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이무치免而無恥 - 법을 어기고도 형을 피하면 부끄러움이 없다.
면이무치(免而無恥) - 법을 어기고도 형을 피하면 부끄러움이 없다.
면할 면(儿/5) 말이을 이(而/0) 없을 무(灬/8) 부끄러울 치(心/6)
다른 사람들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면 부끄럽다. 태초의 아담과 이브 때는 부끄러움을 몰랐다지만 모여 살게 된 이후부터는 인간의 본성으로 모든 도덕의 원천이 됐다. 마크 트웨인이 비튼다. ‘인간만이 얼굴이 붉어지는 동물이고,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 동물이다.’ 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다짐한 시인(윤동주)과 같이 대체로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려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간혹 그렇지 않은 인간이 있어 도무지 부끄러움을 모른다. 낯가죽이 두꺼운 鐵面皮(철면피)나 厚顔無恥(후안무치), 厚黑(후흑)이라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이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남에게 부끄러운 것은 당연하다. 이 부끄러움을 처음부터 못 느끼는 철면피들 말고도 낯을 들고 떳떳한 경우가 있다. 진심으로 자기 잘못을 부끄러이 여기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았거나 최소한의 형벌을 면하게 되면(免而) 부끄러움이 없다(無恥)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孔子(공자)가 이런 사람들이 나오게 되는 연유를 ‘論語(논어)’ 爲政(위정)편에서 설명하는 데서 이 성어가 나왔다.
‘백성들을 정치로 인도하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들은 그것을 피하고자 할 뿐이요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 道는 ‘이끌다’, 齊는 ‘질서정연하게 하다’란 뜻으로 푼다. 법만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사회질서는 유지되지만 백성들은 형벌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든다고 했다.
이러한 것을 고치는 처방도 내놓는다. 이어지는 말이다. ‘백성들을 덕으로써 인도하고 예로써 질서를 유지하게 한다면, 잘못을 수치로 알고 바르게 될 것이다.’ 가혹한 형벌로 다스리는 법치에 대해 덕치와 禮敎(예교)를 내세우는 유가의 기본이념을 잘 드러냈다.
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아니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큰소리치는 예를 자주 본다.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모르는 사람들이 지도층에 있으니 국민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