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담 서경덕 5편
■ 화담 서경덕 5편
1546년(명종 1년) 57세 때 서경덕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다. 이미 2년 가까이 병들어 지내 온 터였다. 마지막으로 목욕을 하고 임종을 앞 둔 그에게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지금 심경이 어떠십니까?” 서경덕이 답했다. “삶과 죽음의 이치를 깨달은 지 이미 오래이니, 내 지금 마음이 편안하구나.” 서경덕의 마지막 말이었다. ‘사람의 죽음을 애도함’(挽人)이라는 서경덕의 시에서도 죽음을 ‘애도’보다는 ‘평정심’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그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그러했다.
<서경덕의 마지막 글>
『만물은 어디에서 왔다가 또 어디로 가는지
음양이 모였다 헤어졌다 하는 이치는 알듯 모를 듯 오묘하다
구름이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것을 깨우쳤는지 못 깨우쳤는지
만물의 이치를 보면 달이 차고 기우는 것과 같다
시작에서 끝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항아리 치며 노래한 뜻을 알겠고
아, 인생이 약상(弱喪) 같다는 것을 아는 이 얼마나 되는가
제 집으로 돌아가듯 본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일지니』
서경덕이 죽은 뒤, 황진이는 한 많은 유람을 마치고 정든 송도 땅으로 돌아왔으나, 누구 하나 반겨줄 이 없는 슬픔이 밀려든다. 자연은 옛 그대로이나 자기와 사랑하던 임, 서경덕은 물과 같이 흘러갔으니 허전한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스승처럼 애인처럼 흠모해 오던 서화담을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지고 설움이 밀려와 지은 시조이다.
산(山)은 옛 산(山)이로되 물은 옛 물 아니로다.
(산은 옛날 그대로의 산이지만, 물은 옛날 그대로의 물이 아니로다)
주야(晝夜)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손가
(밤낮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옛날 물이 남아 있을소냐?)
인걸(人傑)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노매라.
(뛰어난 사람도 물과 같아,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구나)
떠나간 임(서경덕)은 잊어야 하건만, 잊지 못하고 다시 찾아줄 것을 기대해보는 절절한 황진이의 심정이 여실히 잘 나타나 있다.
서경덕은 명종 1년(1546년) 5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벼슬을 하지 않고 진사도 아닌 생원시에만 급제했기 때문에 묘비에도 ‘생원서경덕지묘’라고만 새겼다고 한다. 또 황진이가 죽기 전에 서경덕을 간병을 했으며, 사후에도 지극한 정성으로 제사를 올려주었다고 전한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