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찬 의상에 커피 쏟으면?
◇ 협찬 의상에 커피 쏟으면?
얼마 전 한 연예인의 시계가 화제가 됐다. 관찰 예능에 한 배우가 명품 시계를 차고 나왔는데 값이 수억원이라는 것이다. 청약 저축으로 집을 장만할 만큼 서민 이미지였던 그가 그런 비싼 시계를 차다니. “이젠 돈 좀 벌었나?”하고 관심을 모았던 것이다. 그 배우가 “내 시계가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소동은 일단락됐지만 수억원짜리 시계도 차볼 수 있는 ‘연예인 협찬’은 또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연예인들이 대중 앞에 선보이는 화려한 옷이나 액세서리 대부분이 ‘협찬’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드라마가 촬영에 들어가면 보통 20~40부작이 넘는데 모든 의상을 개인이 해결하기엔 무리가 있다. 게다가 요즘엔 연예인의 일상이 그대로 생중계돼 ‘공항 패션’ ‘출퇴근 패션’ ‘드라마 리딩(대본 읽기) 패션’에까지 자연스럽게 협찬이 등장한다. 연예인은 옷 걱정 덜어서 좋고, 협찬사는 적은 비용으로 광고 효과를 볼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생으로 여겨진다.
이렇게 협찬받은 의상이나 액세서리가 망가지면 어떻게 될까? 답은 ‘그때그때 달라요’이다. 옷을 입고 벗을 때 화장이 묻는 건 애교에 속한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해서 세탁비 정도를 보상하는 선에서 끝난다.
그러나 커피를 쏟거나 찢어져서 원상 복구가 어려울 땐 변상하거나 일부 비용을 내고 옷을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유명 연예인은 조금 혜택이 있다고 한다. 다른 광고나 행사에 망가진 브랜드의 제품을 다시 한 번 노출시켜서 변상을 대신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연예인은 이마저도 힘드니 협찬 제품이 망가질까 연예인도 스타일리스트도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공짜로 옷이나 액세서리를 협찬받지만 태도는 연예인마다 천차만별이다. 일부는 너무나 당연하게 협찬 제품을 누리지만 대부분은 취급도 조심스럽게 하고 일명 ‘착장(着裝) 사진’도 성실하게 찍어 협찬사를 만족시킨다. 거기에 “옷이 참 예뻐요”라는 말 한마디로 “다음에도 저 연예인은 꼭 협찬해야겠다”는 다짐도 이끌어낸다. 실로 ‘말 한마디에 천 냥을 버는’ 협찬의 세계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