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수명山紫水明 - 산빛이 곱고 강물이 맑다, 산수가 아름다움
산자수명(山紫水明) - 산빛이 곱고 강물이 맑다, 산수가 아름다움
메 산(山/0) 자줏빛 자(糸/6) 물 수(水/0) 밝을 명(日/4)
산속의 초목이 선명(山紫)하여 아름답고 강물이 맑다(水明). 그만큼 그윽하고 아름다운 풍경은 찾기 드물다. 농경을 주로 하여 살아온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 자연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절대적이고 소중한 존재였다. 그래서 자연을 벗 삼아 초야에 묻혀 살기를 원하는 선비가 많았고, 또 그런 전원생활을 그린 그림 산수화나 시가도 많았다. 산의 풍경이 아름답고 물이 깨끗한 모습을 나타낸 성어도 山明水麗(산명수려), 山明水紫(산명수자), 山明水淸(산명수청), 山紫水麗(산자수려) 등 다수다.
여러 표현이 있는 것과 달리 山紫水明(산자수명)이라 함께 쓴 말의 딱 떨어지는 출처는 찾기 어렵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李重煥(이중환, 1690~1752)은 전국을 다니면서 지리, 사회를 연구하여 ‘擇里志(택리지)’란 역저를 남겼다. 그는 吉地(길지)의 산수는 멀리서 보면 맑고, 가까이서 보면 밝다(遠則淸秀 近則明淨/ 원즉청수 근즉명정)고 하면서 산자수명을 두운으로 하는 글을 남겼다.
‘산은 높은 봉우리를 지녀 오르락내리락, 감돌아 에워싸니 명당을 이루네(山有高峰能起伏 又廻布鎭作名堂/ 산유고봉능기복 우회포진작명당), 아름다운 구름과 달은 영원한 그림이요, 기묘한 풍광은 만물상이로다(紫然雲月千年畵 奇妙風光萬物相/ 자연운월천년화 기묘풍광만물상), 물이 절벽에서 떨어지니 은하수의 낙하요, 기러기 고향하늘 향하니 편지 사연 길어지네(水飛絶壁銀河落 雁去鄕天客信長/ 수비절벽은하락 안거향천객신장), 맑은 모래 어디에서 물결소리 들리던가, 한가로운 물새들과 어울려 즐기고 싶구나(明沙何處波聲振 欲與閑鷗共樂場/ 명사하처파성진 욕여한구공락장).’
江戸(강호, 에도)시대의 한학자이자 사상가인 頼山陽(뇌산양, 라이 산요, 1780~1832)이 京都(경도, 교토)의 풍광을 노래한 시구에 함께 사용했다고 하며 일본에서는 성어로 많이 인용된다.
다른 표현을 썼지만 산수를 노래한 시인은 陶淵明(도연명)이나 李白(이백), 王維(왕유) 등을 비롯하여 셀 수 없이 많다. 詩佛(시불)로도 불렸던 왕유의 시 한 편 ‘山居秋暝(산거추명)’ 부분을 보자. ‘적막한 산에 내리던 비 개니, 더욱 더 쌀쌀해진 늦가을 날씨(空山新雨後 天氣晩來秋/ 공산신우후 천기만래추), 밝은 달빛 솔밭 사이로 밝게 비치고, 맑은 샘물은 바위 위로 흐르네(明月松間照 淸泉石上流/ 명월송간조 청천석상류)’ 늦가을 비온 후의 청명함을 노래한 한 폭의 산수화다. / 제공 : 안병화 (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