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비상六月飛霜 - 유월에 내리는 서리, 여자의 깊은 원한
유월비상(六月飛霜) - 유월에 내리는 서리, 여자의 깊은 원한
여섯 륙(八/2) 달 월(月/0) 날 비(飛/0) 서리 상(雨/9)
날씨가 차가워져야 대기 중의 수증기가 지상의 표면에서 서리가 된다. 물론 찬바람처럼 냉랭하고 싸늘한 기운을 비유한 말도 서리라 한다. 그런데 속담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것이 있다. 여자의 한이 얼마나 사무쳤는지 음력으로 5월이나 6월은 한여름인데 서리가 내린다고 했을까. 여자가 한 번 마음이 틀어져 미워하거나 원한을 품으면 그만큼 매섭고 독하다는 비유의 말이다. 一婦含怨 五月飛霜(일부함원 오월비상)이란 말대로 오뉴월인 만큼 5월, 6월은 함께 쓴다.
이 말이 유래한 고사는 여럿이지만 먼저 ‘漢書(한서)’의 于定國(우정국)전의 내용을 보자. 後漢(후한)의 우정국이란 사람은 송사를 처리하는 것이 공정하기로 이름났다. 東海(동해)군의 태수로 갔을 때 그 지역은 3년 동안 큰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한 효부가 자식도 없이 일찍 과부가 되었는데 개가도 않고 시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했다. 누를 끼치기 싫었던 시어머니가 자결하자 시누이가 무고하여 효부는 관아에서 고문을 받고 사형 당했다. 진상을 파악한 우정국이 소를 잡아서 효부의 무덤에 제사를 지내고 비석을 세우니 비로소 큰비가 내려 풍년이 들었다.
戰國時代(전국시대) 齊(제)나라 사람이었던 鄒衍(추연)은 燕(연)나라 惠王(혜왕)에게 중용되어 벼슬하면서 충성을 바쳤다. 그럼에도 혜왕은 주변에서 참소하는 말만 듣고 그를 옥에 가두었다. 추연이 ‘하늘을 우러러 크게 통곡하자 여름인데 하늘에서 서리가 내렸다(仰天而哭 盛夏天爲之降霜/ 앙천이곡 성하천위지강상)’. 중국 아동용 교재 ‘蒙求(몽구)’의 鄒衍降霜(추연강상) 이야기다. 元(원)나라 희곡작가 關漢卿(관한경)의 ‘竇娥寃(두아원)’에선 두아가 누명을 쓰고 망나니에 의해 목이 잘릴 때 유월 한여름인데도 눈이 내려 자신을 덮어줄 것이라 말한 것이 그대로 실현됐다.
동해 효부는 비를 내리지 않게 했고, 추연은 남자인데도 한여름 서리를, 두아는 눈을 내리게 했을 만큼 억울함이 사무쳤다. 이들의 고사는 우리 고전에 흔하게 등장하지만 오늘날에도 한을 품지 않을 정도로 평등한 세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다. 여자든 남자든 한을 남기지 않는 공정사회가 돼야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