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봉 잡았다
‘봉 잡았다’의 봉(鳳)은 봉황의 봉(鳳)이다. 봉황(鳳凰)은 상상 속의 새인데, 상서로운 새인 만큼 매우 귀하고 훌륭한 사람을 만나거나 일을 얻거나 횡재를 했을 때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봉이 김선달의 이야기에서처럼 속이기 좋고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가리킬 때도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런데 ‘봉황(鳳凰)’의 ‘봉(鳳)’은 수컷을 의미하고, 뒤의 ‘황(凰)’은 암컷을 의미한다. ‘봉 잡았다’는 말은 ‘운수 좋다’는 뜻으로 쓰고, ‘황잡았다’는 ‘운수 나쁘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을 보면 이런 말 하나에서도 그 옛날 뿌리 깊은 ‘남아선호’ ‘남녀차별’을 엿볼 수 있다.
2. 아수라장
"阿修羅는 산스크리트 asur의 음역(音譯)으로 쓴 한자이다. 아소라, 아소락, 아수륜 등으로 표기하며, 약칭은 수라(修羅)라고 하는데 추악하다라는 뜻이다.
", "아수라는 본래 육도 팔부중(八部衆)의 하나로서 고대 인도신화에 나오는 선신(善神)이었는데 후에 하늘과 싸우면서 악신(惡神)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증오심이 가득하여 싸우기를 좋아하므로 전신(戰神)이라고도 한다. 그가 하늘과 싸울 때 하늘이 이기면 풍요와 평화가 오고, 아수라가 이기면 빈곤과 재앙이 온다고 한다. 인간이 선행을 행하면 하늘의 힘이 강해져 이기게 되고, 악행을 행하면 불의가 만연하여 아수라의 힘이 강해진다. 아수라는 얼굴이 셋이고 팔이 여섯인 흉칙하고 거대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인도의 서사시 마하바라타에는 비슈누신의 원반에 맞아 피를 흘린 아수라들이 다시 공격을 당하여 시체가 산처럼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를 아수라장이라 부르는 것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므로 ‘눈뜨고는 볼 수 없는 끔찍하게 흐트러진 현장’ 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러 사람이 무질서하게 마구 떠들어대거나 덤비어 뒤죽박죽이 된 난장판을 뜻하기도 한다.
",3. 여보세요
우리나라에서는 전화를 걸 때, 제일 처음 상대방에게 하는 말이 ‘여보세요’ 이다. 왜 “여보세요?”라고 했을까? 우리나라에 처음 전화가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모두 신기하여 어쩔 줄 몰랐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수화기를 귀에 대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렸으니까. 그래서 처음 전화기를 써 보게 된 사람들은 무슨 말을 먼저 할까 고민했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데 혼자 떠드는 것 같아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래서 머뭇거리면서 처음 사용한 말이 바로 ‘여기 좀 봐 주세요.’ 또는 ‘거기 누구 없소?’ 라는 뜻으로 ‘여보세요?’ 라고 하게 되었다. 옛날 사극을 보면 어느 집을 들어갈 때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라고 하는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그와 같은 맥락으로 ‘여보시오’ ‘여보세요’ 라고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까 “여보세요?”하고 조심스럽게 불러 본 것이다. 그 뒤로 전화를 걸고 받을 때는 습관적으로 “여보세요?” 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