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주도高陽酒徒 -고양 지방의 술꾼.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
고양주도(高陽酒徒) -고양 지방의 술꾼.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
높을 고(高-0) 볕 양(阝-9) 술 주(酉-3) 무리 도(彳-7)
술은 극단적으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존재다. 술은 마시지 않아도 아무 말도 않는데 이렇게 말이 많으니 억울하다. 삼천갑자 東方朔(동방삭)은 "근심을 없애는 데엔 술보다 나은 것이 없다(銷憂者 莫若酒/ 소우자 막약주)"라는 말을 남긴 반면 러셀은 "음주는 일시적인 자살이다. 음주가 갖다 주는 행복은 단순히 소극적인 것, 불행의 일시적인 중절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악을 경계했다.
모두들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지나치게 마셔 문제가 되는 것은 탈이다. 주위는 아랑곳없이 기고만장하는 술꾼은 술 권하는 사회라 해도 지탄받으니 조심할 일이다.
高陽(고양) 땅의 술꾼이라는 말의 주인공은 酈食其(역이기, 酈은 땅이름 역, 食은 밥 식, 사람이름 이)다. 秦(진)나라가 쇠퇴하고 項羽(항우)와 劉邦(유방)의 楚漢(초한) 대결로 압축됐을 때 유방의 휘하로 들어가 공을 세우며 以食爲天(이식위천) 성어를 남긴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중국 陳留縣(진류현)의 고양에서 태어나 평소 독서를 즐겼지만 실력을 드러내지 않았다.
의식주를 해결할 직업이 없어 하는 수 없이 그는 고을 성문을 관리하는 일을 맡았는데 술을 즐기고 성격이 괴팍하여 사람들이 "미친 선생"으로 불렀다. 어느 때 역이기가 유방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하고 친구의 도움으로 만나러 갔다.
유방이 선비를 싫어한다는 귀띔을 받아 짐작한 대로 군문 앞에서 부하에게 뵙기를 원한다고 전하자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선비를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 역이기는 호통을 쳤다.
"빨리 들어가서 나는 고양의 술꾼이지 선비가 아니라고 전하시오(吾高陽酒徒 非儒人也/ 오고양주도 비유인야)." 처음 대면하는 자리에서 두 여인에게 발을 씻기며 뒤돌아보지도 않는 유방에게 선비의 중요성을 일깨워 역이기는 모사로 일하게 되었다. "史記(사기)" 酈生陸賈(역생육가) 열전에 실린 이야기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