 상대방이 주장하는 점도 살펴보고, 해결되지 않아 판관이 개입한다면 중간에 있는 그 무엇을 찾는 현명함을 발휘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