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1일 목요일

만수무강萬壽無疆 - 아무런 탈 없이 아주 오래 삶

만수무강萬壽無疆 - 아무런 탈 없이 아주 오래 삶

만수무강(萬壽無疆) - 아무런 탈 없이 아주 오래 삶

일만 만(艹/9) 목숨 수(士/11) 없을 무(灬/8) 지경 강(田/14)

새해가 되었을 때 친지가 서로 만나 인사를 하면서 잘 되기를 바라는 德談(덕담)을 주고받는다. 한때 ‘부자 되세요’란 말이 광고카피나 덕담이나 막론하고 휩쓴 적이 있다. 이 말은 실제 18세기 조선시대 때부터 ‘아들 낳으세요’와 함께 가장 많이 오간 덕담이었다 한다. 세시풍속의 하나인 덕담은 崔南善(최남선)에 의하면 ‘이제 그렇게 되어라’고 축원하는 것이 아니라 ‘벌써 그렇게 되셨다니 축하합니다’라고 경하하는 것이 특색이라 했다.

시대 따라 덕담이 바뀌어도 장수와 행복이 빠질 수는 없다. 지금은 좀 뜸하지만 만세까지 목숨을 유지하고(萬壽) 한이 없이(無疆) 이어지라는 이 성어는 오랫동안 웃어른께 덕담으로 썼던 만큼 고사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친숙하다. 지경 疆(강)에는 한계, 끝이란 의미도 있다. 萬歲無疆(만세무강), 壽考無疆(수고무강)이라 써도 같은 뜻이다.

孔子(공자)가 손수 정리할 만큼 애지중지했다는 ‘詩經(시경)’에 이 말이 나오니 30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녔다. 岐山(기산) 북쪽에 위치했던 豳(빈, 豳은 나라이름 빈) 땅 농민들의 세시생활과 농촌의 정경을 노래한 豳風(빈풍)에 먼저 등장한다. 周公(주공)이 섭정을 그만 두고 나이 어린 조카 成王(성왕)을 세운 뒤 백성들의 농사짓는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 지은 노래라는데 그 부분만 인용해보자. ‘염소와 양을 잡아 어른들 대접하지, 저 공당에 올라가서 뿔 술잔을 높이 들어 만수무강 기원하네(曰殺羔羊 躋彼公堂 稱彼兕觥 萬壽無疆/ 왈살고양 제피공당 칭피시굉 만수무강).’ 羔는 새끼양 고, 躋는 오를 제, 兕는 외뿔소 시, 觥은 뿔잔 굉.

시경 小雅(소아) 편에도 나온다. 白華之什(백화지십, 什은 열사람 십)의 南山有臺(남산유대) 내용도 소개하면. ‘남산에는 뽕나무, 북산에는 버드나무가 있다네. 즐거운 군자여 국가의 영광이로다. 즐거운 군자여 \xa0만수무강하리라(南山有桑 北山有楊 樂只君子 邦家之光 樂只君子 萬壽無疆/ 남산유상 북산유양 낙지군자 방가지광 낙지군자 만수무강).’ 덕성이 있고 지위가 높은 사람을 기리는 내용이다.

세기가 바뀌어 새로운 다짐을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xa02024년이 됐다. 새 날이 밝으면 모두들 희망에 들떠야 할 텐데 지난 해 분위기가 이어지면 기대할 것이 없어 심란해 할 사람은\xa0더 많을 듯하다.\xa0국민들은 내편, 네 편 갈라져 상대방은 전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상반기엔 총선이 기다리고 있어 더욱 치고받고 시끄러울 것이다. 나라를 이끄는 위정자들은 한없이 실망만 안겨주지만 위기를 잘도 넘겨 온 저력을 발휘하여 국민들만이라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희망의 말을 건네자. /\xa0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