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병相思病 - 이성을 그리워하여 생기는 마음의 병
상사병(相思病) - 이성을 그리워하여 생기는 마음의 병
서로 상(目/4) 생각 사(心/5) 병 병(疒/5)
사람을 그리워하여 마음에 든 병이 相思病(상사병)이다. 동성끼리 병이 들 정도로 그리워하기는 드물 것이고 이성끼리라도 사랑으로 생긴 병이지만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생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나르키소스(Narcissos)는 그를 연모한 요정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아 자신만을 사랑하는 벌을 받았다. 조선 松都(송도)서 뛰어난 용모에 시서화에 능했던 黃眞伊(황진이)는 짝사랑한 이웃집 총각이 까맣게 타서 죽자 충격을 받아 기생의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모두 상사병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생긴 일이다.
相思(상사)라는 말의 연원은 오래다. 중국 春秋時代(춘추시대) 宋(송)나라 말기의 임금 康王(강왕)은 외치에 능력을 보였으나 주색이 문제였다. 그것을 신하가 간하기라도 하면 활을 쏠 정도로 안하무인이었다. 강왕이 시종 韓憑(한빙)의 절세미인인 부인 何氏(하씨)를 능욕하고 후궁으로 삼았다. 변방에 내쳐진 한빙은 부인을 그리워하다 자살했고 후궁 하씨도 왕과 함께 누대에 올랐다가 남편과 합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투신했다.
화가 난 왕은 유언을 무시하고 일부러 무덤을 서로 바라보게 사이를 벌려 놓았다. 그날 밤 각 무덤에 나무가 생기더니 열흘 뒤에는 아름드리가 되었고 몸체가 구부러지면서 뿌리가 맞닿았다. 나무 위에는 원앙새 한 쌍이 온 종일 목을 안고 슬피 울었다. ‘송나라 사람들은 슬퍼하며 그 나무를 상사수라 불렀다(宋人哀之 遂號其木曰相思樹/ 송인애지 수호기목왈상사수).’ 東晋(동진)의 역사가 干寶(간보)가 기이한 이야기를 모은 ‘搜神記(수신기)’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부부끼리 연인끼리 서로가 그리워하지만 맺어지지 못한 사랑이 지금은 짝사랑에 괴로워하는 사람을 이 병에 걸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정식 병으로 보지 않고 강박장애나 조울병, 우울증 등의 범주에 속한다고 한다. 조선의 시조 한 편을 보자. ‘사람이 사람을 그려 병드단 말가/ 사람이 언마 사람이면 사람 하나 병들일랴/ 사람이 사람 병들이는 사람은 사람 아닌 사람.’ 생몰년 미상의 安烟甫(안연보) 작품인데 사랑을 받아주지 않은 원인 제공자를 원망하고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