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일 화요일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 우리말 나들이

1. 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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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라 할 때의 ‘황’을 ‘누렇다黃’는 뜻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의 ‘황’은 ‘누렇다’는 뜻이 아니라 ‘크다’라는 뜻을 가진 ‘한’에서 나온 말이다. 한(大) 소(牛)에서 나온 말로 ‘큰소’를 의미한다. ’큰길‘을 ’한(大) 길(路)‘로, 황새는 큰새라는 한(大) 새(鳥)로 쓰는 구조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검은 소이든 흰 소이든 간에 덩치가 큰 숫소를 모두 황소라고 부르며, ‘저기 흰 황소가 지나간다’라든가, ‘옆집에 검은 황소가 있다’ 등의 표현도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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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잘나가다가 삼천포(三千浦)로 빠지다

‘삼천포’는 경상남도 남서쪽 끝자락에 자리한 아름다운 항구 도시이다. 기후가 온화하고 해안 경치가 빼어날 뿐만 아니라 먹을거리가 풍부해 그 어느 지역보다 살기 좋은 고장이다. 그런데 ‘삼천포’는 1995년 5월 행정구역 개편 때 사천군(泗川郡)과 합쳐져 ‘사천시’로 바뀌면서 그 이름이 사라졌다. 그래서 행정명칭 상 ‘삼천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삼천포(三千浦)’에 느닷없이 ‘빠지다’가 붙어 ‘삼천포’라는 지명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주게 되었다.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졌다”는 표현에서 보듯이 어떤 목적지를 가려다가 의도하지 않게 삼천포로 잘못 들어섰다는 뜻을 담고 있으니, ‘삼천포’ 사람들에게 별로 유쾌한 표현은 아니다. 이 표현이 언제부터 쓰였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몇 가지 유래설이 있다.

(1) 어떤 장사꾼이 장사가 잘되는 진주로 가려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삼천포로 가게 됐다.

(2) 과거 부산發 진주行 열차는 개양역에서 삼천포행 객차를 분리하여 운행했다. 이때는 반드시 안내 방송으로 진주행 손님과 삼천포행 손님이 객차를 갈아탈 것을 알렸다. 그런데 간혹 객차를 잘못 옮겨 탄 손님이 진주가 아닌 삼천포로 잘못 가게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3) 부산발 순천행 열차는 진주에서 분리하여 삼천포로도 운행을 하였다. 순천으로 가는 손님이 객차를 분리할 때 삼천포행 객차로 잘못 옮겨 타 삼천포까지 가게 되었다.

(4) 진주로 가는 길과 삼천포로 가는 갈림길에서 진주로 가려던 사람이 삼천포로 가는 길로 잘못 접어들어 결국 삼천포까지 가게 되었다.

여러 유래설을 종합해 보면, 공통적으로 원래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길을 잘못 들다’ ‘이야기가 곁길로 빠지다’ ‘어떤 일을 하는 도중에 엉뚱하게 다른 일을 하다’ 등과 같이 나쁜 결과가 나왔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쓰인다. 그러니 삼천포 주민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이 표현보다는 “잘 나가다가 샛길로 빠지다”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쓰는 것이 좋을 듯하다.

♣ 제공 : KIMSEM과 함께 역사 다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