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실마리를 잡다
실이 마구 엉켜져 있을 때 이것을 정리하려면 그 실 뭉치의 첫머리, 즉 ‘실마리’를 찾아내야 한다. 엉킨 실을 푸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실마리만 잘 찾아내면 아무리 곤란한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이야기가 그리스 신화에도 있다.
옛날 크레타 섬에 사람을 잡아먹는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이 있었는데, 사람 몸에 황소 머리를 하고 있었다. 크레타의 미노스 왕은 복잡한 미로를 만들어 미노타우로스를 가두었고, 미노타우로스는 미로에서 길을 잃은 사람을 잡아먹었지요. 전쟁에서 크레타에게 진 아테네는 해마다 소년 7명과 소녀 7명을 미노타우로스의 먹이로 바쳐야 했다. 보다 못한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가 이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소년들 틈에 섞여 크레타에 왔는데, 크레타의 공주인 아리아드네가 한눈에 테세우스에게 반하고 말았다.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가 미로에 들어갈 때 실타래를 주었어요. 테세우스는 미로의 입구에 실의 첫머리를 묶어두고 실을 풀며 미로에 들어가서 괴물을 처치한 후 다시 이 실을 따라 무사히 미로를 빠져나왔다. 이 이야기에서 ‘아리아드네의 실’이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도 실마리만 잘 잡으면 풀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2. 알토란같다
‘토란’은 천남성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데, 커다란 연잎을 하나씩 땅에 꽂아 놓은 것처럼 자란다. 이 잎 모양 때문에 ‘땅에서 자라는 연’이라는 뜻으로 ‘토련(土蓮)’이라고도 한다. 토란의 잎자루는 1m나 되고, 잎의 너비도 보통 20~30cm 쯤 된다. 나물을 만들어 먹는 토란대는 바로 이 잎자루이다. 토란 줄기는 땅속으로 뻗으면서 자라는데 이 땅속 줄기가 알처럼 뭉쳐 뿌리가 되는 특성이 있다. 이 부분이 바로 우리가 먹는 토란인데, 토란(土卵)은 땅속에서 나온 알이라는 뜻이다. 토란을 막 캤을 때는 잔뿌리도 많은데다가 흙이 묻어서 지저분하지만, 흙을 털어내고 깨끗하게 다듬어 놓으면 알차고 속이 꽉 차 보이는 게, 보기도 좋고 먹음직스럽다. 토란 앞에 붙은 ‘알-’은 겉에 덮여 있거나 딸린 것을 제거했다는 뜻이다.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것을 ‘알몸’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알토란같다’는 말은 쓸데없는 부분이 없고 부족함 없이 속이 꽉 차고 단단하다는 뜻이다. 살림살이를 규모 있고 알뜰하게 할 때도 이 말을 쓴다. 실속 있게 속이 꽉 찬 것을 가리키는 말로 ‘옹골차다’ ‘옹골지다’라는 말도 있다. ‘오달지다’도 허술한 데가 없이 속이 꽉 찼다는 뜻으로 쓰인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