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5일 월요일

담박명지淡泊明志 - 마음이 맑고 깨끗해야 뜻을 밝게 펼칠 수 있다. 

담박명지淡泊明志 - 마음이 맑고 깨끗해야 뜻을 밝게 펼칠 수 있다. 

담박명지(淡泊明志) - 마음이 맑고 깨끗해야 뜻을 밝게 펼칠 수 있다.\xa0

맑을 담(氵/8) 머무를 박(氵/5) 밝을 명(日/4) 뜻 지(心/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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諸葛亮(제갈량, 181~234)은 三國志(삼국지)에서 蜀(촉)의 劉備(유비)를 도와 맹활약을 펼친 군사전략가다. 그의 자를 딴 死孔明 走生仲達(사공명 주생중달)은 죽은 뒤 인형으로 적장 司馬仲達(사마중달)을 쫓았다는 전설적 지략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명재상으로 충절로도 이름을 남긴 제갈량은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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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이 남긴 出師表(출사표)는 우국충정이 절절한 명문으로 읽히는데 그에 못지않게 알려진 아들을 위한 글도 남겼다. 그가 죽음을 앞두고 남긴 86자의 편지 ‘誡子書(계자서)’다. 8세가 된 늦둥이 아들 諸葛瞻(제갈첨, 227~263)에게 보낸 배움과 수신에 관한 당부이고 처세의 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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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맑고 깨끗해야(淡泊) 뜻을 밝게 펼칠 수 있다(明志)는 이 성어는 글 중에서도 잘 알려져 서예를 하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구절이다. 첫 부분부터 군자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한다며 이어지는 글에 등장한다. ‘군자의 행동은 마음을 고요히 하여, 몸을 닦고 검소하게 생활하면서 덕을 쌓아야 한다(夫君子之行 靜以修身 儉以養德/ 부군자지행 정이수신 검이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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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넉넉하고 깨끗하지 않으면 뜻이 밝을 수가 없고, 마음을 한 곳에 모아 평온하지 않으면 큰일을 도모할 수 없다(非澹泊無以明志 非寧靜無以致遠/ 비담박무이명지 비녕정무이치원).’ 원문의 澹白(담백)은 淡白(담백)과 같고, 뒤의 寧靜致遠(영정치원)과 함께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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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 다음의 이어지는 글도 학문의 자세를 일러주니 함께 보자. ‘무릇 배움이란 반드시 평온한 마음으로 임해야 하며, 재능은 모름지기 배움에서만 길러진다(夫學須靜也 才須學也/ 부학수정야 재수학야), 배우지 않는다면 재능을 넓힐 수가 없고, 뜻이 없다면 학문을 이룰 수가 없다(非學無以廣才 非志無以成學/ 비학무이광재 비지무이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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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교육을 받은 아들 제갈첨은 곧게 자라 후주 劉禪(유선)의 駙馬(부마)가 되고 환관의 발호를 막는 등 정권을 바로잡으려 애썼다. 魏(위)나라의 총공세에 항복하면 琅耶王(낭야왕)에 봉하겠다는 제의도 뿌리치고 전사했다. 항복하여 즐거움에 나라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는 樂不思蜀(낙불사촉)의 후주와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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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이 빈한한 가정에서 자랐어도 초야에 묻힌 지혜의 臥龍(와룡)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인재를 찾던 유비가 三顧草廬(삼고초려)한 이야기는 잘 알려졌는데 그 때 젊은 공명이 읽었다는 시 구절은 세속에 물들지 않은 꼿꼿한 자세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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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은 하늘 천 길을 날아도 오동나무 아니면 깃들이지 않고(鳳翱翔於千仞兮 非梧不棲/ 봉고상어천인혜 비오불서), 선비는 외로운 땅 쓸쓸히 있어도 참되고 어진 주인이 아니면 따르지 않네(士伏處於一方兮 非主不依/ 사복처어일방혜 비주불의).’ 翱는 날 고, 翺(고)와 같다. 곧은 자세로 높은 지위에 있었어도 주위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던 그는 공직자의 표상이기도 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