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심금을 울리다
석가모니 주변에는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제자들이 많이 모여 들었는데, ‘스로오나’도 그 중 하나였다. 스로오나는 몸과 마음을 다해 누구보다 열심히 수행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깨달음의 길이 보이지 않자 조바심이 나고 지치기 시작했다. 그런 스로오나에게 석가모니가 다가와 거문고를 비유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거문고의 줄이 지나치게 팽팽하거나 느슨하면 고운 소리를 낼 수 없는 것처럼, 수행 역시 너무 강하거나 약하지 않도록 알맞게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부처님은 마음을 거문고에 비유해 제자에게 깨달음의 길을 일러 준 것이다. 무언가에 자극을 받아 마음이 움직일 때 ‘심금(心琴)을 울린다’고 하는데 ‘심금’이란 마음의 거문고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마음의 거문고는 바로 이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심금을 울린다는 것과 같은 뜻으로 ‘감동(感動)’이라는 말도 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감격(感激)’은 크게 감동했을 때 쓰는 말이다.
2. 짬밥
‘짬밥’은 군대에서 유래된 말로 보인다. 어원을 ‘잔반(殘飯)’으로 보는데, ‘잔반’은 먹고 남은 밥이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에게 남은 밥을 먹였을 리는 없고, 아마도 과거 부실한 군대밥을 비꼬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잔반’은 빨리 발음하면 ‘잠반’이 되는데, 첫소리를 되게 발음하는 경향 때문에 ‘짬반’이 되고, ‘반’은 한글 ‘밥’으로 바뀐 것이다. ‘짬밥’이 된소리 ‘짬빱’으로 변형되고, ‘짬’이 다시 분리돼 ‘짬통, 짬당번’ 등으로까지 용법이 확대되게 되었다. 군대에서 만들어진 ‘짬밥’은 군대 밖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짬밥을 많이 먹었다는 것은 그만큼 군대생활을 오래 했다는 것이고, 그에 비례해 계급이 높고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사회에서도 ‘짬밥’ 혹은 ‘짬밥 수’는 경험과 경력,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지위를 뜻한다. 이때의 ‘짬밥’은 이제 원래의 의미인 ‘남은 음식(잔반)’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3. 선술집
‘선술집’은 ‘선술’과 ‘집’이 결합된 형이다. ‘선’은 동사 ‘서다(立)’의 관형사형이고, ‘술’은 ‘酒’이므로 ‘선술’은 ‘서서 먹는 술’로 해석된다. ‘서서 먹는 술(선술)’을 파는 집이 바로 ‘선술집’이다. ‘선술집’에서는 백 잔을 마셔도 꼭 서서 마시고 앉지 못하는 불문율이 있었다고 한다. 앉아서 마시기라도 하면 다른 패의 술꾼들이 버르장머리 없다고 시비를 걸어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고 한다. 세월 따라 ‘선술집’ 형태는 달라졌지만, 서서 먹는 방식만은 그대로 이어져, 1960년대까지만 해도 곳곳에 술청 앞이나 드럼통을 사이에 두고 삼삼오오 서서 술을 마시는 싸구려 ‘선술집’이 많았다고 한다. 요즘은 꼭 서서 먹지 않더라도 저렴하고 서민적인 술집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선술집’이라는 말은 옛 문헌에는 등장하지 않고, 민태원 소설 ‘부평초’(1920년)에서 처음 발견된다. 그래서 이 말의 생성 시기를 1910년으로 잡기도 하나 그닥 미더운 근거는 없다. 사전으로는 ‘조선어사전’(1938년)에 처음 올라 있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