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7일 일요일

청풍명월淸風明月 -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충청도 사람을 일컫는 말

청풍명월淸風明月 -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충청도 사람을 일컫는 말

청풍명월(淸風明月) -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충청도 사람을 일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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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을 청(氵/8) 바람 풍(風/0) 밝을 명(日/4) 달 월(月/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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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그대로 맑은 바람(淸風)과 밝은 달(明月)은 듣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시원해진다. 순서를 바꿔 明月淸風(명월청풍)이라 해도 마찬가지인데 휘영청 밝은 달 아래 문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술을 주고받으며 시를 읊는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주연이라 해도 가무와 기생까지 곁들인 吟風弄月(음풍농월)과는 달리 품격이 느껴지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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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에서 연유하여 결백하고 온건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뜻하거나 풍자와 해학으로 세상사를 논하는 자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뜻이 명확한 글자의 조합이라 고사가 따르지는 않더라도 처음 사용된 곳은 唐(당)나라 李白(이백)의 시구라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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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仙(시선)으로 알려진 이백이 중국 중부 후베이湖北/ 호북성의 고적이 많은 지역을 노래한 것이 ‘襄陽歌(양양가)‘다. 성어는 뒷부분에 나오는데 酒仙(주선)의 그답게 술병과 술잔이 등장한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은 한 푼의 돈도 안 들지, 옥산이 무너진 것은 남이 밀어 그런 건 아니리라(淸風朗月不用一錢買 玉山自倒非人推/ 청풍낭월불용일전매 옥산자도비인추), 서주의 술 국자와 장사 새긴 술동이, 이백은 그대들과 생사를 함께 하리(舒州杓力士鐺 李白與爾同死生/ 서주표역사쟁 이백여이동사생).‘ 玉山(옥산)은 竹林七賢(죽림칠현) 嵇康(혜강)이 술 취해 자주 넘어진 곳, 舒州(서주)는 좋은 술그릇을 많이 생산하던 지명이다. 鐺은 솥 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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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은 이전부터 전하는 사람들이 모두 술과 가까웠다며 자신도 술과 벗하고 뉘우침 없이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이백의 양양가는 개작되어 조선 후기에 널리 불리어진 十二歌詞(십이가사)의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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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우리나라 팔도의 별칭으로 泥田鬪狗(이전투구)를 함경도를 나타내듯이 淸風明月(청풍명월)은 맑은 바람과 큰 달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사람들이 많다고 忠淸道(충청도)를 가리키기도 한다. 鄭道傳(정도전)이 八道(팔도) 사람의 특징을 나타낸 것으로 경상도는 소나무나 대나무 같은 굳은 절개(松竹大節/ 송죽대절), 전라도는 바람 앞의 하늘거리는 가는 버드나무(風前細柳/ 풍전세류)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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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명월이 뜻도 좋고 어감이 좋아서인지 충북과 충남지역에서 상표 등록을 두고 싸운 적이 있다. 지역 이름이 있다고 한 충북의 주장은 일반의 뜻이 우세하다는 충남의 주장에 밀렸다. 예로부터 충청도 전체를 나타내는 우아한 도민들의 상징이 싸움의 대상이 되어 안타깝게 여겼던 사람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어느 지역에서도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즐길 수 있었는데 공업의 발달과 미세먼지의 확산으로 곳곳이 숨 막히니 더욱 그렇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