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지구天長地久 - 하늘과 땅은 영원하다, 영구히 변함없는 남녀 간의 사랑
천장지구(天長地久) - 하늘과 땅은 영원하다, 영구히 변함없는 남녀 간의 사랑
하늘 천(大/1) 긴 장(長/0) 따 지(土/3) 오랠 구(丿/2)
하늘과 땅이 끝이 있을까. 하늘만큼 길고(天長) 땅만큼 오래(地久)라는 하늘과 땅이 처음 존재했던 때로부터의 시간만큼 길고 오래되었다는 무한의 뜻이다. 이 말이 귀에 익은 사람들은 홍콩의 느와르 명작영화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1990년 劉德華(유덕화), 吳倩蓮(오천련, 倩은 예쁠 천)의 애틋한 사랑은 속편까지 나왔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영화의 원제 天若有情(천약유정)도 唐(당)나라 시인 李賀(이하)의 시구에서 따왔다지만 우리나라서의 번역명은 더 잘 알려진 데서 나왔다. 老子(노자)의 ‘道德經(도덕경)’에 실려 있고 역시 ‘長恨歌(장한가)’로 유명한 白居易(백거이)의 사랑 표현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도덕경의 제7장 韜光(도광)장을 먼저 보자. ‘하늘과 땅은 영원무궁하다. 하늘과 땅이 능히 이런 것은 스스로를 위해서 살지 않기 때문에 장생할 수 있는 것이다(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천장지구 천지소이능장차구자 이기부자생 고능장생).’ 노자가 태고 때부터 영원한 존재인 하늘과 땅이 서로 경쟁하지 않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말한 것은 이어지는 성인을 비유하기 위해서였다.
성인은 자신을 위한 것을 뒤로 돌림으로써 남보다 앞에 나설 수 있고, 자신보다 남을 위함으로써 자신이 존재하게 된다. 성인뿐 아니라 천도의 무위자연을 본받아 사심 없이 대하면 누구나 훌륭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당연한 이치를 돌려 말한 노자에 비해 樂天(낙천)이란 자로 더 잘 알려진 백거이는 글자대로 하늘과 땅만큼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노래했다. 그의 장한가는 전체 4장에 120구, 840자나 되는 장편으로 唐(당)나라 6대 황제 玄宗(현종)과 미인의 대명사 楊貴妃(양귀비)의 비련을 그렸다.
마지막 장에 성어가 나오는데 화목한 부부나 남녀관계를 말하는 比翼連理(비익연리) 구절부터 보자. ‘하늘에선 날개 붙은 비익조가 되고, 땅에선 가지 붙은 연리지 되길 원하네(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재천원작비익조 재지원위연리지). 장구한 천지도 다할 때가 있건만, 이 한은 면면히 끊일 날 없으리라(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 천장지구유시진 차한면면무절기).’
하늘과 땅처럼 영원하도록 자기를 뒤로 하고 남을 앞세우는 훌륭한 사람이 본받을 일이다. 남을 위해 일을 하겠다는 지도층이 명심할 말이고 일반 사람들은 영원한 남녀의 사랑에 더 솔깃하다. 사랑하는 짝이 나타나면 누구나 자신의 사랑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라며 상대에 진심을 알아 달라고 애탄다.
사랑이 성공한 뒤에는 초기에 열렬한 만큼 쉬 식는 사람도 많다. 더 문제인 것은 적령기의 청춘들이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아예 사랑을 포기한다는 사실이다. 비익연리가 되고 하늘처럼 땅처럼 영원한 사랑이 많아져야겠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