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9일 토요일

우사생풍遇事生風 - 일을 앞두고 바람이 일다.

우사생풍遇事生風 - 일을 앞두고 바람이 일다.

우사생풍(遇事生風) - 일을 앞두고 바람이 일다.

만날 우(辶/9) 일 사(亅/7) 날 생(生/0) 바람 풍(風/0)

어려운 일을 맞닥뜨렸을 때 헤쳐 나가는 사람들의 태도에 따라 진척의 속도가 달라질 것은 빤한 일이다. 적극적인 사람은 신바람을 내며 맞서 해결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주눅 들어 자꾸만 피하려 한다. 특히 상급자의 불법적인 일 처리를 보고서 의욕에 찬 부하가 많으면 용기 있게 바로잡으려 할 것이고, 이를 어쩔 수 없다거나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간다면 결국 조직은 붕괴될 것이다.

일을 만나면(遇事) 바람을 일으킨다는(生風) 이 성어는 이처럼 긍정적인 의미를 가졌다. 그러던 것이 넘치는 것은 어디서나 탈이 나게 마련인지 바람을 너무 일으켜 사사건건 시비를 일으킨다는 부정적인 의미도 포함하게 됐다. 見事生風(견사생풍), 遇事風生(우사풍생)이라고도 쓴다.

史記(사기)와 함께 대표적 역사서로 꼽히는 班固(반고)의 ‘漢書(한서)’ 趙廣漢(조광한)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漢(한)나라 때 그는 涿郡(탁군, 涿은 칠 탁)에서 말단 관리로 근무했다. 매사에 성실하고 청렴한 조광한은 상관의 인정을 받아 수도를 관리하는 행정장관인 京兆尹(경조윤)까지 승진하게 되었다. 도성 근처의 경조관 杜建(두건)이라는 사람이 사리사욕에 어두워 많은 비리를 저지르고 있었다. 조광한이 몇 차례 그만두라고 주의를 줬어도 배경을 믿고 듣지 않자 그를 투옥했다.

두건을 옹호하는 세도가들이 석방하라고 윽박질렀지만 아랑곳 않고 참수형에 처했다. 이후 도성의 벼슬아치들은 조광한을 두려워하여 부정을 저지르려는 꿈도 못 꿨다. 조광한은 벼슬을 하는 집안의 젊은 자녀들을 즐겨 등용했다. 왜냐하면 이들은 ‘투지가 있고 강건하며 예기를 드러내기 좋아하고, 어떤 일이든 맞닥뜨리면 바람이 일듯 신속하게 처리하며 피하지 않기(專厲彊壯蜂氣 見事風生 無所回避/ 전려강장봉기 견사풍생 무소회피)’ 때문이었다. 厲는 갈 려, 엄할 려. 이후 조광한은 너무 모가 났는지 간신들의 모함을 받고 죽게 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