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4일 목요일

요원지화燎原之火 - 언덕에 번지는 불

요원지화燎原之火 - 언덕에 번지는 불

요원지화(燎原之火) - 언덕에 번지는 불

횃불 료(火/12) 언덕 원(厂/8) 갈 지(丿/3) 불 화(火/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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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의 불길이란 말을 쓸 때가 있다. 이 때의 요원이 횃불, 불탄다는 뜻의 燎다. 너른 벌판에 삽시간에 번지는 불길이니 무서운 형세다. 바람이라도 불면 걷잡을 수 없다. 온 산을 물들이는\xa0진달래는\xa0철쭉의 명소인 지리산 바래봉이나 합천의 황매산 등지에\xa0만산의 장관을 보여준다고\xa0봄이오면 매체마다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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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의 불길과 같이 멀리서 본 철쭉도 요원과 다름없다. 이와 함께 이 말은 세력이 매우 대단하여 원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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尙書(상서)라고도 하는 중국 고대의 기록 ‘書經(서경)’ 商書盤庚(상서반경)편에 이 말이 먼저 등장한다. 商(상)나라 반경은 19대 왕의 이름인데 시조 湯王(탕왕)의 10세 손이다. 상나라는 殷(은)나라라고도 부른다. 처음 亳(박, 은나라서울 박)이라는 곳에 도읍을 정했다가 몇 번 옮겨 그 때는 耿(경)이라는 곳이 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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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땅은 비교적 편리한 곳으로 백성들도 만족하고 살았는데 반경이 즉위할 때 홍수가 나 도읍을 옮길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천도가 쉬운 일이 아니고 백성들도 정착지를 바꾸려 하지 않아 왕이 먼저 조정의 문무백관을 불러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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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찌하여 나에게 고하지 않고서 들뜬 말로 부추겨 사람들을 두려움에 빠지게 하는가? 마치 불길이 들판을 태우는 것과 같아서 나아가 가까이 갈 수도 없는데 어찌 그것을 없앨 수 있겠는가(若火之燎于原 不可嚮爾 其猶可撲滅/ 약화지료우원 불가향이 기유가박멸)? 그대들이 스스로 편안치 못하게 한 것이니 내게 허물이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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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를 본다고, 귀찮다고 일을 하려하지 않는 벼슬아치들에게 무엇이 백성을 위한 길인가를 잘 알고 행정을 집행하라는 교훈을 주는 말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