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창피하다
체면을 구기거나 부끄러운 일을 당했을 때 ‘창피하다’는 말을 쓴다. ‘창피(猖披)’의 ‘창(猖)’은 ‘날뛰다’ ‘어지럽다’ 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전염병이 창궐하다’ 처럼 안 좋은 현상이 커지고 번질 때 쓰인다. ‘피(披)’는 ‘풀어헤친다’는 뜻이다. 풀어헤치면 속이 드러나고, 속에 감추어진 것을 남들에게 보이게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창피(猖披)’라는 말은 옷은 입었으나 제대로 갖추지 못해 헝클어진 모습을 뜻하는 말이고, 옷매무새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너저분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게 되어 부끄럽다는 것이다. 간혹 ‘챙피하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겉모습 뿐 아니라 일을 제대로 못했다거나 양심에 거리끼는 게 있을 때나 떳떳하지 못할 때도 ‘부끄럽다’는 의미로 ‘창피하다’ 는 말을 쓰고, 수줍어서 부끄러울 때도 쓰인다.
2. 동장군
추운 겨울 ‘기상예보’에서 ‘동장군(冬將軍)이 기승을 부린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사람들을 벌벌 떨게 하는 추위를 용맹하고 무서운 장군의 모습에 의인화시킨 말이다. 이 말은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러시아에 쳐들어갔던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됐다. 1812년 나폴레옹은 6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에 쳐들어갔다. 러시아 군대는 별 저항을 하지 않았고, 나폴레옹 군대는 쉽게 모스크바까지 갔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도시는 텅 비어 있고 러시아 황제는 항복은커녕 보이지도 않았다. 나폴레옹은 결국 전투다운 전투는 해보지도 않고 후퇴를 하게 되는데, 그 이유가 추위와 굶주림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투에 진 것이 아니라 추위에 진 것이다. 사람들은 이 일로 러시아의 추위를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추위를 의인화해서 나폴레옹 군대마저 물리친 ‘동장군(冬將軍)’이라고 하게 된 것이다.
3. 딴전을 피우다
할일이 있는데도 제쳐 두고 다른 일을 하거나, 엉뚱한 일을 할때 ‘딴전 피운다’고 한다. 여기서 딴전은 무엇일까? 옛날에 물건을 늘어놓고 파는 가게를 ‘전(廛)’이라고 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할 때 ‘어물전’은 ‘어물을 파는 가게’ 이다. 면포를 파는 가게는 면포전, 종이를 파는 가게는 지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딴전’이란 다른 전(廛), 그러니까 다른 가게를 말한다. ‘딴전을 피우다’ 는 것은 자기네 가게가 있는데도 남의 장사를 봐주거나 다른 곳에 또 일을 벌이는 것이다. 정작 필요한 일은 하지 않고 엉뚱한 일을 하는 것이다. ‘딴청’을 피우다, 또는 ‘한눈 팔다’도 비슷한 경우에 쓰는 말이다. ‘한눈’이란 볼 데를 보지 않고 딴 데를 보는 눈이란 뜻으로, ‘한눈 판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다른 일에 관심을 갖는다는 말이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