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혹불해大惑不解 - 무엇에 크게 홀린 사람은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한다.
대혹불해(大惑不解) - 무엇에 크게 홀린 사람은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한다.
큰 대(大/0) 미혹할 혹(心/8) 아닐 불(一/3) 풀 해(角/6)
어리석은 사람이 자기가 어리석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까.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어리석은 자는 자기에게 피해가 닥쳐야 깨닫기 때문에 어리석다. 釋迦牟尼(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모은 法句經(법구경)에 잘 깨우친 말이 있다.
‘어리석은 자가 어리석은 줄 알면 그는 지혜롭다. 그러나 어리석으면서 지혜롭다고 한다면 그는 참으로 어리석다((愚者自稱愚 常知善黠慧 愚人自稱智 是謂愚中甚/ 우자자칭우 상지선힐혜 우인자칭지 시위우중심).’ 黠은 약을 힐. 음식을 떠먹는 숟가락이 국 맛을 모르듯이 어리석은 사람은 한평생 어진 사람을 가까이 섬길지라도 참된 진리를 깨닫지 못한다고 하기도 했다.
극단에서 극단으로 재미있게 비유를 하여 깨우치는 ‘莊子(장자)’가 이러한 것을 빠뜨릴 수 없다. 이 책의 外篇(외편) 天地(천지)편에는 無爲(무위)의 정치사상을 다루고 있다. 옛날에 세상을 이끄는 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처음 타고난 도를 따르면 백성은 평안했다는 이야기다.
어리석음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선 법구경의 말과 상당히 닮았다. 화려하게 꾸미고 미사여구로 세상을 향해 아첨하는 사람은 본인이 그런 줄 모르고, 그런 자와 한 패가 된 사람들은 또한 자신이 대단한 줄 여기는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꼬집는다. 정신이 무엇에 홀려 크게 미혹한 사람(大惑)은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한다(不解)는 말과 연결된다.
어리석음에 대해 말한 부분을 보자. ‘자신의 어리석음을 알고 있는 자는 크게 어리석은 자가 아니다(知其愚者 非大愚也/ 지기우자 비대우야), 자신이 무엇에 홀려 미혹에 빠졌음을 안다면 크게 홀린 사람이 아니다(知其惑者 非大惑也/ 지기혹자 비대혹야), 정신이 깊이 홀린 사람은 죽을 때까지 이를 깨닫지 못하며(大惑者 終身不解/ 대혹자 종신불해), 크게 어리석은 자도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한다(大愚者 終身不靈./ 대우자 종신불령).’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이 어리석은 줄을 모르고 자만하고 있으니 가련한 일이라 했다.
어리석은 사람이 자기가 어리석은 것을 모르는 것과는 반대로 어리석게 보여도 어리석지 않은 경우도 있다. 大智如愚(대지여우)라고 큰 지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보기에 너무 깊고 오묘하여 어리석게 보인다. 마치 나무로 만든 닭과 같이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닭이 싸움닭 중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것이라는 呆若木鷄(매약목계)와도 같다. 呆는 어리석을 매.
淸(청)나라 鄭燮(정섭)은 총명하기는 어렵고 어리석기는 더 어렵다고 難得糊塗(난득호도)라 했지만 실제로는 어리석은 사람이 총명하다며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그런 사람은 깨닫지도 못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