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척지다
‘서로 원한을 품고 미워하다’ ‘등을 돌리고 원수지다’ 는 뜻으로 사용되는 ‘척지다’는 원래 소송과 관련된 말이다. 소송이 제기되면 재판을 열어 옳고 그름을 가리게 되는데, 소송을 거는 사람을 원고, 상대방을 피고라고 한다. 조선 시대에도 개인 사이의 다툼이 해결되지 않을 때는 소송을 제기하고 재판을 열었다. 당시의 재판관은 각 고을의 수령(사또, 원님)이었다. 이때 소송을 당하는 피고를 ‘척’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척지다’는 ‘소송을 걸어 다른 사람을 피고로 만들다’는 뜻이다. 원고와 피고는 서로 자신이 옳다고 다투게 되므로 사이가 좋을 리가 없고, 심하면 원수지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원수가 되거나, 사이가 나빠져서 등을 돌리게 되었을 때 ‘척지다’ 라고 하는 것이다.
2. 근사하다
요즘 ‘근사하다’는 말은 ‘그럴듯하다’ ‘괜찮다’ ‘좋다’ ‘멋지다’ 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 하지만 이 말은 원래 ‘근사(近似)’ 라고 하는 한자의 뜻 그대로 ‘거의 같다’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수학용어로도 ‘근사치(近似値)’ 라고 하면 ‘가까운 값’ ‘거의 같은 값’ 이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 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 라든지 ‘여러 사람의 작품이 근사해서 개성이 없다’는 식으로 쓰여지는 것이 원래의 단어 뜻이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뜻이 변하여 ‘그럴듯하다’ ‘멋있다’ ‘썩 좋다’ ‘괜찮다’ 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3. 숨바꼭질
요즘 아이들에게는 잊혀진 놀이일지는 모르지만, 어린 시절 온 동네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 중에 ‘숨바꼭질’이라는 것이 있다. 한 명이 술래가 되어 숨은 사람을 찾고, 술래에게 들킨 사람은 다음 술래가 되는 놀이이다. ‘숨바꼭질’이라는 말은 ‘물속으로 숨었다 나왔다 하는 것’을 뜻하는 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옛날에 쓰던 말 중에 ‘숨박곡질’과 ‘숨박굼질’이 있는데, 숨을 바꾸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숨을 바꾼다는 것은 물속에 들어갔다가 숨을 쉬러 나오는 것을 말하는데, 지금도 남쪽지방 사투리에는 ‘숨바꿈쟁이’라고 해서 잠수부를 뜻하는 말이다. 이 ‘숨박곡질’이란 말이 소리가 변해 ‘숨바꼭질’이 되었고, 뜻도 원래의 뜻에서 더 넓어져, 무엇이 보였다 숨었다 하는 일이나, 숨고 찾는 아이들 놀이를 뜻하게 된 것이다.
숨바꼭질과 같은 말로 ‘술래잡기’가 있다. 숨은 아이들을 찾는 역할을 술래라고 하는데, 이것은 ‘순라’에서 온 말이다. 조선 시대에는 밤이 되면 도성 안에 통행금지를 실시하고 도둑이나 화재를 막기 위해 포졸들이 도성 안을 살피며 돌았는데, 이 포졸을 ‘순라’ 또는 ‘순라꾼’이라고 했다. 이 순라가 ‘술라’로 소리 나다가 ‘술래’로 변한 것이다. 숨은 사람을 찾으러 다닌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 제공 : KIMSEM과 함께 역사 다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