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추천금弊帚千金 - 몽당 빗자루를 천금같이 생각하다, 분수도 모르고 잘난 체하다.
폐추천금(弊帚千金) - 몽당 빗자루를 천금같이 생각하다, 분수도 모르고 잘난 체하다.
해질 폐(廾/12) 비 추(巾/5) 일천 천(十/1) 쇠 금(金/0)
소용되는 물건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것은 필요하다. 남이 별스럽게 여기지 않는데도 제가 가진 물건은 제일 귀하다. 또 자기가 가진 재주는 남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는 식의 능력밖에 없는데도 남보다 앞선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제일이라는 자부심은 필요해도 정도가 지나치면 탈이다.
자기 집에서 쓰던 빗자루(弊帚)는 다 닳아 너덜너덜해도 千金(천금)같이 여긴다. 아끼는 것은 좋지만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이처럼 자신의 지위나 능력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분수도 없이 잘난 체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이 성어다.
중국 三國時代(삼국시대, 220년~280년)를 호령한 曹操(조조)의 사후 그의 아들 曹丕(조비)가 魏(위)나라 초대 왕이 된다. 七步詩(칠보시)로 유명한 아우 曹植(조식)에 못지않게 조비도 시부에 능하여 중국 최초의 문학 평론서라는 ‘典論(전론)‘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의 원본은 전하지 않고 그 중의 한 편이 ’文選(문선)‘에 실려 전한다. 南朝(남조) 梁(양)나라의 태자였던 蕭通(소통)이 秦漢(진한) 이후의 대표적인 문장가 130여 명의 시문을 모은 책이다. 여기에 남은 조비의 글에서 내려오는 말이라며 이 성어가 인용됐다. 부분을 보자.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데에는 뛰어나다. 단지 문장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종류의 글을 다 잘 할 수도 없다. 그래서 각자의 장점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단점을 업신여긴다고 하면서 비유한다.
‘속언에 자기 집안에 있는 몽당 빗자루는 천금처럼 여긴다고 했듯이 이것은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는 데서 생긴 폐해이다(里語曰 家有弊帚 享之千金 斯不自見之患也/ 이어왈 가유폐추 향지천금 사부자현지환야).’ 자기의 능력만 뛰어나고 남의 재주는 보잘 것 없다고 깔보는 것은 文人相輕(문인상경)이라 하여 특히 문인들이 더하다고 이 문장의 앞부분에서 지적한다.
나의 것을 아끼고 제일이라 여기는 것을 누가 뭐라 할 수는 없다. 남에게 앞서야 살아날 수 있다고 어릴 때부터 경쟁에 내몰렸으니 그런 면도 있다. 다만 그것이 지나쳐 남의 것은 하찮고 아무 짝에도 쓸데없다고 생각하면 문제다.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할 사회에서 남을 인정하지 않으면 독불장군이 된다. 상대가 잘 하는 것은 잘 한다고 칭찬할 수 있어야 밝은 사회를 이끈다. 사생결단으로 맞서기만 하는 정치권에서 더욱 필요한 자세인데 몰라서 하지 않는 게 아니니 더욱 문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