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9일 화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아닌 밤중에 홍두깨

이 말은 별안간 불쑥 어떤 일을 당했다거나, 뜬금없이 누군가가 찾아왔을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이다. ‘홍두깨’는 요즘 별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므로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아마 다 아실 것이다. 과거 무명옷을 입던 시절, 빨래를 다듬이질 하는 방망이나 그 방망이 보다 훨씬 기다란 몽둥이에 빨래 감을 둘둘 감아 다듬이질 하던 그런 물건을 홍두깨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홍두깨는 이렇게 옷감을 감아 다듬이질하는 굵고 둥근 몽둥이를 가리키지만, 한편으로 홍두깨는 조선왕조 시대부터 남자의 성기로 풍자되어 왔다. 조선시대에는 유교가 사회적 규범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젊은 여인이 남편을 잃고 나면 평생 수절을 해야 했다. 그런데 동네 바람둥이나 한량들이 그냥 놔 둘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남자들이 야밤에 몰래 월담을 하거나 갖은 수법으로 은밀히 접근하여 정분을 맺는 일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이렇게 한 번 내통을 하게 되면, 남자는 욕정을 참지 못하고 틈만 나면 찾아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남편을 잃은 여인이 외간 남자와 정분이 나면 온전히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여인의 입장에서는, 은밀히 정분을 맺은 남자가 내심 그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가 찾아오는 것이 무척이나 두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예고도 없이 백주 대낮에 남정네가 찾아왔다면 얼마나 놀라고 난감할 것인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란 밤중이 아닌 백주 대낮에 예고도 없이 불쑥 남정네가 찾아왔을 때처럼 너무나 놀랍고 황당할 때 은유적으로 쓰인다. 덧붙여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라고 하면, ‘너무나 놀랍고 황당하기가 이를 때가 없다’는 것이다.

2.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말을 할 때 쓰이는 말이다. ‘봉창’이란 한옥에 있는 작은 창문 중의 하나이다. 벽에 구멍을 뚫어 창틀 없이 종이만 발라 놓아 빛이 투과되어 들어오게 만든 것이다.

‘자다가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문인 줄 알고 열기 위해서 봉창을 두드리며 내는 소리’ 라는 의미로, 즉 ‘너무나 엉뚱한 소리’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