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청사 모성설朝如靑絲 暮成雪 - 아침에 검은 실 같던 머리칼이 저녁에는 눈같이 희다.
조여청사 모성설(朝如靑絲 暮成雪) - 아침에 검은 실 같던 머리칼이 저녁에는 눈같이 희다.\xa0
아침 조(月/8) 같을 여(女/3) 푸를 청(靑/0) 실 사(糸/6) 저물 모(日/11) 이룰 성(戈/3) 눈 설(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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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병든 몸은 눈 먼 새도 안 앉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사람이 늙고 병들면 누구 한 사람 찾아주지 않아 쓸쓸하다. 그런데도 노인은 젊은 사람들의 청춘의 즐거움을 방해하려는 폭군이라고 폭언하는 세상이다. 누구 한 사람 늙는 것이 좋아 늙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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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은 젊은 시절 가족을 위해, 국가를 위해 애쓰다 보니 어느 새 꼬부라져 있는 사실을 발견한다.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이 빨리 지나간다고 光陰如流(광음여류)라 하고, 그래서 흰 망아지가 빨리 지나가는 모습을 문틈으로 보고 사람의 일생을 잠시라고 여기는 白駒過隙(백구과극, 隙은 틈 극)이라 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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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검푸르고 윤기 흐르던 머리카락(朝如靑絲)이 저녁이면 흰 눈이 덮인 듯 하얗다(暮成雪)는 이 성어도 마찬가지다. 詩仙(시선) 李白(이백, 701~762)의 시구에서 나왔다. 세월이 무심하게 빨리 흘러 어느 덧 인생 말년이 가까웠음을 한탄하는 말이다. 나아가 세상인심이나 습속이 급속도로 변하여 무상함을 비유할 때도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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唐(당)나라의 詩聖(시성) 杜甫(두보)와 함께 李杜(이두)로 일컬어지는 이백은 술을 좋아하고 술에 관한 시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술잔을 들고 달에게 물어보는 把酒問月(파주문월)이나 이 성어가 나오는 ‘將進酒(장진주)’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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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드리려 한다’는 뜻의 이 시는 오랜 친구 둘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마음껏 즐기자는 내용이다. 앞부분 내용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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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황하물이 하늘로부터 흘러내리는 것을 보지 못하는가(君不見 黃河之水天上來/ 군불견 황하지수천상래), 여울져 바다에 이르면 다시돌아오지 못하는 것을(奔流到海不復回/ 분류도해불복회), 또 보지 못했는가 고대광실 밝은 거울에서 흰 머리 슬퍼함을(又不見 高堂明鏡悲白髮/ 우불견 고당명경비백발), 아침에는 검푸른 실 같더니 저녁에는 눈이 덮였네(朝如靑絲暮成雪/ 조여청사모성설).’ 짧은 삶을 마음껏 즐기자고 하면서도 인생의 숙명에 대한 걱정도 해학적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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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 나는 검푸른 머리카락이 어느새 눈발이 날리듯이 세월은 짧다. 떵떵거리는 자리에서 거들먹거리는 사람도 어느 순간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신세가 된다. 열흘 붉은 꽃이 없고 보름달도 이지러지게 마련이다.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니 조그만 부나 권세에 집착하다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