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회의 등장
■ 한명회의 등장
단종실록에는 김종서, 황보인 등 정승들이 왕위를 찬탈하여 안평대군을 옹립하려 했다고 되어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단지 왕이 어리고 왕실에 수렴청정을 할 어른이 없으므로 어린 왕이 성장할 때까지 나라를 맡아 관리할 수밖에 없는 대신들로서는 수양대군의 정변 시도를 우려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최소한 왕위를 넘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성향의 안평대군을 끌어들여 수양대군을 견제하려 했던 것은 사실이다.
대신들과 안평대군의 견제로 조급해진 수양대군은 자기 세력 확장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이는오히려 경계심만 자극할 뿐 자신의 야망을 달성할 수는 없었다. 수양대군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고심할 때, 수양대군 앞에 나타난 자가 바로 역사 상 최고의 책사(策士)인 한명회이다.
수양대군은 한명회를 만나게 되면서 비로소 자신의 야망을 이룰 수 있는 계획을 착착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한명회는 수양대군에게 “어린 임금이 있으면 옳지 못한 이가 정권을 잡아 권세를 부리게 되니, 충의로운 신하가 반정으로 이를 바로 잡는 것은 하늘이 정한 이치입니다”라고 반정의 명분을 그럴듯하게 말하니, 수양대군은 드디어 갈 길을 명확히 하게 되었다.
한명회는 안평대군과 김종서 등에 대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는 한편, 홍달손, 양정, 유수 등의 무사를 끌어들여 기반을 마련했다. 수양대군은 신숙주, 홍윤성 등을 측근으로 영입하는 등 거사를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시켰다. 그 중 신숙주는 합류를 권하는 수양대군에게 “장부가 편히 아녀자의 품에서 죽기를 바라겠습니까” 라며 수양대군의 편에 섰다. 세종과 문종으로부터 어린 단종을 보호하라는 특명을 받은 바 있는 신숙주의 이러한 변절은 후일 ‘숙주나물’이라는 말을 생겨나게 했다. 녹두의 싹을 틔워 기른 것을 데쳐서 무친 녹두나물이 상하기 쉽다는 것을 빗대서 ‘숙주나물’이라고 붙인 말이다.
한편, 수양대군은 상중에 있는 어린 단종에게 종묘사직을 위해 중전을 맞이할 것을 강력히 권했는데, 이 때문에 어린 단종은 물론 노련한 김종서와 황보인까지도 수양대군이 왕위를 노리는 것은 아닌 것으로 오판을 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김종서 등을 방심하게 만들기 위한 수양대군과 한명회의 책략이었던 것이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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