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0일 토요일

능행독책能行督責 - 잘 살펴 꾸짖고 처리하는 능력이 있다.

능행독책能行督責 - 잘 살펴 꾸짖고 처리하는 능력이 있다.

능행독책(能行督責) - 잘 살펴 꾸짖고 처리하는 능력이 있다.

능할 능(肉/6) 다닐 행(行/0) 감독할 독(目/8) 꾸짖을 책(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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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칭찬을 받고서 기분 나쁠 사람은 없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할 정도라 관심을 가져주고 북돋는데 힘을 쏟지 않을 사람이 없다. 반대의 경우 질책도 마찬가지다. 잘못을 저질렀어도 변명을 일삼는데 일일이 지적하면 누구나 찡그린다. 때와 장소는 물론 주체도 중요하다. 衙中譽倅(아중예쉬, 倅는 버금, 원 쉬)로 한역한 ‘동헌에서 원님 칭찬한다’는 속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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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치레로 입에 발린 칭찬은 아부라는 얘기다. 잘 할 때는 그런가하다가 잘못을 꾸짖으면 불평불만으로 입이 나온다. 이럴 때는 또 橋下叱倅(교하질쉬), ‘다리 밑에서 원을 꾸짖는다’고 안 보는 곳에서 욕한다. 윗사람이 평시에 잘 살피고 독려해야(督責) 능히 조직을 이끌 수 있는(能行)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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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첫 통일제국 秦(진)나라의 始皇帝(시황제)가 죽고 뒤를 이은 胡亥(호해)는 간신 趙高(조고)의 술책에 의해 황위에 올랐다. 조고의 협박으로 합류하게 되는 승상 李斯(이사)와의 농단에 빠져 호해는 충신을 죽이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여 국력을 기울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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楚(초)나라 출신인 이사는 뛰어난 능력으로 시황제때 고관에 올랐다가 타국 인사들 추방령이 내렸을 때 諫逐客書(간축객서)를 올려 자리를 지키는 등 불안했다. 호해의 실정으로 민심을 잃어 각처에서 군웅이 할거하게 됐고, 이사의 아들이 태수로 나가 있는 지방에서 막지 못하는 바람에 작록을 잃을까 전전긍긍했다. 호해가 이사를 자주 꾸짖자 용서를 비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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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성어가 등장하는데 ‘史記(사기)’ 이사 열전에 내용이 나오고 宋(송)나라 江贄(강지, 贄는 폐백 지)가 쓴 ‘通鑑節要(통감절요)’에 흥미 있게 간추려져 있다. 방대한 資治通鑑(자치통감)의 대요를 뽑아 학습교재로 더 많이 읽힌 책이라 한다. 부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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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현명한 군주란 반드시 능히 살피고 꾸짖는 정책을 펼 수 있습니다(夫賢主者 必能行督責之術者也/ 부현주자 필능행독책지술자야)’면서 몸을 괴롭히고 마음을 번거롭게 하는 것은 군주가 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독려하고 책임 지우는 것을 위에서 홀로 결단할 수 있으니 권력이 신하에게 있지 않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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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호해는 막강한 황제 권한에 흐뭇해하고, 이사는 자기 살 길을 찾기 위해 무엇이든 해도 된다고 부추긴다. 결과는 뻔하다. 권세를 마구 휘둘러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처벌하고 죽은 자의 시신은 거리에 쌓여 백성들의 마음은 부글부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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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살기 위해 아첨했던 이사는 조고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능력도 없으면서 잔혹한 정치를 펼친 호해는 통일 진 제국을 16년 단명으로 끝냈다. 평시에 잘 살피고 독려하여 부하의 능력을 발휘시켜야 하는 지도자가 엉뚱한 감언만 믿고 권한을 휘두른 결과였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