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4일 목요일

학철부어涸轍鮒魚 -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있는 붕어.

학철부어涸轍鮒魚 -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있는 붕어.

학철부어(涸轍鮒魚) -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있는 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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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장이 안 된 길로 수레가 다녀 움푹 팬 곳에 비가 오면 물이 고인다. 곧 비가 그치면 말라붙을 참이다. 그런데 어디서 들어왔는지 그곳에 붕어가 한 마리 들어있다. 붕어의 처지가 어떨까. 바로 ‘독 안의 쥐’ 신세다. 이처럼 바퀴자국 물이 마른 곳(涸轍)에 있는 붕어(鮒魚)라는 비유의 성어는 매우 위급한 처지에 있거나 몹시 고단하고 옹색한 사람을 이른다. 물마를 涸(학) 글자는 잘못 읽기 쉬운 글자로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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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때 道家(도가)의 대표자 莊子(장자)가 쓴 ‘莊子(장자)’에 나온다. 이 책은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 無爲自然(무위자연)을 이상으로 한 그의 철학사상서이자 우수한 문학서다. 寓言寓話(우언우화)의 비유가 많고, 종횡무진한 상상과 표현으로 친근한데 33편 중 外物(외물)편에 이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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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周(장주, 장자의 이름)는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분방의 생활을 즐겼기에 항상 궁색했다. 어느 날 끼니가 떨어져 監河侯(감하후, 하천을 살피는 관리)의 벼슬을 하고 있는 친구를 찾아가 약간의 식량을 꾸어달라고 했다. 도와 줄 생각이 없었던 친구는 그러나 딱 잘라 거절할 수가 없어 2~3일 뒤에 오면 300금을 빌려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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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 급했던 장주는 이렇게 비꼬았다. “이 곳에 올 때 무슨 소리가 나서 살펴봤더니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 속에 한 마리 붕어가 말라죽게 생겼다(車轍中有鮒魚焉/ 거철중유부어언)면서 물 한 되를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남방의 임금을 만나고 오는 길에 강물을 끌어다 주겠다고 했지. 그랬더니 붕어는 한 되가 당장 급한데 나중의 강물이 무슨 소용이랴 하며 나를 욕하더라.” 붕어를 통해 친구를 꾸짖은 것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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