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4일 일요일

성종과 소춘풍 1편

■ 성종과 소춘풍 1편

■ 성종과 소춘풍 1편

조선 왕 중에 대표적인 호색한이라 하면 당연히 연산군을 꼽지만, 연산군의 그런 성정(性情)은 성종으로부터 유전된 것이 아닌가 싶다. 성종은 술을 몹시 즐겼고, 색도 밝혔다. 성종은 열세 살에 왕위에 올라 25년간 용상에 있다가 서른여덟 살에 죽었다. 여색을 좋아했음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38세에 요절하면서도 왕비가 셋이나 되고, 후궁은 무려 14명, 28자녀(16남 12녀)를 두었던 성종은 ‘주요순 야걸주(晝堯舜 夜桀紂)’라는 말도 들었다고 하니 소춘풍과의 염문도 한 몫을 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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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의 문신 차천로의 야담집인 《오산설림》엔 성종과 함경도 영흥의 이름난 기생인 소춘풍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봄바람에 웃는다. 는 뜻의 소춘풍은 기명일 뿐, 그의 본명과 정확한 생몰 년대(生歿年代)는 전하지 않는다. 그녀의 탄생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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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 두메산골에 홀로 사는 과부가 있었는데 얼굴이 박색이라 아무도 찜하는 남자가 없어 무지무지 외롭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석양 무렵 칠십이 다 된 늙은 탁발승이 과부의 집에서 머무르기를 청했다. 그날 밤 노승은 과부와의 동침을 요구하며 어젯밤의 꿈 얘기를 했다. 꿈에 만경창파(萬頃蒼波)가 눈앞에 전개되고 잠시 후에 그 망망대해 한 복판에 연꽃 한 송이가 피어오르더니, 그 꽃을 보고 있는 동안에 꽃이 자꾸만 커져서 바다 전체가 꽃 한 송이로 가득 차버렸다는 것이었다. 기이한 것은 그 과부도 그 전날 저녁에, 산 속에서 웬 백발노인이 과부에게 연꽃 한 송이를 주며 집에 가지고 가 정성스럽게 키우라면서 홀연히 사라지는 꿈을 꾸었던 것이다. 과부는 그날 밤 노승을 받아들였다. 다음 날 아침 노승은 떠나면서 애가 태어 난 후에는 상관없으나, 애가 태어나기까지는 일체의 외간 남자를 삼가하라는 다짐을 했다. 과부는 떠나는 탁발승에게 이름이라도 알려 달라고 하였으나, 떠도는 몸이라고 이야기하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이 후 태어난 아기가 소춘풍이다.

성도 이름도 모르는 늙은 탁발승에게서 태어난 소춘풍은 태어나면서부터 미모가 뛰어났고 총명하기까지 했다. 5살 때부터 쌍용사의 선원에서 글을 배우고 불경을 배웠는데, 열 살이 지났을 때에는 불경에 무불통지(無不通知)했다 한다. 그녀가 12 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쌍용사의 중들이 입적하기를 권유하는 것을 뿌리치고 있다가, 어느 날 불공을 드리러 왔던 어느 기생의 수양딸이 되어 영흥으로 오게 되었다. 이름에서 풍기듯 인생을 봄바람에 웃듯 유유자적하게 살다 가기 위하여 스스로 기생의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 2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