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5일 금요일

가슬석자 歌瑟析子 - 가수와 가인을 자식들에 나누다, 은퇴한 뒤 유유자적하다.

가슬석자 歌瑟析子 - 가수와 가인을 자식들에 나누다, 은퇴한 뒤 유유자적하다.

가슬석자 (歌瑟析子) - 가수와 가인을 자식들에 나누다, 은퇴한 뒤 유유자적하다.

노래 가(欠/10) 큰거문고 슬(玉/9) 쪼갤 석(木/4) 아들 자(子/0)

하던 일에서 타의로 손을 떼게 된다면 삶의 목적을 잃게 된다. 정년퇴직이란 누군가가 제멋대로 생각해낸 규정이란 말이 있다. 인간이 일할 능력이 어느 때부터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각 개인에 따라 다른 시기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어느 정도 부와 명예를 이루고도 후진을 위해 용퇴하지 않는 것도 곱게 보아줄 일이 아니다.

후세의 기림을 받는 훌륭한 선비들은 낙향하여 悠悠自適(유유자적)한 생활을 한 사람이 많다. 老子(노자)는 ‘道德經(도덕경)’에서 ‘공을 이루고 나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이치(功遂身退 天之道也/ 공수신퇴 천지도야)’라고 했다.

노래하는 가수와 거문고타는 가인(歌瑟)을 자식들에게 나누어준다(析子)는 이 성어는 중국 前漢(전한) 초기의 학자 陸賈(육가)의 일화에서 유래했다. 육가는 시서를 좋아하고 변설에 능한 학자로서 高祖(고조) 劉邦(유방)의 빈객으로 천하평정에 큰 공을 세웠다. 말재주가 좋은 만큼 수시로 제후들에게 사자로 나갔는데 南越(남월)지역의 尉佗(위타, 佗는 다를 타)라는 사람을 잘 타일러 한나라에 복속시킨 공으로 천금을 선물 받았다. 고조의 신임도 얻어 탄탄대로를 달렸다.

유방이 죽고 왕후 呂太后(여태후)가 정권을 좌우하자 육가는 공신들과 힘을 합쳐 간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육가는 병을 핑계로 벼슬을 그만 두고 낙향했다. 그에게는 아들이 다섯 명 있었다. 육가가 남월에 사신으로 갔을 때 받은 천금의 보물을 팔아 아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자신은 편안히 지내려 했다.

그는 말 네 마리가 끄는 편안한 수레를 타고 가무와 악기에 능한 시종 열 명을 데리고 다녔다(陸生常安車駟馬 從歌舞鼓琴瑟侍者十人/ 육생상안거사마종가무고금슬시자십인). 駟는 사마 사. 그러면서 아들들에게 열흘 정도씩 돌아가며 머물도록 할 테니 자신이 죽는 집에서 말과 수레, 시종을 갖도록 하라고 말했다.

‘史記(사기)’ 酈生陸賈(역생육가) 열전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酈은 땅이름 력.

가장 잘 나가는 시기에 물러나 편안히 보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꿈도 못 꾼다. 국가발전을 위해 노력하고도 노후가 캄캄한 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