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이鳳伊 김선달 4편
■ 봉이(鳳伊) 김선달 4편
봉이 김선달의 일화를 좀 더 살펴보자.
1. 평양 감사의 청으로 뇌물을 겸한 선물인 귀한 벼루(또는 고려청자)를 정승에게 대신 가져다준다. 그런데 아들의 장난으로 (주막에서 만난 기녀와 노는 중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는 가는 길에 술을 진탕 먹었다가 넘어졌다고도 하는 여러 버전이 있다) 벼루가 떨어져서 깨졌다. 이후 한양으로 간 김선달은 정승 집 문지기에게 일부러 시비를 건 다음에 그가 밀쳐서 넘어질 때 이미 깨진 벼루를 땅에 패대기쳐 박살을 내버린 다음 정승에게 벼루를 바치며 문지기 때문에 박살났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것은 사기의 범주를 벗어나서 자해공갈에 가깝다. 그 후 문지기는 어떻게 됐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무사할 리가 없다. 어쨌든 그 정승은 문지기를 나무란 뒤, 평양감사에게 물건을 잘 받았다는 답변을 보냈다고 한다.
2. 나이든 노인을 상대로 한 사기극도 있었다. 김선달이 곡물을 파는 가게의 주인인 노인 앞에서 옷을 잡아당기며 "이게 뭐요?"라고 물어보니 노인이 "옷이오(오시오)." 라고 대답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 다음 잣을 가리키며 "이게 뭐요?" 하니 노인은 "잣이오(자시오)" 라고 했다 하여 잣을 몇 웅큼이나 집어먹었다. 지금도 싼 편이 아니지만, 당시 잣은 꽤나 고가의 물건이었다. 노인은 당연히 값을 치룰 줄 알았지만 김선달은 다 먹은 다음, 노인에게 다시 머리의 갓을 가리키면서 "이게 뭐요?" 라고 물었다. 노인은 "갓이오(가시오)." 라고 대답했고, 김선달은 그 말을 듣고 그냥 가게를 나오다가 노인에게 멱살을 잡혔다. 결국 노인의 아들이 와서 자초지종을 물으니, 김선달은 아들에게 "주인장이 오라고 해서 왔고, 자시라고 해서 자셨고, 가시오라고 해서 갔는데 뭐가 잘못됐단 말이오." 라며 역정을 냈다. 정신이 오락가락할 나이인 아버지를 모신 아들은 아버지가 정신이 나간 줄 알고 김선달을 그냥 보내줬다. 고가의 식품을 무전취식했으면서 멀쩡한 노인을 치매노인으로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3. 잣을 실컷 먹은 김선달은 드디어 배탈이 났다. 급해진 나머지 한 대가댁에 가서 뒷간을 쓰자고 사정을 하니, 문지기가 텃세를 부리며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결국 돈 5냥을 주고 뒤를 본 김선달은 본전 생각이 나서 하루 종일 뒷간에 앉아 있었다. 그 댁 주인마님이 돌아올 시간이 되자 애가 탄 문지기는, 결국 받은 5냥의 몇 배를 돌려주고서야 김선달을 쫓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버전으로는 문지기가 아니라 집에 있던 마님이 돈을 받고 들여줬는데, 의심 많은 서방님이 돌아올 때가 되어 애가 타서 돈을 몇 배로 뜯겼다고 한다.
- 5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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