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6일 화요일

운우지락雲雨之樂 - 남녀의 육체적인 사랑

운우지락雲雨之樂 - 남녀의 육체적인 사랑

운우지락(雲雨之樂) - 남녀의 육체적인 사랑

구름 운(雨/4) 비 우(雨/0) 갈 지(丿/3) 즐길 락(木/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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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비를 가리키는 雲雨(운우)는 비구름이 농사에 도움을 주니 혜택을 입었을 때 비유하는 말도 된다. 여기에서 멀리 나아가 남녀의 육체적인 사랑을 더 많이 뜻하게 된 것은 고사를 모르고서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중국 쓰촨四川/ 사천성의 동부 巫山(무산)에 살았던 神女(신녀)가 먼저 나오고 그와 꿈에 만났던 楚(초)나라 왕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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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는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된다는 朝雲暮雨(조운모우)의 변화를 가졌다고 하여 이 말이 나왔다고 한다. 戰國時代(전국시대) 초나라의 시인 宋玉(송옥)의 ‘高唐賦(고당부)’ 서문이 梁(양)나라 蕭統(소통)이 엮은 시문집 文選(문선)에 실리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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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속 三皇(삼황) 중에 神農(신농)씨의 셋째 딸 瑤姬(요희)가 그 신녀이고, 懷王(회왕)이 그와 사랑을 나눈 초왕이었다. 서문에 실린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보자. 회왕의 아들인 襄王(양왕)이 송옥을 대동하고 오늘의 뚱팅호洞庭湖/ 동정호라는 雲夢(운몽)의 누대에서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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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옥은 초나라 충신 屈原(굴원)의 제자로 美如宋玉(미여송옥)이란 비유를 남길 정도의 수려한 궁정시인이었다. 일행이 高唐館(고당관)을 바라보았을 때 그 위에만 구름이 몰려 있고 갑자기 하늘로 솟구치다 또 모양이 바뀌는 등 변화가 끝이 없었다. 왕이 이상하게 여겨 송옥에게 물어보니 그것이 바로 朝雲(조운)이라며 그 사연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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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부왕이 고당에서 노닐다가 피곤하여 낮잠을 자게 되었는데 꿈에 한 여인이 나타났다. 자기는 무산에 사는 여인이라며 왕께서 노니신다는 말을 듣고 잠자리를 받들고자 왔다고 했다. 꿈속에서 잘 즐긴 왕에게 여인은 떠나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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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되어 아침저녁으로 양대 아래에 있을 것입니다(旦爲朝雲 暮爲行雨 朝朝暮暮 陽臺之下/ 단위조운 모위행우 조조모모 양대지하).’ 아침에 깨어난 왕이 무산 쪽으로 보니 아름다운 그름이 걸려 있어 그곳에 사당을 짓고 朝雲廟(조운묘)라 했다는 이야기다. 陽臺(양대)는 해가 잘 드는 누대를 가리키는데 남녀의 은밀한 사랑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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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 신녀와의 꿈속의 사랑은 뜻하지 않았는데도 이뤄져 변화하는 비와 구름과 함께 무수한 관련 성어를 남겼다. 巫山夢(무산몽), 巫山雨(무산우), 巫山雲(무산운)에서부터 巫山之夢(무산지몽), 巫山之樂(무산지락), 巫山雲雨(무산운우), 雲雨之夢(운우지몽), 雲雨之情(운우지정), 雲情雨意(운정우의)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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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풍자시인 김삿갓金笠/ 김립이 이 운우의 묘사에 빠질 수가 없다. 남녀의 정은 싫지 않고 끝이 없다는 것을 야하지 않고도 절묘하게 나타냈다. ‘爲爲不厭更爲爲 不爲不爲更爲爲(위위불염갱위위 불위불위갱위위).’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