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열폐식因噎廢食 - 목이 멘다고 식사를 끊다, 조그만 것을 두려워하여 큰일을 그만 두다.
인열폐식(因噎廢食) - 목이 멘다고 식사를 끊다, 조그만 것을 두려워하여 큰일을 그만 두다.
인할 인(囗/3) 목멜 열(口/12) 폐할 폐(广/12) 밥 식(食/0)
흔히 쓰는 트라우마(Trauma)란 말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가 정식 이름이라 한다. 천재지변이나 전쟁, 신체적 폭행 등을 당했을 때 나타나는 정신적 장애를 가리킨다. ‘불에 놀란 놈이 부지깽이만 보아도 놀란다’는 우리 속담처럼 한 번 크게 혼난 뒤에는 모든 일에 지나치게 겁을 내거나 섣불리 나서지 못한다. 성어로도 제법 많은데 활에 상처 입은 새는 굽은 나무만 보아도 놀란다는 傷弓之鳥(상궁지조), 뜨거운 국에 혼이 난 사람은 시원한 냉채도 후후 불어서 마신다는 懲羹吹虀(징갱취제, 羹은 국 갱, 虀는 냉채 제)는 앞서 소개했다. 더운 吳(오)나라 소는 달을 보고도 해인 줄 알고 헐떡인다는 吳牛喘月(오우천월)도 재미있는 비유다.
밥을 먹다가 목이 막혀(因噎) 혼난 적이 있다고 해서 아예 식사를 끊는다(廢食)면 이보다 더하다. 조그만 장애를 걱정하여 중대한 일을 그만둔다는 어리석은 행위를 비유한 말이다. 똑 같은 말로 見噎廢食(견열폐식)이라고도 하고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뜻으로는 忙食噎喉(망식열후)로 쓴다. 一字千金(일자천금)으로 유명한 呂不韋(여불위)의 ‘呂氏春秋(여씨춘추)’에 이 비유가 사용됐다. 秦始皇(진시황)의 생부라고 하는 여불위가 학자들을 모아 편찬하여 呂覽(여람)이라고도 하는데 오자 한 글자라도 찾으면 천금을 주기로 했다는 그 책이다.
군대의 존폐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 孟秋紀(맹추기)의 蕩兵(탕병)편 내용을 보자. ‘음식을 먹다가 음식물이 목구멍에 걸려 죽은 사람이 있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음식물을 없애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夫有以噎死者 欲禁天下之食悖/ 부유이열사자 욕금천하지식패).’ 비유를 한 가지 더 들면서 군대 이야기가 나온다. 배를 타고 가다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이 있다고 천하의 배를 금지하는 것이 어리석고, 군대를 동원하여 전쟁을 하다 나라를 잃게 된 사람이 있다고 군대 자체를 없앤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군대는 마치 물과 불을 이용하는 것과 같아 잘 다루면 복을 가져 오고 잘못 다루면 재앙을 가져 오는 것과 같다고 했다.
악독한 범죄를 소탕한다고 저지른 사람마다 사형을 시킨다면 히틀러의 인종 말살과 같다. 그래서 경중을 따라 뉘우칠 기회를 주고 사회에 복귀시킨다. 정의에 합당하고 원칙에 맞는 일이라고 예외도 없이 밀어 붙이다가 조그만 일이 어긋나 전체의 불만을 사는 일이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하며 밀어 붙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빈대 잡다 초가삼간 다 태우면 헛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