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얼버무리다
‘얼버무리다’는 여러 가지를 한데 뒤섞는다는 뜻의 ‘버무리다’ 앞에 접두사 ‘얼-’이 붙은 것이다. ‘얼-’은 어떤 일을 분명하지 못하게 대충했을 때 앞에 붙이는 말인데, 어떤 말 앞에 ‘얼-’이 붙으면 ‘덜된’ 또는 ‘모자라는’ 뜻이 더해진다.
김치를 담글 때는 소금에 절인 배추에 갖은 양념을 넣고 쓱쓱 버무리고, 나물을 무칠 때에도 깨나 소금 같은 양념을 적당히 넣고 잘 버무려서 먹는다. 이때 제대로 버무리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면’ 음식 맛이 제대로 안날 것이다. 이처럼 ‘얼버무리다’는 제대로 하지 않고 대충 버무린다는 뜻으로, ‘말이나 행동을 분명하지 않게 대충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도 저도 아닌 것을 ‘어중간하다’라 한다거나, 다부지지 못하고 어수룩한 사람을 ‘얼뜨기’ ‘얼간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의미이다. ‘대충하다, 어물어물 넘기다, 어물거리다, 어름어름하다’ 같은 말들도 비슷한 상황에서 쓰는 말들이다.
2. 옹고집
억지가 심하고 자기 생각만 우기는 고집 센 사람이나 그런 성질을 ‘옹고집’이라고 한다. 옹고집은 《옹고집전》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인데 고집이 세고 심술 사나운데다가 몹시 인색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불효막심하기까지. 어느 날 어떤 도사가 보다 못해 옹고집을 혼내 주려고 도술로 짚으로 가짜 옹고집을 만들어 그 집으로 보냈다. 진짜 옹고집과 똑같이 생긴 가짜 옹고집 때문에 오히려 진짜 옹고집은 가짜로 몰려 쫓겨나게 되었다. 옹고집은 거지꼴로 다니며 갖은 고생을 하다가 끝내는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 그러자 도사가 나타나 그를 구해 주고, 가짜 옹고집을 물리칠 부적도 주었다. 옹고집은 이 일을 계기로 크게 뉘우치고 새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옹고집(壅固執)은 이름에서부터 그 뜻을 읽을 수 있듯이 ‘옹(壅)’은 ‘꽉 막혔다’는 뜻이고, ‘고(固)’는 ‘단단하다’ ‘한결같다’는 뜻이다. ‘집(執)’은 ‘꽉 쥐다’ ‘잡다’ ‘지키다’ 라는 뜻이다. 그야말로 꽉 막힌 고집쟁이라는 것이다. 우둔하면서 고집이 센 사람을 일컫는 말로 ‘벽창호’도 있다. 벽창호는 ‘벽창우’가 변한 말인데, 뒤에 붙은 ‘우(牛)’는 ‘소’라는 뜻이고, 앞의 ‘벽창’은 평안북도 ‘벽동’과 ‘창성’에서 앞 글자만 딴 것이다. 벽동과 창성 지방의 소가 억세고 무뚝뚝해서 말을 잘 안 들었기 때문에 ‘고집불통’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 제공 : KIMSEM과 함께 역사 다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