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이鳳伊 김선달 5편
■ 봉이(鳳伊) 김선달 5편
5. 반대로 그가 한방 먹은 일화도 있다. 동문수학했던 옛 친구가 고을 사또가 되어 부임해 왔는데, 자신에게 인사를 하러 오지도 않는 것을 기분 나빠하여, 그 친구가 물갈이로 복통이 났다는 얘기를 듣자 쥐똥에 참기름 묻힌 것을 약이라고 속여서 그 친구에게 갖다 먹였다. 나중에 그 친구는 속았다는 걸 알고 국화주를 준비해 놨으니 같이 마시자고 김선달을 초대해서는 자기 오줌을 국화주라고 속여 김선달에게 먹여 복수를 제대로 했다고 한다.
6. 어느 한겨울밤에 산골짜기를 헤매다가 조난당할 위기에 처한 김선달이 간신히 불이 켜진 누추한 집을 발견하고 찾아가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아들에게 후한 대접을 받았다. 고향이 어딘지 밝히던 중 평양에 산다는 말에 늙은 아버지가 "그럼 혹시 김선달을 아시오?" 하고 묻는데, 알고 보니 이 아버지는 김선달의 팬이었던 것이다. 겨울이 지나가면 노부(老父)를 모시고 김선달을 뵈러 갈 예정이라는 효자 아들의 말을 듣고 낯이 붉어진 김선달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아버지는 거의 칙사 대접하듯 자기가 캐낸 산삼주로 김선달을 대접하면서 그의 재미난 이야기를 청해 들으며 긴긴 밤을 재미나게 보냈다는 훈훈한 일화도 있다.
7. 한겨울에 얼어붙은 호수에다가 젖은 짚단을 잔뜩 깔아놓고 추수한 이후의 논인 것처럼 속여서 팔아먹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봄이 되어서 논을 산 사람이 다시 찾아와보니 논은 없고 웬 호수만 덩그러니 있었더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
8. 한 번은 겨울이 다가오는데 장작이 부족하자, 김선달은 시장통에 나가 모든 장작 상인들을 죄다 만나고 다니면서 돈은 나중에 주기로 하고 장작을 자기 집에 가져오라고 시켰다. 상인들이 장작을 잔뜩 짊어지고 김선달의 집에 도착하자, 김선달은 "지금은 돈이 준비되지 않았으니 장작은 마당에 던져 놓고 내일 다시 오라" 고 시켰다. 다음 날 상인들이 돈을 받으러 오자, 김선달은 "돈을 구하지 못했으니 미안하지만 그냥 장작을 도로 가져가라" 고 말하자, 상인들은 어쩔 수 없이 자기 장작을 찾아 집어들고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상인들이 떠난 후에 장작이 상하고 부서져서 생긴 잔부스러기가 마당에 한가득 남아 있었고, 그걸 죄다 모아 겨울을 잘 날 수 있었다고 하는 믿을 수 없는 치사하고 야비한 일화도 있다.
9. 가게 주인이 팔다 남은 쉰 죽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에 김선달이 판매를 도와주겠다고 자청했다. 이 때 시골 양반이 죽을 주문하자 김선달은 죽을 줄 때 "이 사람은 식초 맛을 모를 테니 초는 치지 말라"고 했다. 그 양반은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나도 초맛은 아니까 초 좀 쳐오게\ 했다. 그러자, 김선달은 “죽에 초를 쳐서 먹는 건 서울 사람들 식성이오.” 라고 얘기하자, 그 손님은 "잔말 말고 초나 더 쳐오시오"라고 했다. 그리하여 나온 쉰죽은 쉬었던 데다가 초까지 쳤으니 맛이 오죽하랴. 그래도 시골 양반은 시골사람이라고 무시당하기 싫어서 “역시 죽은 초를 쳐야 제 맛이군” 이라고 말하면서 억지로 한 그릇을 다 비웠다고 하는데, 그 사람은 아마도 탈이 나도 단단히 났을 것이다.
- 6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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