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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7일 수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판에 박다

우리나라 전통 음식으로 ‘다식(茶食)’이라는 게 있다. 녹말, 송화가루, 콩가루, 참깨가루 등을 꿀에 반죽해서 만드는데, 흰색, 노란색, 녹색 등 색깔도 넣어서 나무로 판(틀)을 만들어 그 안에 재료를 넣어서 모양을 낸다. 그래서 다식은 여러 개를 만들어도 모양이 똑같다. 물건이 여러 개 있는데 모양이 똑같거나 별 차이가 안 날 때 ‘판에 박았다’고 한다. 요즘으로 말하면 ‘붕어빵’과 같은 의미라고 할까? 사물이 모두 판에 박은 듯이 똑같을 때 ‘천편일률(千篇一律)’이라는 한자성어를 쓰는데, 이는 모두 한결 같이 비슷하거나 똑같아서 개성이 없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2. 한풀 꺾이다

한창이던 기세나 열기가 어느 정도 수그러지는 것을 ‘한풀 꺾이다’라고 한다. 이 말은 옛날에 옷을 손질하던 방법과 관련이 있다. 옛날에는 옷을 빨 때 솔기를 모두 뜯어 분리해서 빨래를 하고, 잘 말린 다음 다시 꿰매서 입어야 했으니 거의 옷을 새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때 천에다 풀을 먹여 새 옷감처럼 올을 곧게 펴준다. 풀은 쌀가루나 밀가루를 물에 풀어서 끓여서 만드는데, 풀을 천이나 종이에 바르면 풀이 마르면서 빳빳해진다. 이것을 ‘풀을 하다’ 또는 ‘풀을 먹이다’라고 한다. 풀을 먹이면 천에 광택도 나고 때도 덜 탄다. 풀을 먹여 천이 빳빳해지는 것을 ‘풀이 선다’라고 하고, 풀이 선 상태를 ‘괄괄하다’고 한다. 성품이 억세거나 목소리가 크고 거센 사람을 괄괄하다고 하는 것도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괄괄하던 옷도 시간이 지나면 풀기가 죽어 후들후들해지고 볼품이 없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한풀 꺾이는 것이다. ‘한풀 죽다, 풀이 죽다’ 등도 같은 말이다.

3. 깡통 차다

가진 돈을 모두 잃고 쫄딱 망했을 때 ‘깡통 찼다’는 말을 쓴다. 원래 옛날부터 같은 뜻으로 쓰던 말은 ‘쪽박 차다’였다. ‘쪽박’은 조롱박을 반으로 쪼개서 만든 작은 바가지인데, 거지들이 쪽박을 들고 다녔던 데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바가지 대신 깡통이란 말을 쓰게 되었다. ‘깡통’은 영어의 ‘캔(can)’과 우리말의 ‘통’이 합쳐진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로부터 해방된 후 미군이 들어오면서 캔도 함께 들어왔다. 캔이 깡으로 소리가 바뀌고, 같은 뜻을 가진 통이란 말까지 더해져 깡통이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본 깡통은 대부분 미군들이 내용물을 쓰고 버린 빈 깡통이었다. 그러다 보니 깡통이라고 하면 으레 속이 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는 것 없이 머리가 빈 사람을 ‘깡통’이라고 하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미군이 버린 빈 깡통은 그 당시 가난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용도로 주워서 쓰기도 했는데, 주로 거지들이 밥을 빌어먹을 때 옛날 바가지 대신 깡통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쪽박 차다’의 쪽박 대신 깡통이란 말이 들어가 그대로 똑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진이 빠지다

식물 줄기나 나무껍질 등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물질을 ‘진(津)’이라고 한다. 나무의 진은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생활에 널리 쓰였다. 소나무에서 얻은 송진(松津)은 예로부터 피부병을 고치는 약으로 쓰거나 방수가 되는 성질을 이용해서 나무배의 갈라진 부분에 발라 물이 새는 것을 막기도 했다. 가구에 옻칠을 할 때 쓰는 것은 옻나무에서 뽑은 진이고, 고무는 고무나무 진으로 만든다. 그런데 진을 계속 뽑아내면 나무는 기운 없이 시들시들하다가 심하면 말라죽게 된다. 사람 역시 계속 일만 한다면 기력이 다 빠지고, 만성피로로 진이 빠진 나무처럼 시들시들해질 것이다. 그래서 거의 죽을 정도로 기력이나 힘이 없는 것을 ‘진이 빠졌다’고 한다.

‘진이 빠지다’와 같은 뜻으로 ‘녹초가 되다’, ‘파김치가 되다’는 말이 있다. ‘녹초’는 녹은 초를 말한다. 초가 녹아내려 흐물흐물 형체가 없어진 것처럼 사지에 힘이 다 빠지고 맥이 다 풀렸다는 의미이다. ‘파김치’는 파에 갖은 양념을 해서 버무린 김치이다. 줄기가 빳빳하게 살아있는 생파와 비교해 보면, 파김치는 숨이 죽어 부들부들해 진다. 기운이 다 꺾이고 지친 사람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2. 찧고 까불다

옛날에는 기계가 없었기 때문에 농사일을 할 때 봄철 모내기부터 가을걷이까지 모든 과정을 일일이 손으로 했다. 가을에 벼를 베고 나면 벼이삭에서 낟알을 털어 내고, 이 낟알을 절구나 방아에 찧어서 껍질을 벗겨 내야 비로소 쌀이 된다. 낟알에 섞여 있는 잡티나 절구질이 끝난 쌀에 뒤섞여 있는 잡티들을 골라내기 위해 키질도 해야 한다. 키에 곡식을 올려놓고 위아래로 흔들면 가벼운 잡티가 날아가는데, 이것을 ‘까불다’라고 한다. 아이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니면서 장난치며 노는 것을 ‘까불다’ 또는 ‘찧고 까불다’라고 하는데, 바로 이 절구질과 키질에서 비롯된 말이다.

말이나 행동이 침착하지 못하고 경망스러울 때 ‘오두방정을 떤다’고 한다. ‘방정’은 찬찬하지 못하고 몹시 경망스럽게 군다는 뜻의 우리말이다. 말이나 행동이 바르고 점잖다는 뜻으로 쓰는 ‘방정(方正)’과는 발음이 같지만 정반대의 뜻이 된다. ‘품행이 방정(方正)하여 이 상을 수여함’에서는 모범적인 행동을 한 사람을 뜻하지만 ‘방정맞은 사람’은 전혀 뜻이 다르다. 가볍게 행동하고 까부는 것을 ‘촐랑거린다’라고도 하는데, 이는 물이 잔물결을 이루며 흔들리는 모양에서 온 말이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2024년 4월 15일 월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실마리를 잡다

실이 마구 엉켜져 있을 때 이것을 정리하려면 그 실 뭉치의 첫머리, 즉 ‘실마리’를 찾아내야 한다. 엉킨 실을 푸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실마리만 잘 찾아내면 아무리 곤란한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이야기가 그리스 신화에도 있다.

옛날 크레타 섬에 사람을 잡아먹는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이 있었는데, 사람 몸에 황소 머리를 하고 있었다. 크레타의 미노스 왕은 복잡한 미로를 만들어 미노타우로스를 가두었고, 미노타우로스는 미로에서 길을 잃은 사람을 잡아먹었지요. 전쟁에서 크레타에게 진 아테네는 해마다 소년 7명과 소녀 7명을 미노타우로스의 먹이로 바쳐야 했다. 보다 못한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가 이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소년들 틈에 섞여 크레타에 왔는데, 크레타의 공주인 아리아드네가 한눈에 테세우스에게 반하고 말았다.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가 미로에 들어갈 때 실타래를 주었어요. 테세우스는 미로의 입구에 실의 첫머리를 묶어두고 실을 풀며 미로에 들어가서 괴물을 처치한 후 다시 이 실을 따라 무사히 미로를 빠져나왔다. 이 이야기에서 ‘아리아드네의 실’이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도 실마리만 잘 잡으면 풀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2. 알토란같다

‘토란’은 천남성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데, 커다란 연잎을 하나씩 땅에 꽂아 놓은 것처럼 자란다. 이 잎 모양 때문에 ‘땅에서 자라는 연’이라는 뜻으로 ‘토련(土蓮)’이라고도 한다. 토란의 잎자루는 1m나 되고, 잎의 너비도 보통 20~30cm 쯤 된다. 나물을 만들어 먹는 토란대는 바로 이 잎자루이다. 토란 줄기는 땅속으로 뻗으면서 자라는데 이 땅속 줄기가 알처럼 뭉쳐 뿌리가 되는 특성이 있다. 이 부분이 바로 우리가 먹는 토란인데, 토란(土卵)은 땅속에서 나온 알이라는 뜻이다. 토란을 막 캤을 때는 잔뿌리도 많은데다가 흙이 묻어서 지저분하지만, 흙을 털어내고 깨끗하게 다듬어 놓으면 알차고 속이 꽉 차 보이는 게, 보기도 좋고 먹음직스럽다. 토란 앞에 붙은 ‘알-’은 겉에 덮여 있거나 딸린 것을 제거했다는 뜻이다.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것을 ‘알몸’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알토란같다’는 말은 쓸데없는 부분이 없고 부족함 없이 속이 꽉 차고 단단하다는 뜻이다. 살림살이를 규모 있고 알뜰하게 할 때도 이 말을 쓴다. 실속 있게 속이 꽉 찬 것을 가리키는 말로 ‘옹골차다’ ‘옹골지다’라는 말도 있다. ‘오달지다’도 허술한 데가 없이 속이 꽉 찼다는 뜻으로 쓰인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2024년 4월 14일 일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안달복달

별것도 아닌 일에 공연히 속을 태우며 조급하게 굴고, 스스로를 조급하게 몰아치는 것을 ‘안달복달’ 이라고 한다. ‘안달’은 동사 ‘안달다’의 어간이 그대로 명사로 굳어진 것이다. ‘안달다’는 명사 ‘안’과 동사 ‘달다’가 결합된 구성인데, ‘안’은 ‘內’의 뜻으로 ‘안달다’에서는 ‘속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달다’는 ‘안타깝거나 조마조마하여 마음이 몹시 조급해지다’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단단한 물체가 열로 몹시 뜨거워지다’의 ‘달다’에서 온 것이다. 그러므로 ‘안달다’는 ‘속마음이 타서 몹시 조급해지다’가 된다. 우리는 현재 ‘안달다’ 대신 ‘안달’에 접미사 ‘-하다’가 결합된 ‘안달하다’를 많이 쓰고 있다. ‘안달’을 강조해서 말할 때 ‘복달’을 결합해 ‘안달복달’이라 한다. 여기서 ‘복달’은 본래 ‘눈치코치’에서 ‘-코치’와 같이 단순히 운(韻)을 맞추기 위한 첩어 요소인데, 굳이 첩어 요소로 ‘복달’을 취한 것은 안달을 심하게 하여 조급하게 볶아친다는 의미를 가지기 위함이다. 그래서 ‘안달복달’은 ‘안달’을 단순히 강조하는 의미를 넘어 ‘안달하며 볶아치는 일’로 재해석된다.

2. 미봉책(彌縫策)과 고육책(苦肉策)

말이나 행동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아 고쳐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슬쩍 넘어가서는 발전이 없다. 또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다시는 그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데도 대충 덮어놓고 지나가고, 그때그때 때워 넘기면 나중에는 겉잡을 수없이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 이렇게 임시변통 식의 문제 해결 방식을 미봉책(彌縫策)이라 한다. 미봉(彌縫)이란 옷감의 터진 부분을 깁고 꿰매는 것을 말한다.

미봉(彌縫)이란 말은 원래 나쁜 뜻이 아니다. 춘추 시대 정(鄭)나라 장공(莊公)이 주(周)나라 환왕(桓王)과 싸울 때 둥근 진을 벌여 놓고 전차를 앞세우고 보병을 뒤따르게 하였다. 그런데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 일부 병력을 보내 그 사이를 채우게 하였다. 이것을 두고 미봉책(彌縫策), 즉 터진 부분을 메우는 계책이라고 하였다. 이 미봉책을 써서 수적 열세를 딛고 환왕의 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미봉책이라는 말은 본질적인 문제를 덮어둔 채 그때그때 눈가림 식의 해결로 대충대충 넘어가는 태도를 나무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크다. 미봉책으로는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지만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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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육책(苦肉策)이라는 말도 있다. 고(苦)는 쓰다 또는 괴롭다는 뜻이고, 육(肉)은 고기 또는 살을 말한다. 말 그대로 육체를 괴롭게 하는 계책이다. 《삼국지》의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오나라 주유(周瑜) 진영이 조조(曹操)의 백만 대군과 싸울 때였다. 주유 진영의 황개(黃蓋)라는 장수가 조조에게 가혹한 고문을 받은 뒤 일부러 거짓으로 항복하여 신임을 얻었다. 황개는 조조에게 배를 묶게 하는 계략을 써서 마침내 오나라가 화공(火攻)으로 전쟁에 이기도록 하였다. 이렇듯 어떤 큰일을 이루기 위해 괴로움이나 손해를 감수하면서 쓰는 계책을 고육책(苦肉策)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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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심금을 울리다

석가모니 주변에는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제자들이 많이 모여 들었는데, ‘스로오나’도 그 중 하나였다. 스로오나는 몸과 마음을 다해 누구보다 열심히 수행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깨달음의 길이 보이지 않자 조바심이 나고 지치기 시작했다. 그런 스로오나에게 석가모니가 다가와 거문고를 비유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거문고의 줄이 지나치게 팽팽하거나 느슨하면 고운 소리를 낼 수 없는 것처럼, 수행 역시 너무 강하거나 약하지 않도록 알맞게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부처님은 마음을 거문고에 비유해 제자에게 깨달음의 길을 일러 준 것이다. 무언가에 자극을 받아 마음이 움직일 때 ‘심금(心琴)을 울린다’고 하는데 ‘심금’이란 마음의 거문고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마음의 거문고는 바로 이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심금을 울린다는 것과 같은 뜻으로 ‘감동(感動)’이라는 말도 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감격(感激)’은 크게 감동했을 때 쓰는 말이다.

2. 짬밥

‘짬밥’은 군대에서 유래된 말로 보인다. 어원을 ‘잔반(殘飯)’으로 보는데, ‘잔반’은 먹고 남은 밥이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에게 남은 밥을 먹였을 리는 없고, 아마도 과거 부실한 군대밥을 비꼬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잔반’은 빨리 발음하면 ‘잠반’이 되는데, 첫소리를 되게 발음하는 경향 때문에 ‘짬반’이 되고, ‘반’은 한글 ‘밥’으로 바뀐 것이다. ‘짬밥’이 된소리 ‘짬빱’으로 변형되고, ‘짬’이 다시 분리돼 ‘짬통, 짬당번’ 등으로까지 용법이 확대되게 되었다. 군대에서 만들어진 ‘짬밥’은 군대 밖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짬밥을 많이 먹었다는 것은 그만큼 군대생활을 오래 했다는 것이고, 그에 비례해 계급이 높고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사회에서도 ‘짬밥’ 혹은 ‘짬밥 수’는 경험과 경력,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지위를 뜻한다. 이때의 ‘짬밥’은 이제 원래의 의미인 ‘남은 음식(잔반)’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3. 선술집

‘선술집’은 ‘선술’과 ‘집’이 결합된 형이다. ‘선’은 동사 ‘서다(立)’의 관형사형이고, ‘술’은 ‘酒’이므로 ‘선술’은 ‘서서 먹는 술’로 해석된다. ‘서서 먹는 술(선술)’을 파는 집이 바로 ‘선술집’이다. ‘선술집’에서는 백 잔을 마셔도 꼭 서서 마시고 앉지 못하는 불문율이 있었다고 한다. 앉아서 마시기라도 하면 다른 패의 술꾼들이 버르장머리 없다고 시비를 걸어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고 한다. 세월 따라 ‘선술집’ 형태는 달라졌지만, 서서 먹는 방식만은 그대로 이어져, 1960년대까지만 해도 곳곳에 술청 앞이나 드럼통을 사이에 두고 삼삼오오 서서 술을 마시는 싸구려 ‘선술집’이 많았다고 한다. 요즘은 꼭 서서 먹지 않더라도 저렴하고 서민적인 술집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선술집’이라는 말은 옛 문헌에는 등장하지 않고, 민태원 소설 ‘부평초’(1920년)에서 처음 발견된다. 그래서 이 말의 생성 시기를 1910년으로 잡기도 하나 그닥 미더운 근거는 없다. 사전으로는 ‘조선어사전’(1938년)에 처음 올라 있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2024년 4월 13일 토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안달복달

별것도 아닌 일에 공연히 속을 태우며 조급하게 굴고, 스스로를 조급하게 몰아치는 것을 ‘안달복달’ 이라고 한다. ‘안달’은 동사 ‘안달다’의 어간이 그대로 명사로 굳어진 것이다. ‘안달다’는 명사 ‘안’과 동사 ‘달다’가 결합된 구성인데, ‘안’은 ‘內’의 뜻으로 ‘안달다’에서는 ‘속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달다’는 ‘안타깝거나 조마조마하여 마음이 몹시 조급해지다’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단단한 물체가 열로 몹시 뜨거워지다’의 ‘달다’에서 온 것이다. 그러므로 ‘안달다’는 ‘속마음이 타서 몹시 조급해지다’가 된다. 우리는 현재 ‘안달다’ 대신 ‘안달’에 접미사 ‘-하다’가 결합된 ‘안달하다’를 많이 쓰고 있다. ‘안달’을 강조해서 말할 때 ‘복달’을 결합해 ‘안달복달’이라 한다. 여기서 ‘복달’은 본래 ‘눈치코치’에서 ‘-코치’와 같이 단순히 운(韻)을 맞추기 위한 첩어 요소인데, 굳이 첩어 요소로 ‘복달’을 취한 것은 안달을 심하게 하여 조급하게 볶아친다는 의미를 가지기 위함이다. 그래서 ‘안달복달’은 ‘안달’을 단순히 강조하는 의미를 넘어 ‘안달하며 볶아치는 일’로 재해석된다.

2. 미봉책(彌縫策)과 고육책(苦肉策)

말이나 행동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아 고쳐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슬쩍 넘어가서는 발전이 없다. 또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다시는 그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데도 대충 덮어놓고 지나가고, 그때그때 때워 넘기면 나중에는 겉잡을 수없이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 이렇게 임시변통 식의 문제 해결 방식을 미봉책(彌縫策)이라 한다. 미봉(彌縫)이란 옷감의 터진 부분을 깁고 꿰매는 것을 말한다.

미봉(彌縫)이란 말은 원래 나쁜 뜻이 아니다. 춘추 시대 정(鄭)나라 장공(莊公)이 주(周)나라 환왕(桓王)과 싸울 때 둥근 진을 벌여 놓고 전차를 앞세우고 보병을 뒤따르게 하였다. 그런데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 일부 병력을 보내 그 사이를 채우게 하였다. 이것을 두고 미봉책(彌縫策), 즉 터진 부분을 메우는 계책이라고 하였다. 이 미봉책을 써서 수적 열세를 딛고 환왕의 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미봉책이라는 말은 본질적인 문제를 덮어둔 채 그때그때 눈가림 식의 해결로 대충대충 넘어가는 태도를 나무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크다. 미봉책으로는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지만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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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육책(苦肉策)이라는 말도 있다. 고(苦)는 쓰다 또는 괴롭다는 뜻이고, 육(肉)은 고기 또는 살을 말한다. 말 그대로 육체를 괴롭게 하는 계책이다. 《삼국지》의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오나라 주유(周瑜) 진영이 조조(曹操)의 백만 대군과 싸울 때였다. 주유 진영의 황개(黃蓋)라는 장수가 조조에게 가혹한 고문을 받은 뒤 일부러 거짓으로 항복하여 신임을 얻었다. 황개는 조조에게 배를 묶게 하는 계략을 써서 마침내 오나라가 화공(火攻)으로 전쟁에 이기도록 하였다. 이렇듯 어떤 큰일을 이루기 위해 괴로움이나 손해를 감수하면서 쓰는 계책을 고육책(苦肉策)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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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심금을 울리다

석가모니 주변에는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제자들이 많이 모여 들었는데, ‘스로오나’도 그 중 하나였다. 스로오나는 몸과 마음을 다해 누구보다 열심히 수행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깨달음의 길이 보이지 않자 조바심이 나고 지치기 시작했다. 그런 스로오나에게 석가모니가 다가와 거문고를 비유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거문고의 줄이 지나치게 팽팽하거나 느슨하면 고운 소리를 낼 수 없는 것처럼, 수행 역시 너무 강하거나 약하지 않도록 알맞게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부처님은 마음을 거문고에 비유해 제자에게 깨달음의 길을 일러 준 것이다. 무언가에 자극을 받아 마음이 움직일 때 ‘심금(心琴)을 울린다’고 하는데 ‘심금’이란 마음의 거문고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마음의 거문고는 바로 이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심금을 울린다는 것과 같은 뜻으로 ‘감동(感動)’이라는 말도 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감격(感激)’은 크게 감동했을 때 쓰는 말이다.

2. 짬밥

‘짬밥’은 군대에서 유래된 말로 보인다. 어원을 ‘잔반(殘飯)’으로 보는데, ‘잔반’은 먹고 남은 밥이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에게 남은 밥을 먹였을 리는 없고, 아마도 과거 부실한 군대밥을 비꼬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잔반’은 빨리 발음하면 ‘잠반’이 되는데, 첫소리를 되게 발음하는 경향 때문에 ‘짬반’이 되고, ‘반’은 한글 ‘밥’으로 바뀐 것이다. ‘짬밥’이 된소리 ‘짬빱’으로 변형되고, ‘짬’이 다시 분리돼 ‘짬통, 짬당번’ 등으로까지 용법이 확대되게 되었다. 군대에서 만들어진 ‘짬밥’은 군대 밖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짬밥을 많이 먹었다는 것은 그만큼 군대생활을 오래 했다는 것이고, 그에 비례해 계급이 높고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사회에서도 ‘짬밥’ 혹은 ‘짬밥 수’는 경험과 경력,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지위를 뜻한다. 이때의 ‘짬밥’은 이제 원래의 의미인 ‘남은 음식(잔반)’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3. 선술집

‘선술집’은 ‘선술’과 ‘집’이 결합된 형이다. ‘선’은 동사 ‘서다(立)’의 관형사형이고, ‘술’은 ‘酒’이므로 ‘선술’은 ‘서서 먹는 술’로 해석된다. ‘서서 먹는 술(선술)’을 파는 집이 바로 ‘선술집’이다. ‘선술집’에서는 백 잔을 마셔도 꼭 서서 마시고 앉지 못하는 불문율이 있었다고 한다. 앉아서 마시기라도 하면 다른 패의 술꾼들이 버르장머리 없다고 시비를 걸어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고 한다. 세월 따라 ‘선술집’ 형태는 달라졌지만, 서서 먹는 방식만은 그대로 이어져, 1960년대까지만 해도 곳곳에 술청 앞이나 드럼통을 사이에 두고 삼삼오오 서서 술을 마시는 싸구려 ‘선술집’이 많았다고 한다. 요즘은 꼭 서서 먹지 않더라도 저렴하고 서민적인 술집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선술집’이라는 말은 옛 문헌에는 등장하지 않고, 민태원 소설 ‘부평초’(1920년)에서 처음 발견된다. 그래서 이 말의 생성 시기를 1910년으로 잡기도 하나 그닥 미더운 근거는 없다. 사전으로는 ‘조선어사전’(1938년)에 처음 올라 있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2024년 4월 11일 목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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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짱 도루묵>

‘말짱 도루묵’은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이 헛수고로 돌아가 버렸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조선 정조 때 이의봉이 지은 어휘집 《고금석림》에 나오는 유래를 보면, 고려의 왕이 ‘목어(木魚)’를 드신 뒤 그 맛이 일품이라 ‘은어(銀魚)’라고 이름 붙였으나, 이후 그 맛이 그리워 다시 먹어보니 예전 같지 않자 “다시 목어라 하여라.”고 명하여 ‘환목어(還木魚)’가 되었다고 한다. 환목어를 한글로 풀어쓰면 ‘도로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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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유래로 조금 다른 이야기도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宣祖)는 피란을 가게 되었다. 피란을 떠날 때 먹을 것을 충분히 가지고 갈 수도 없고, 전쟁 통에 맛난 먹을거리가 갖추어질 여건도 아니어서 왕이라도 초라한 수라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 어부가 동네 앞 바다에서 잡은 눈이 큰 물고기 ‘목어(目魚:흔히 묵이라고 불렀다)’라는 생선을 잡아 왕에게 바쳤다. 선조(宣祖)는 이 생선을 아주 맛있게 먹고, 그 이름을 물어보았다. 어부가 묵이라고 대답하자, 이 맛있는 생선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 하여 즉석에서 은어라는 근사한 이름을 하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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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나고 선조는 환궁을 했고, 피란지에서 맛보았던 \은어\가 생각나서 그 생선을 다시 찾았다. 하지만, 산해진미가 가득한 궁궐에서 ‘은어’를 다시 먹어보니 이전에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조(宣祖)는 "에이, 도로(다시) ‘묵’이라 불러라!" 라고 했다.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앞서 고려 때의 이야기와 거의 비슷하지만, 《고금석림》에서 말하는 ‘목어(木魚)’가 선조가 드신 ‘목어(目魚)’와 같은 물고기인지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 또 한편에서는 ‘말짱 도루묵’ 의 주인공을 인조나 태조라고 주장하는 학설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이 ‘도로 묵’이 ‘도루묵’이 되고, 앞에 ‘말짱’ 이라는 단어를 붙여 관용어로 쓰이고 있다. ‘도로 아미타불’이라는 말도 ‘말짱 도루묵’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평생을 두고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외웠지만 아무 소용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도로’는 이전과 다름없이 되었다는 뜻으로, 한자어 ‘도로(徒勞)’를 써서 헛수고라는 뜻이다.

실제로 도루묵이라는 생선은 ‘은어’라 불릴 만큼 그 맛이 좋다고 한다. 알 밴 도루묵을 굽거나 찌개로 끓이면 탱글탱글한 알이 입에서 톡톡 터지며 뛰어난 식감을 자랑하고, EPA와 DHA가 많이 함유되고 불포화지방산이 적당량 포함되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의 두뇌 발달과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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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용 되다

‘용’은 상상 속의 동물이다. 몸은 거대한 뱀처럼 생겼지만 온몸에 비늘이 있고 발도 있다. 머리에 난 뿔은 사슴뿔 같고, 귀는 소처럼 생겼다. 용은 깊은 못이나 호수, 바다 속에 살면서 때때로 하늘에 올라가 바람과 구름을 일으키므로 용은 발로 여의주를 꽉 잡고 있는 형상으로 구름과 함께 그려 진 그림이 많다. 중국의 황허 강 상류에 용문이라는 협곡이 있는데, 이곳에는 물살이 센 폭포가 있다. 잉어가 이 용문의 거센 물살을 거슬러 뛰어오르면 용이 된다고 하는 전설이 있는데, 워낙 험해서 웬만해서는 성공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려움을 견디고 성공하여 크게 출세하는 것을 용이 되는 것에 비유하게 된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크게 출세하여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을 ‘등용문(登龍門)’이라고 한다. 용이 되었다는 뜻이 된다. 이 말은 주로 과거에 급제한다는 뜻으로 쓰였는데, 옛날에는 과거 급제가 큰 출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꾸라지 용 됐다’는 말은 변변하지 못하던 사람이 아주 훌륭하게 성장하여 놀라움을 표현할 때 주로 쓰인다.

2. 군불과 군것질

‘쓸데없는’의 뜻을 가지고 있는 접두사 ‘군’은 여러 단어에 붙여 쓰이고 있다. ‘군말’은 쓸데없는 말, ‘군살’은 불필요한 살, ‘군침’은 흘려봐야 소용없는 침, ‘군식구’는 없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 식구를 뜻한다. ‘군것질’은 쓸데없는 먹을 것 또는 본래 먹을 것 말고 덧붙여 먹는 것을 뜻한다. ‘군것질’의 ‘질’은 부정적인 행동을 나타내기도 하고 약간 비하의 의도가 담겨있다. 즉, ‘군것질’은 먹지 말라는 것,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는 행위가 된다. 하지만, ‘군불’에서의 쓰임은 좀 다르다. 새벽녘 온돌의 온기가 식을 무렵 잠을 이기며 깨서 다시 장작을 넣어 따뜻하게 지피는 불이니 ‘쓸데없다’ 기 보다는 처음에 지폈던 불에 ‘더하다’ ‘보태다’ 의 의미가 더 크다.

3. 개떡같다

먹을 것이 지금처럼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에 해먹던 음식 중에 ‘개떡’이라는 게 있다. 개떡은 밀가루를 곱게 채치고 남은 찌꺼기나 메밀 속껍질로 만들었다. 밀가루나 메밀가루도 아니고, 그것을 고르고 난 거친 가루로 만든 것이니 모양이인들 정성 들여 예쁘게 만들 리 없다. 가루로 반죽을 만든 다음 그 반죽을 편평하고 둥글넓적하게 대충 만들어서 쪘는데, 생김새만 못생긴 것이 아니라 맛도 별로 없었다. 배가 고파서 어쩔 수 없이 먹는 것이다. 그래서 못생기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개떡 같다’고 하는 것이다. 이 음식을 왜 개떡이라고 불렀는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추측이 있다. 하나는 겨로 만든 떡이라서 ‘겨떡’이라고 하다가 차츰 소리가 변해서 ‘개떡’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변변치 못하다는 뜻을 가진 접두사 ‘개-’가 붙었다는 설(說)도 있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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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책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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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가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주책맞다’ 또는 ‘주책스럽다’ 고 한다. 그리고 이런 실수가 거듭되면 ‘주책바가지’라고 부른다. 흔히들 술에 취해 실수할 때가 많으므로 주책을 주책(酒責),\xa0즉 ‘술의 책임’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주책은 주착(主着)에서 나온 말이다. 자신의 주관이나 뚜렷한 주장이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xa0주책맞다 또는\xa0주책스럽다는 바른 표현이 아니고, 주책없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 주책없이 그저 남을 따라하거나, 남 하자는 대로 하게 되면\xa0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실속 없이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람은 주책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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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정도는 약과

이 말은 ‘쉽다’ ‘별거 아니다’ 라는 의미로 주로 쓰이고 있다. 여기에서 ‘약과’는 제사상에 올리거나 간식으로 먹는 전통 과자를 말한다. 약과는 부드럽고 딱딱하지 않아서 먹기 쉽기 때문에 ‘그까짓 거 별거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을 때 쓰인다. 또 다른 유래도 있다. 약과는 조선시대에 귀한 음식이었고, 뇌물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부정부패가 심해지면서 뇌물의 품목이 더욱 비싸고 귀한 걸로 바뀌면서 금은보화나 산삼, 녹용 등의 진귀한 물건들이 많아지면서 ‘약과’는 인기품목에서 멀어지게 되었다.그래서 하인들조차 “에이! 이건 약과네~~” 하면서 별거 아닌 것으로 취급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정도는 약과지’는 ‘별거 아니다’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3. 호주머니(胡주머니)

우리의 전통 옷 한복(韓服)에는 주머니가 없다. 주머니가 달린 옷은 장돌뱅이나 장사치들이 주로 입었다. 그래서 양반들이 입던 전통 옷에는 손을 넣는 데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떤 물건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단지 손을 감추기 위한 공간으로 쓰이므로 무엇을 담을 수 있게 막혀있지 않고 트여있었다. 그래서 물건을 담을 수 있도록 따로 독립된 ‘주머니’를 달고 다녔다. 오늘날의 작은 손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염낭’ 혹은 ‘귀주머니’ 등이 있었다. 그런데 만주에 살고 있던 오랑캐 호족(胡族)들의 옷에는 주머니가 많이 달려 있었다. 그들은 전투를 좋아하는 호전(好戰)적인 종족으로서, 전쟁이나 수렵을 하려면 많은 소도구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호족들의 옷에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호족들의 주머니’라는 뜻으로 ‘호(胡)주머니’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개화기에 외국인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양복이 들어오고, 우리도 주머니가 있는 옷을 널리 입게 되었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2024년 4월 10일 수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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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절(一切)과 일체(一切)

식당이나 술집 메뉴판에서 ‘안주 일절’ 혹은 ‘안주 일체’라는 표현을 간혹 볼 수 있다. ‘일절(一切)’ 과 ‘일체(一切)’는 같은 한자를 쓰고 있다. 온갖 안주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는 뜻인데, 같은 한자를 쓰고 있지만 어떤 뜻으로 쓰이는지에 따라 읽는 것이 달라진다. 발음뿐만 아니라 쓰이는 상황에 따라 의미도 전혀 다른 낱말이 된다. 그래서 간혹 헷갈려서 잘못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체’는 ‘모든 것’ ‘전부’라는 의미를 가진 명사 또는 ‘모든 것을 다’라는 뜻의 부사로 쓰인다. “재산 일체를 기부했다”에서는 명사로, “지나간 일은 일체 털어 버리자”에서는 부사로 쓰였다. 그런데 ‘일절’은 ‘없다’ ‘않다’ 처럼 부정하거나 금지하는 말들과 같이 쓰이고 있다. ‘출입을 일절 금하다’ ‘일절 간섭하지 마시오’ 처럼 항상 뒤에 부정하는 말들이 온다. 이때의 의미는 ‘아주’ ‘전혀’ ‘절대로’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안주 일절’은 틀린 표현이고, ‘안주 일체’가 맞는 말이다.

2. 삿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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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대질은 보통 말다툼을 할 때 상대를 가리키며 손가락질을 하는 것을 말한다. 삿대는 상앗대의 준말로, 배를 물가에서 멀어지게 하거나 물가로 댈 때, 또는 물이 얕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 배를 밀어 나갈 때에 쓰는 긴 장대를 말한다. 앞으로 나아가거나 방향을 바꾸기 위해 젖는 노(櫓)와는 다르다. 노처럼 넓지 않고 긴 대나무로 물속 바닥을 밀어 배를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삿대질은 원래 ‘상앗대로 배질을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었다. 상앗대로 배를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바닥을 짚어야 방향을 바꾸거나 앞으로 나가게 할 수 있다. 말다툼을 할 때에 지금 다툼의 상대방을 정확히 지칭하기 위하여 상대방을 향하여 주먹이나 손가락 등으로 내지르는 것이다. 이것이 마치 상앗대로 배질을 하는 것과 같다 하여 생긴 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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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쐐기를 박다

나무로 만든 구조물을 연결할 때 연결 부분을 고정시키기 위해 박아 넣는 것을 ‘쐐기’라고 한다. 일종의 나무 나사인데 나무틀이나 이음새에 쐐기를 박으면 서로 빠지거나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뒤에 딴 말이 나오지 않도록 분명히 하는 것을 ‘쐐기를 박는다’고 한다. 또한, 쐐기는 물건의 틈새에 박아 넣어 사이를 벌리거나 바위를 쪼갤 때 작은 틈에 박아 넣는 용도로도 쓰인다. 그래서 쐐기를 박는다고 하면 서로 관련되어 있는 사물의 관계를 끊어 놓거나 순조롭지 못하게 한다는 뜻으로, 남의 일이나 이야기에 끼어들어 중단시키는 경우에 쓰인다. 이렇게 상반된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지만 뒤탈이 없도록 미리 단단히 다짐을 둘 때 더 많이 쓰인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2024년 4월 9일 화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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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닌 밤중에 홍두깨

이 말은 별안간 불쑥 어떤 일을 당했다거나, 뜬금없이 누군가가 찾아왔을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이다. ‘홍두깨’는 요즘 별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므로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아마 다 아실 것이다. 과거 무명옷을 입던 시절, 빨래를 다듬이질 하는 방망이나 그 방망이 보다 훨씬 기다란 몽둥이에 빨래 감을 둘둘 감아 다듬이질 하던 그런 물건을 홍두깨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홍두깨는 이렇게 옷감을 감아 다듬이질하는 굵고 둥근 몽둥이를 가리키지만, 한편으로 홍두깨는 조선왕조 시대부터 남자의 성기로 풍자되어 왔다. 조선시대에는 유교가 사회적 규범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젊은 여인이 남편을 잃고 나면 평생 수절을 해야 했다. 그런데 동네 바람둥이나 한량들이 그냥 놔 둘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남자들이 야밤에 몰래 월담을 하거나 갖은 수법으로 은밀히 접근하여 정분을 맺는 일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이렇게 한 번 내통을 하게 되면, 남자는 욕정을 참지 못하고 틈만 나면 찾아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남편을 잃은 여인이 외간 남자와 정분이 나면 온전히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여인의 입장에서는, 은밀히 정분을 맺은 남자가 내심 그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가 찾아오는 것이 무척이나 두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예고도 없이 백주 대낮에 남정네가 찾아왔다면 얼마나 놀라고 난감할 것인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란 밤중이 아닌 백주 대낮에 예고도 없이 불쑥 남정네가 찾아왔을 때처럼 너무나 놀랍고 황당할 때 은유적으로 쓰인다. 덧붙여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라고 하면, ‘너무나 놀랍고 황당하기가 이를 때가 없다’는 것이다.

2.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말을 할 때 쓰이는 말이다. ‘봉창’이란 한옥에 있는 작은 창문 중의 하나이다. 벽에 구멍을 뚫어 창틀 없이 종이만 발라 놓아 빛이 투과되어 들어오게 만든 것이다.

‘자다가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문인 줄 알고 열기 위해서 봉창을 두드리며 내는 소리’ 라는 의미로, 즉 ‘너무나 엉뚱한 소리’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만승천자(萬乘天子)라도 식이위대(食以爲大)’라고 했다. 먹는 일이 가장 급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말 속에는 ‘밥’이 들어가는 말이나 밥을 지칭하는 단어가 많다. 먹는 사람, 먹는 때, 밥의 상태, 담는 모양, 형태 등등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불리어 진다.

1. 임금이 먹는 밥 : 수라

2. 양반이나 웃어른이 먹는 밥 : 진지

3. 하인이나 종이 먹는 밥 : 입시

4. 귀신이 먹는 밥 : 메

5. 국이나 물이 없이 먹는 밥 : 강다짐

6. 반찬 없이 먹는 밥 : 매나니

7. 꽁보리밥 : 곱삶이(두 번 삶는다)

8. 반찬이 소금뿐인 밥 : 소금엣밥

9. 남이 먹다 남은 밥 : 대궁밥

10. 남의 눈치를 보아가며 먹는 밥 : 눈칫밥

11. 돈을 내지 않고 거저 얻어먹는 밥 : 공밥

12. 남의 집에 드나들면서 일을 해주고 얻어먹는 밥 : 드난살이밥

13. 김을 맬 때 먹는 밥 : 기승밥

14. 일하는 중간에 먹는 사잇밥 : 새참

15. 밤늦게 먹는 밥 : 밤참

16. 죄수에게 옥사의 구멍으로 넣어주는 밥 : 구메밥

17. 물이 많아 질척한 밥 : 진밥 ↔ 된밥

18. 덜 익은 밥 : 선밥 ↔ 탄밥

19. 타고 익고 설익은 밥 : 삼층밥

20. 아주 된 밥 : 고두밥

21. 술을 빚기 위해 시루에 쪄서 지은 고두밥 : 지에밥 또는 술밥

22. 찬밥에 물을 부어 다시 지은 밥 : 되지기

23. 그릇 위까지 수북이 담은 밥 : 감투밥

24. 밑에는 보리나 잡곡밥을 담고 그 위에 쌀밥을 수북이 담은 밥 : 고깔밥

25. 고깔밥과 비슷하게 잡곡밥을 먼저 담고 그 위에 쌀밥을 담거나, 밥그릇 안에 작은 접시나 그릇을 넣고 위에만 쌀밥을 얹은 밥 : 뚜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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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8일 월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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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꿔다놓은 보릿자루

어떤 자리에서 있으나 마나 존재감이 없거나,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할 때, 혼자서 끼어들지 못하고 가만히 있거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꿔다놓은 보릿자루’ 라고 한다.

연산군의 폭정이 극심해지자, 몇몇 신하들이 그 폭정에 항거하는 거사를 도모하게 되었다. 박원종의 집에 모여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거사순서나 시간 등 세부사항을 확인하며 회의를 몇 차례 거듭하게 되었다. 그들은 기밀이 새어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누가 누군지 구별 못하게 불도 켜지 않고 어둠속에서 회의를 하곤 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성희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앉아있는 사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모인 사람의 숫자를 세어보았는데, 약속한 사람보다 한 사람이 많았다. 놀란 성희안은 그 사실을 박원종에게 보고했고, 박원종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조심스럽게 확인하다가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혹시나 첩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옆집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였던 것이다. 누군가가 그 위에 도포와 갓을 올려놓아 어둠 속에서 사람처럼 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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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어떤 자리에서 있는 둥 없는 둥 말없이 듣고만 있는 사람을 꿔다놓은 보릿자루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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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양아치

‘양아치’는 원래 거지를 뜻하는 말인데, 요즘은 품행이 바르지 못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이고 있다. 양아치는 집집을 전전하며 밥을 얻어먹는 ‘동냥아치’의 준말이다. ‘동냥’은 동령(動鈴)에서 유래된 말로, ‘방울을 흔든다’ 는 뜻이다. 스님들이 탁발을 나가면 염불과 함께 방울을 흔들어 자신의 존재를 집주인에게 알렸는데, 이 방울을 흔드는 ‘동령’이 구걸을 하는 행위와 같은 것으로 인식되면서, 동령이 동냥으로 변하여 자연스레 ‘동냥아치’라는 말이 생겼다.

3. 갈등(葛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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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葛藤)은 서로 의견이 다르거나 이해관계가 얽혀 화합(和合)하지 못하고 충돌(衝突)함을 의미하는데, 칡갈(葛)자와 등나무 등(藤)자로 이루어져 있다. 칡과 등나무는 무언가를 감고 위나 옆으로 뻗어나가려는 성질을 갖고 있는 덩굴식물이다. 그런데 칡나무는 올라갈 때 위에서 보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며 자라고, 등나무는 올라갈 때 위에서 보면 시계방향으로 돌며 자란다. 즉, 서로 자라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갈나무와 등나무를 한자리에 심어놓으면 서로 계속 다른 방향으로 자라서 엉키고 꼬여 풀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두 식물이 서로 얽히고 설킨 모습에서 우리들이 흔히 쓰는 갈등이란 말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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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7일 일요일

우리말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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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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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사를 할 때 ‘수저’를 사용한다. ‘수저’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숟가락의 숟은 쇠를 뜻하고, 가락은 손을 뜻한다. 그러니까 숟가락은 쇠로 된 손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이 쓰던 숟가락이 처음부터 모두 쇠로 된 것은 아니었다. 숟가락은 청동기 시대의 유적에서도 출토되었는데, 당시의 숟가락은 뼈로 만든 것도 있었다고 한다. 젓가락은 숟가락보다 늦게 발달하여 우리 조상들도 처음에는 숟가락만으로 식사를 했다. 그러다 삼국 시대에 와서 비로소 젓가락을 함께 사용하게 되어, 이때부터 수저라는 말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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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도 이쯤부터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쓰기 시작했는데, 음식의 특성상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점차 숟가락의 쓰임이 줄어들고 젓가락이 중심이 되었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요즘 중국과 일본 사람들은 주로 젓가락을 사용해서 식사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물요리가 많다보니 숟가락과 젓가락을 여전히 함께 사용하고 있다. 재료도 철이 많이 생산되는 우리나라는 자연히 쇠로 수저를 만들어 쓰게 되었고, 일본은 쇠 대신 나무로 수저를 만들어 쓰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2. 야단법석

‘야단법석(野壇法席)은 《불교대사전》에 나오는 말이다. ‘야단(野壇)’이란 ‘야외에 세운 단’이란 뜻이고, ‘법석(法席)’은 ‘불법을 펴는 자리’라는 뜻이다. 즉, ‘야외에 자리를 마련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라는 뜻이다. 사월초파일 같은 날에는 많은 신도들이 절을 찾아오기 때문에 법당이 좁아 많은 사람들을 다 수용할 수 없으므로 야외에 단을 펴고 설법을 하는 것이다. 그처럼 말씀을 듣고자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석가가 야외에 단을 펴고 설법을 할 때 최대 규모의 사람이 모인 것은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했을 때로 무려 3백만 명이나 모였다고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 질서가 없고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하게 된다.

이처럼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서로 다투고 떠들고 경황이 없고 시끌벅적한 상태를 가리켜 ‘야단법석’이라고 일반화되어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게 되었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야단법석을 떤다”라고 할 때의 야단법석은 ‘惹端법석’ 으로 한자 한글의 복합어이다. 한자 자체의 뜻이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떠들썩하고 부산스럽게 굴다’는 의미의 야단(惹端)이다. 사전에 따라서는 이때도 법석을 法席이라는 한자로 쓰기도 한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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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님 덕에 나팔 분다

옛날에는 고을의 사또가 가마를 타고 행차 할 때 항상 나팔수가 먼저 앞장서서 나팔을 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나팔 소리로 \아, 원님이 행차하시는구나.\하고 알리는 것이다. 나팔수 옆에서는 "어이~, 원님 행차하신다. 길을 비켜라~." 하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 백성들은 길 옆으로 물러나 머리를 조아렸다. 백성들은 원님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지만, 나팔수는 맨 앞에 있다 보니 덩달아 백성들의 절을 받게 된다. 지위가 낮은 사람이 언제 백성들의 인사를 받아 보겠는가. 원님 행차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러니까 \원님 덕에 나팔 분다.\는 말은 다른 사람 덕분에 자기도 덩달아 이익을 볼 때 하는 말이다.

2. 난장판

난장(-場)은 5일장 또는 7일장처럼 정해진 장날 외에 특별히 며칠 간 임시로 개설한 장을 말한다. 특산물이 집산되는 시기에 주로 열렸다. 이 때가 되면 온갖 놀이패와 투전꾼, 건달이 모여들고, 각종 연희가 베풀어지며, 사기·도박·싸움이 일어나는 등 시끌벅적한 장이 열린다. 이 무질서한 상황을 ‘난장판’이라고 표현하는데, 원래는 시장과는 관계없는 과거시험장에서 유래된 말이다.

옛날에 관리가 되는 방법은 요즘의 국가고시처럼 과거시험을 치러야 했다. 과거시험은 원래 3년마다 한 번씩 치르는 게 원칙인데, 왕자가 태어나는 등 나라에 기쁜 일이 있으면 수시로 특별 시험도 실시했다. 과거시험을 보는 곳에는 전국에서 선비들이 몰려들어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하였다. 특히 나라가 어지러웠던 조선 후기에는 과거장이 질서가 없고 엉망이었다고 한다. 과거 시험장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온갖 부정행위가 난무하였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주먹패를 동원하는 일이 예사였고,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밤 새워 줄을 서 있다가, 시험장에 문이 열리면 수만 명이 한꺼번에 돌진하는 바람에 실제로 깔려 죽는 사람이 속출하기까지 하였다. 여러 사람이 어지럽게 뒤엉켜 떠들어대는 이런 과거장의 모습을 ‘난장판’ 이라 했다.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되는가 하면, 채점관과 짜고 답안지에 미리 표시를 해 두거나, 답안지 바꿔치기, 대신 써 주기, 합격자 바꿔치기 등 온갖 수단이 동원되었다. 이렇게 부정 합격한 사람 중에는 나중에 임금 앞에 나아갔을 때 자기 아버지 이름조차 쓰지 못하여 합격이 취소되는 사람도 있었다. 채점관들도 그 많은 답안지를 다 보기가 귀찮아 먼저 낸 답안지를, 그것도 처음 앞대목만 보고서 1차 채점을 마치기도 하였다. 조선 후기의 과거 시험장은 한마디로 통제 불능의 난장판이었던 것이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우리말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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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봉 잡았다

‘봉 잡았다’의 봉(鳳)은 봉황의 봉(鳳)이다. 봉황(鳳凰)은 상상 속의 새인데, 상서로운 새인 만큼 매우 귀하고 훌륭한 사람을 만나거나 일을 얻거나 횡재를 했을 때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봉이 김선달의 이야기에서처럼 속이기 좋고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가리킬 때도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런데 ‘봉황(鳳凰)’의 ‘봉(鳳)’은 수컷을 의미하고, 뒤의 ‘황(凰)’은 암컷을 의미한다. ‘봉 잡았다’는 말은 ‘운수 좋다’는 뜻으로 쓰고, ‘황잡았다’는 ‘운수 나쁘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을 보면 이런 말 하나에서도 그 옛날 뿌리 깊은 ‘남아선호’ ‘남녀차별’을 엿볼 수 있다.

2.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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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修羅는 산스크리트 asur의 음역(音譯)으로 쓴 한자이다. 아소라, 아소락, 아수륜 등으로 표기하며, 약칭은 수라(修羅)라고 하는데 추악하다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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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는 본래 육도 팔부중(八部衆)의 하나로서 고대 인도신화에 나오는 선신(善神)이었는데 후에 하늘과 싸우면서 악신(惡神)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증오심이 가득하여 싸우기를 좋아하므로 전신(戰神)이라고도 한다. 그가 하늘과 싸울 때 하늘이 이기면 풍요와 평화가 오고, 아수라가 이기면 빈곤과 재앙이 온다고 한다. 인간이 선행을 행하면 하늘의 힘이 강해져 이기게 되고, 악행을 행하면 불의가 만연하여 아수라의 힘이 강해진다. 아수라는 얼굴이 셋이고 팔이 여섯인 흉칙하고 거대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타에는 비슈누신의 원반에 맞아 피를 흘린 아수라들이 다시 공격을 당하여 시체가 산처럼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를 아수라장이라 부르는 것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므로 ‘눈뜨고는 볼 수 없는 끔찍하게 흐트러진 현장’ 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러 사람이 무질서하게 마구 떠들어대거나 덤비어 뒤죽박죽이 된 난장판을 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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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보세요

우리나라에서는 전화를 걸 때, 제일 처음 상대방에게 하는 말이 ‘여보세요’ 이다. 왜 “여보세요?”라고 했을까? 우리나라에 처음 전화가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모두 신기하여 어쩔 줄 몰랐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수화기를 귀에 대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렸으니까. 그래서 처음 전화기를 써 보게 된 사람들은 무슨 말을 먼저 할까 고민했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데 혼자 떠드는 것 같아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래서 머뭇거리면서 처음 사용한 말이 바로 ‘여기 좀 봐 주세요.’ 또는 ‘거기 누구 없소?’ 라는 뜻으로 ‘여보세요?’ 라고 하게 되었다. 옛날 사극을 보면 어느 집을 들어갈 때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라고 하는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그와 같은 맥락으로 ‘여보시오’ ‘여보세요’ 라고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까 “여보세요?”하고 조심스럽게 불러 본 것이다. 그 뒤로 전화를 걸고 받을 때는 습관적으로 “여보세요?” 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2024년 4월 6일 토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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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피하다

체면을 구기거나 부끄러운 일을 당했을 때 ‘창피하다’는 말을 쓴다. ‘창피(猖披)’의 ‘창(猖)’은 ‘날뛰다’ ‘어지럽다’ 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전염병이 창궐하다’ 처럼 안 좋은 현상이 커지고 번질 때 쓰인다. ‘피(披)’는 ‘풀어헤친다’는 뜻이다. 풀어헤치면 속이 드러나고, 속에 감추어진 것을 남들에게 보이게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창피(猖披)’라는 말은 옷은 입었으나 제대로 갖추지 못해 헝클어진 모습을 뜻하는 말이고, 옷매무새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너저분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게 되어 부끄럽다는 것이다. 간혹 ‘챙피하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겉모습 뿐 아니라 일을 제대로 못했다거나 양심에 거리끼는 게 있을 때나 떳떳하지 못할 때도 ‘부끄럽다’는 의미로 ‘창피하다’ 는 말을 쓰고, 수줍어서 부끄러울 때도 쓰인다.

2. 동장군

추운 겨울 ‘기상예보’에서 ‘동장군(冬將軍)이 기승을 부린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사람들을 벌벌 떨게 하는 추위를 용맹하고 무서운 장군의 모습에 의인화시킨 말이다. 이 말은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러시아에 쳐들어갔던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됐다. 1812년 나폴레옹은 6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에 쳐들어갔다. 러시아 군대는 별 저항을 하지 않았고, 나폴레옹 군대는 쉽게 모스크바까지 갔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도시는 텅 비어 있고 러시아 황제는 항복은커녕 보이지도 않았다. 나폴레옹은 결국 전투다운 전투는 해보지도 않고 후퇴를 하게 되는데, 그 이유가 추위와 굶주림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투에 진 것이 아니라 추위에 진 것이다. 사람들은 이 일로 러시아의 추위를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추위를 의인화해서 나폴레옹 군대마저 물리친 ‘동장군(冬將軍)’이라고 하게 된 것이다.

3. 딴전을 피우다

할일이 있는데도 제쳐 두고 다른 일을 하거나, 엉뚱한 일을 할때 ‘딴전 피운다’고 한다. 여기서 딴전은 무엇일까? 옛날에 물건을 늘어놓고 파는 가게를 ‘전(廛)’이라고 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할 때 ‘어물전’은 ‘어물을 파는 가게’ 이다. 면포를 파는 가게는 면포전, 종이를 파는 가게는 지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딴전’이란 다른 전(廛), 그러니까 다른 가게를 말한다. ‘딴전을 피우다’ 는 것은 자기네 가게가 있는데도 남의 장사를 봐주거나 다른 곳에 또 일을 벌이는 것이다. 정작 필요한 일은 하지 않고 엉뚱한 일을 하는 것이다. ‘딴청’을 피우다, 또는 ‘한눈 팔다’도 비슷한 경우에 쓰는 말이다. ‘한눈’이란 볼 데를 보지 않고 딴 데를 보는 눈이란 뜻으로, ‘한눈 판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다른 일에 관심을 갖는다는 말이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2024년 4월 5일 금요일

우리말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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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버무리다

‘얼버무리다’는 여러 가지를 한데 뒤섞는다는 뜻의 ‘버무리다’ 앞에 접두사 ‘얼-’이 붙은 것이다. ‘얼-’은 어떤 일을 분명하지 못하게 대충했을 때 앞에 붙이는 말인데, 어떤 말 앞에 ‘얼-’이 붙으면 ‘덜된’ 또는 ‘모자라는’ 뜻이 더해진다.

김치를 담글 때는 소금에 절인 배추에 갖은 양념을 넣고 쓱쓱 버무리고, 나물을 무칠 때에도 깨나 소금 같은 양념을 적당히 넣고 잘 버무려서 먹는다. 이때 제대로 버무리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면’ 음식 맛이 제대로 안날 것이다. 이처럼 ‘얼버무리다’는 제대로 하지 않고 대충 버무린다는 뜻으로, ‘말이나 행동을 분명하지 않게 대충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도 저도 아닌 것을 ‘어중간하다’라 한다거나, 다부지지 못하고 어수룩한 사람을 ‘얼뜨기’ ‘얼간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의미이다. ‘대충하다, 어물어물 넘기다, 어물거리다, 어름어름하다’ 같은 말들도 비슷한 상황에서 쓰는 말들이다.

2. 옹고집

억지가 심하고 자기 생각만 우기는 고집 센 사람이나 그런 성질을 ‘옹고집’이라고 한다. 옹고집은 《옹고집전》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인데 고집이 세고 심술 사나운데다가 몹시 인색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불효막심하기까지. 어느 날 어떤 도사가 보다 못해 옹고집을 혼내 주려고 도술로 짚으로 가짜 옹고집을 만들어 그 집으로 보냈다. 진짜 옹고집과 똑같이 생긴 가짜 옹고집 때문에 오히려 진짜 옹고집은 가짜로 몰려 쫓겨나게 되었다. 옹고집은 거지꼴로 다니며 갖은 고생을 하다가 끝내는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 그러자 도사가 나타나 그를 구해 주고, 가짜 옹고집을 물리칠 부적도 주었다. 옹고집은 이 일을 계기로 크게 뉘우치고 새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옹고집(壅固執)은 이름에서부터 그 뜻을 읽을 수 있듯이 ‘옹(壅)’은 ‘꽉 막혔다’는 뜻이고, ‘고(固)’는 ‘단단하다’ ‘한결같다’는 뜻이다. ‘집(執)’은 ‘꽉 쥐다’ ‘잡다’ ‘지키다’ 라는 뜻이다. 그야말로 꽉 막힌 고집쟁이라는 것이다. 우둔하면서 고집이 센 사람을 일컫는 말로 ‘벽창호’도 있다. 벽창호는 ‘벽창우’가 변한 말인데, 뒤에 붙은 ‘우(牛)’는 ‘소’라는 뜻이고, 앞의 ‘벽창’은 평안북도 ‘벽동’과 ‘창성’에서 앞 글자만 딴 것이다. 벽동과 창성 지방의 소가 억세고 무뚝뚝해서 말을 잘 안 들었기 때문에 ‘고집불통’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 제공 : KIMSEM과 함께 역사 다시보기

우리말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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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척지다

‘서로 원한을 품고 미워하다’ ‘등을 돌리고 원수지다’ 는 뜻으로 사용되는 ‘척지다’는 원래 소송과 관련된 말이다. 소송이 제기되면 재판을 열어 옳고 그름을 가리게 되는데, 소송을 거는 사람을 원고, 상대방을 피고라고 한다. 조선 시대에도 개인 사이의 다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소송을 제기하고 재판을 열었다. 당시의 재판관은 각 고을의 수령(사또, 원님)이었다. 이때 소송을 당하는 피고를 ‘척’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척지다’는 ‘소송을 걸어 다른 사람을 피고로 만들다’는 뜻이다. 원고와 피고는 서로 자신이 옳다고 다투게 되므로 사이가 좋을 리가 없고, 심하면 원수지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원수가 되거나, 사이가 나빠져서 등을 돌리게 되었을 때 ‘척지다’ 라고 하는 것이다.

2. 근사하다

요즘 ‘근사하다’는 말은 ‘그럴듯하다’ ‘괜찮다’ ‘좋다’ ‘멋지다’ 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 하지만 이 말은 원래 ‘근사(近似)’ 라고 하는 한자의 뜻 그대로 ‘거의 같다’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수학용어로도 ‘근사치(近似値)’ 라고 하면 ‘가까운 값’ ‘거의 같은 값’ 이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 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 라든지 ‘여러 사람의 작품이 근사해서 개성이 없다’는 식으로 쓰여지는 것이 원래의 단어 뜻이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뜻이 변하여 ‘그럴듯하다’ ‘멋있다’ ‘썩 좋다’ ‘괜찮다’ 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3. 숨바꼭질

요즘 아이들에게는 잊혀진 놀이일지는 모르지만, 어린 시절 온 동네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 중에 ‘숨바꼭질’이라는 것이 있다. 한 명이 술래가 되어 숨은 사람을 찾고, 술래에게 들킨 사람은 다음 술래가 되는 놀이이다. ‘숨바꼭질’이라는 말은 ‘물속으로 숨었다 나왔다 하는 것’을 뜻하는 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옛날에 쓰던 말 중에 ‘숨박곡질’과 ‘숨박굼질’이 있는데, 숨을 바꾸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숨을 바꾼다는 것은 물속에 들어갔다가 숨을 쉬러 나오는 것을 말하는데, 지금도 남쪽지방 사투리에는 ‘숨바꿈쟁이’라고 해서 잠수부를 뜻하는 말이다. 이 ‘숨박곡질’이란 말이 소리가 변해 ‘숨바꼭질’이 되었고, 뜻도 원래의 뜻에서 더 넓어져, 무엇이 보였다 숨었다 하는 일이나, 숨고 찾는 아이들 놀이를 뜻하게 된 것이다.

숨바꼭질과 같은 말로 ‘술래잡기’가 있다. 숨은 아이들을 찾는 역할을 술래라고 하는데, 이것은 ‘순라’에서 온 말이다. 조선 시대에는 밤이 되면 도성 안에 통행금지를 실시하고 도둑이나 화재를 막기 위해 포졸들이 도성 안을 살피며 돌았는데, 이 포졸을 ‘순라’ 또는 ‘순라꾼’이라고 했다. 이 순라가 ‘술라’로 소리 나다가 ‘술래’로 변한 것이다. 숨은 사람을 찾으러 다닌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 제공 : KIMSEM과 함께 역사 다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