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일 월요일

춘당춘색 고금동春塘春色 古今同 - 춘당대의 봄빛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태평스런 세월

춘당춘색 고금동春塘春色 古今同 - 춘당대의 봄빛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태평스런 세월

춘당춘색 고금동(春塘春色 古今同) - 춘당대의 봄빛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태평스런 세월

봄 춘(日/5) 못 당(土/10) 봄 춘(日/5) 빛 색(色/0) 예 고(口/2) 이제 금(人/2) 한가지 동(口/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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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작자 미상 소설 ‘春香傳(춘향전)’만큼 널리 사랑받는 작품도 드물 것이다. 판소리로 불리다가 소설로 되어 이본이 120여 종이나 된다고 하고, 창극이나 신소설 등으로 개작되기도 했다. 현대에도 연극, 영화로 수없이 만들어졌으니 알 만하다. 주인공 成春香(성춘향)과 李夢龍(이몽룡)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와 학정을 일삼는 특권 계급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담아 서민들이 더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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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에 있는 춘당대의 봄빛(春塘春色)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古今同)는 멋진 글귀는 이몽룡이 과거를 볼 때 나온 시제였다. 시절이 태평스럽고 무사함을 뜻하는 말로 太平煙月(태평연월)이나 萬里同風(만리동풍)과 같다. 이르는 곳마다 같은 바람이 분다는 말은 먼 곳까지 통일되어 풍속이 같아지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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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학동들이 익히던 五言(오언) 대구모음 推句(추구)에도 뜻이 통하는 구절이 있다. ‘사람의 마음은 아침과 저녁으로 변하나, 산의 색깔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人心朝夕變 山色古今同/ 인심조석변 산색고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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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어떠하든 이몽룡의 응시모습을 보자. 글로는 李白(이백)이요, 글씨는 王羲之(왕희지)라 趙孟頫(조맹부, 頫는 구부릴 부)체를 받아 일필휘지하니 字字(자자)이 批點(비점)이요, 句句(구구)이 貫珠(관주) 받아 龍蛇飛騰(용사비등)하고 平沙落雁(평사낙안)이라 壯元及第(장원급제)는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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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암행어사로 가는 곳이 南原(남원)이라 춘향을 괴롭히는 변사또를 벌하는 부분이 하이라이트였다. 춘향과 사랑을 나누다 1년 만에 응시하여 수석을 하고, 그리고 연고지에 발령받는다는 것은 당시의 相避制(상피제)를 무시한 어림없는 일이었지만 소설의 극적효과를 위한 것이니 이해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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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치르는 춘당대의 시제는 태평세월을 노래하는 것이었어도 남원에 이몽룡 부친의 후임으로 왔던 卞學道(변학도)가 춘향에게 가한 횡포는 이와는 멀다. 이몽룡 어사가 와서 읊은 시는 당시의 학정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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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이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뭇사람의 피요(金樽美酒千人血/ 금준미주천인혈), 옥쟁반의 맛있는 안주는 만 백성의 기름이다(玉盤佳肴萬姓膏/ 옥반가효만성고),“ 피와 기름을 강제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없이 바치게 되는 사람이 많으면 좋은 세상이 아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