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꿔다놓은 보릿자루
어떤 자리에서 있으나 마나 존재감이 없거나,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할 때, 혼자서 끼어들지 못하고 가만히 있거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꿔다놓은 보릿자루’ 라고 한다.
연산군의 폭정이 극심해지자, 몇몇 신하들이 그 폭정에 항거하는 거사를 도모하게 되었다. 박원종의 집에 모여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거사순서나 시간 등 세부사항을 확인하며 회의를 몇 차례 거듭하게 되었다. 그들은 기밀이 새어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누가 누군지 구별 못하게 불도 켜지 않고 어둠속에서 회의를 하곤 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성희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앉아있는 사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모인 사람의 숫자를 세어보았는데, 약속한 사람보다 한 사람이 많았다. 놀란 성희안은 그 사실을 박원종에게 보고했고, 박원종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조심스럽게 확인하다가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혹시나 첩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옆집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였던 것이다. 누군가가 그 위에 도포와 갓을 올려놓아 어둠 속에서 사람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 후, 어떤 자리에서 있는 둥 없는 둥 말없이 듣고만 있는 사람을 꿔다놓은 보릿자루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2. 양아치
‘양아치’는 원래 거지를 뜻하는 말인데, 요즘은 품행이 바르지 못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이고 있다. 양아치는 집집을 전전하며 밥을 얻어먹는 ‘동냥아치’의 준말이다. ‘동냥’은 동령(動鈴)에서 유래된 말로, ‘방울을 흔든다’ 는 뜻이다. 스님들이 탁발을 나가면 염불과 함께 방울을 흔들어 자신의 존재를 집주인에게 알렸는데, 이 방울을 흔드는 ‘동령’이 구걸을 하는 행위와 같은 것으로 인식되면서, 동령이 동냥으로 변하여 자연스레 ‘동냥아치’라는 말이 생겼다.
3. 갈등(葛藤)
"갈등(葛藤)은 서로 의견이 다르거나 이해관계가 얽혀 화합(和合)하지 못하고 충돌(衝突)함을 의미하는데, 칡갈(葛)자와 등나무 등(藤)자로 이루어져 있다. 칡과 등나무는 무언가를 감고 위나 옆으로 뻗어나가려는 성질을 갖고 있는 덩굴식물이다. 그런데 칡나무는 올라갈 때 위에서 보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며 자라고, 등나무는 올라갈 때 위에서 보면 시계방향으로 돌며 자란다. 즉, 서로 자라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갈나무와 등나무를 한자리에 심어놓으면 서로 계속 다른 방향으로 자라서 엉키고 꼬여 풀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두 식물이 서로 얽히고 설킨 모습에서 우리들이 흔히 쓰는 갈등이란 말이 만들어졌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