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원님 덕에 나팔 분다
옛날에는 고을의 사또가 가마를 타고 행차 할 때 항상 나팔수가 먼저 앞장서서 나팔을 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나팔 소리로 \아, 원님이 행차하시는구나.\하고 알리는 것이다. 나팔수 옆에서는 "어이~, 원님 행차하신다. 길을 비켜라~." 하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 백성들은 길 옆으로 물러나 머리를 조아렸다. 백성들은 원님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지만, 나팔수는 맨 앞에 있다 보니 덩달아 백성들의 절을 받게 된다. 지위가 낮은 사람이 언제 백성들의 인사를 받아 보겠는가. 원님 행차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러니까 \원님 덕에 나팔 분다.\는 말은 다른 사람 덕분에 자기도 덩달아 이익을 볼 때 하는 말이다.
2. 난장판
난장(-場)은 5일장 또는 7일장처럼 정해진 장날 외에 특별히 며칠 간 임시로 개설한 장을 말한다. 특산물이 집산되는 시기에 주로 열렸다. 이 때가 되면 온갖 놀이패와 투전꾼, 건달이 모여들고, 각종 연희가 베풀어지며, 사기·도박·싸움이 일어나는 등 시끌벅적한 장이 열린다. 이 무질서한 상황을 ‘난장판’이라고 표현하는데, 원래는 시장과는 관계없는 과거시험장에서 유래된 말이다.
옛날에 관리가 되는 방법은 요즘의 국가고시처럼 과거시험을 치러야 했다. 과거시험은 원래 3년마다 한 번씩 치르는 게 원칙인데, 왕자가 태어나는 등 나라에 기쁜 일이 있으면 수시로 특별 시험도 실시했다. 과거시험을 보는 곳에는 전국에서 선비들이 몰려들어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하였다. 특히 나라가 어지러웠던 조선 후기에는 과거장이 질서가 없고 엉망이었다고 한다. 과거 시험장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온갖 부정행위가 난무하였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주먹패를 동원하는 일이 예사였고,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밤 새워 줄을 서 있다가, 시험장에 문이 열리면 수만 명이 한꺼번에 돌진하는 바람에 실제로 깔려 죽는 사람이 속출하기까지 하였다. 여러 사람이 어지럽게 뒤엉켜 떠들어대는 이런 과거장의 모습을 ‘난장판’ 이라 했다.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되는가 하면, 채점관과 짜고 답안지에 미리 표시를 해 두거나, 답안지 바꿔치기, 대신 써 주기, 합격자 바꿔치기 등 온갖 수단이 동원되었다. 이렇게 부정 합격한 사람 중에는 나중에 임금 앞에 나아갔을 때 자기 아버지 이름조차 쓰지 못하여 합격이 취소되는 사람도 있었다. 채점관들도 그 많은 답안지를 다 보기가 귀찮아 먼저 낸 답안지를, 그것도 처음 앞대목만 보고서 1차 채점을 마치기도 하였다. 조선 후기의 과거 시험장은 한마디로 통제 불능의 난장판이었던 것이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