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시술蛾子時術 - 개미새끼가 배우고 익혀 개미집을 짓는다, 부지런히 학문을 닦아 성취하다.
아자시술(蛾子時術) - 개미새끼가 배우고 익혀 개미집을 짓는다, 부지런히 학문을 닦아 성취하다.
누에나방 아(虫/7) 아들 자(子/0) 때 시(日/6) 재주 술(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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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알고 모든 일을 처리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날 때부터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生而知之(생이지지)인데 그것을 말한 孔子(공자)도 모르는 분야에 대해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不恥下問(불치하문)이라며 실제 孔子穿珠(공자천주)는 뽕따는 아낙에게 구슬에 실 꿰는 법을 물었다는 데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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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물로 태어난 개미새끼(蛾子)라도 그 어미가 하는 법을 보고 익혀(時術) 개미집을 짓고 큰 둑을 무너뜨릴 수 있게 된다. 처음부터 잘 알 수는 없어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면 나중에 큰 성과를 이루게 된다는 교훈이다. 누에나방을 말하는 蛾(아)는 개미 蟻(의)의 뜻도 있고, 蛾眉(아미)는 초승달 모양의 예쁜 눈썹을 가진 미인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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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을 열심히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개미의 교훈은 ‘禮記(예기)’에서 비롯됐다. 공자와 그 후학들이 편찬한 유학 五經(오경)의 하나로 學記(학기)편에는 중국 고대의 교육제도를 비롯해 학문을 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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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을 다듬지 않으면 쓸 만한 물건이 되지 못한다(玉不琢 不成器/ 옥불탁 불성기)’,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한다(敎學相長/ 교학상장)’ 등등의 잘 알려진 성어도 이 편의 앞부분에서 나왔다. 이후 夏殷周(하은주)의 교육제도가 이어지는데 25가구마다 塾(숙)이라는 학당이 있었고, 500가구에는 庠(상)이란 학교가, 1만2500가구에는 序(서)라는 교육기관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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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와 제후가 있는 도성에는 大學(대학)을 두고 매년 입학하여 격년마다 시험을 본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문에 힘쓰는지 스승을 공경하는지 벗과 잘 사귀는지를 보아 7년째에 도달하면 小成(소성), 9년에 이르러 사물에 능통하고 주관이 있으면 大成(대성)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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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후라야 백성을 교화시키고 풍속을 개량하며 먼 곳의 사람도 귀의하게 하는 인재로 클 수 있다면서 옛글을 인용한다. ‘개미새끼는 수시로 어미가 하는 일을 따라 배운다(蛾子時術之/ 아자시술지), 그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其此之謂乎/ 기차지위호).’ 작은 개미는 따라 배우는 학도나 문하생을 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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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가 배워 커가듯 사람의 학문도 꾸준히 하면 공을 이룬다는 조선 초기 명신 河崙(하륜)의 멋진 비유도 보자. ‘나무가 생장하기를 오래하면 반드시 산골에 높이 솟고(木之生久 則必聳于巖壑/ 목지생구 즉필용우암학), 물이 흐르기를 오래하면 반드시 바다에 도달한다(水之流久 則必達于溟渤/ 수지류구 즉필달우명발).’ 그런데 부지런히 배우려 해도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이다. 인구가 줄어드는데 따라 학생은 급감하고 대학이 지역부터 문 닫는다. 초중등학교는 시군마다 폐교가 줄 잇는다. 25가구만 있어도 학당이 있었던 옛날의 교육이 꿈같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