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당거安步當車 – 편안히 걷는 것으로 수레를 대신하다.
안보당거(安步當車) – 편안히 걷는 것으로 수레를 대신하다.
편안 안(宀/3) 걸음 보(止/3) 마땅 당(田/8) 수레 거(車/0)
걷기는 바쁜 현대인에게 가장 권장되는 운동이다. 누구나 어디서든 할 수 있어 인간이 하는 가장 완벽한 운동이라고 한다. 성인병의 예방과 치료 및 체지방률을 감소시키는 데에도 효과가 뛰어나다며 하루에 얼마 이상씩 걷도록 모두들 예찬한다.
천천히 편안히 걷는 것(安步)으로 수레를 대신한다(當車)는 이 말은 그만큼 유유하게 청렴한 생활을 한다는 말이다. 마음 느긋하게 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는 처음 뜻에서 고관대작들이 벼슬자리에서 물러나 초야에 묻힌 생활을 가리키게 됐고 단순히 걷는 것을 예찬할 때 쓰기도 한다.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齊(제)나라에 재주가 많은 顔蠋(안촉, 蠋은 나비애벌레 촉)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벼슬에 뜻이 없어 초야에 은거하며 자유스런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 때 宣王(선왕)이 찾는다고 하자 하는 수 없이 궁궐을 찾았다. 왕이 그를 보고 앞으로 가까이 오라고 거만하게 불렀다.
왕이 충분히 그럴 수 있었지만 안촉은 까딱도 않고 도로 자신에게 오라고 했다. 주위의 고관들이 안하무인의 무례를 일제히 꾸짖자 그는 태연히 대답한다. 이에게 걸어 나가면 임금에게 굽실거리는 것이 되고, 임금이 걸어 맞이하면 선비를 존중하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옛날 선비 柳下惠(유하혜)의 무덤 주변 나무를 훼손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했고 왕의 머리를 가져오는 자는 큰 상금을 내린다고 했는데 그만큼 살아있는 왕이라도 죽은 선비만 못하다고 설명했다.
선왕은 안촉이 만만찮음을 알고 벼슬과 부귀영화를 약속했지만 사양한다. ‘식사가 늦으면 고기를 먹듯 맛날 것이고, 천천히 걸으면 수레를 탄 듯 편안할 것이며, 죄짓지 않고 사는 것을 고관대작이 되는 것으로 여기며, 청렴결백하게 살아가면 스스로 즐거울 것입니다(晩食以當肉 安步以當車 無罪以當貴 淸靜貞正以自虞/ 만식이당육 안보이당거 무죄이당귀 청정정정이자우).’ 前漢(전한)의 학자 劉向(유향)이 쓴 ‘戰國策(전국책)’ 齊策(제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높은 자리를 두루 차지했으면서도 산하 기관의 자리에 불을 켜는 고관들은 청문회 때마다 온갖 망신을 당하는 것이 자신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할 만큼 했으면 그냥 욕심 없이 시장을 반찬 삼고 천천히 걷는 것을 운동 삼아 지내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한 사람을 많이 보니 답답하다. / 제공 : 안병화 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