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본재말德本財末 - 덕이 근본이고 재물은 맨 나중
덕본재말(德本財末) - 덕이 근본이고 재물은 맨 나중
큰 덕(彳/12) 근본 본(木/1) 재물 재(貝/3) 끝 말(木/1)
德(덕)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이상을 실현해나가는 인격적 능력이라고 사전은 풀이한다. 이렇게 말해도 철학이나 종교의 중심적 과제인 덕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덕이 무엇인가’ 하고 동서양의 철인들이 말한 것도 아리송하다. ‘동등한 모든 사람을 다르게 만드는 것은 덕에 있다’, ‘덕은 힘을 정복한다’ 등은 서양 격언이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군자지덕풍 소인지덕초)’은 孔子(공자)말씀이고, ‘덕은 재주의 주인이요, 재주는 덕의 종(德者才之主 才者德之奴/ 덕자재지주 재자덕지노)’이란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온다.
한 마디로 말할 수 없는 것이 덕이라 해도 유교의 四書(사서)중의 하나인 ‘大學(대학)’에 흥미로운 것을 찾을 수 있다. 대학은 아주 짤막하여 원래 禮記(예기)의 한 편이던 것을 독립시킨 것이다. 經(경) 1장은 공자의 말을 曾子(증자)가 기술했고, 傳(전) 10장은 증자의 제자가 기술했다고 한다. 첫 부분에 ‘대학의 도는 자신의 밝은 덕성을 밝히는 데 있다(大學之道 在明明德/ 대학지도 재명명덕)‘고 나온다. 인간은 누구나 선한 본질을 갖고 태어나는데, 먼지를 벗겨내고 세속의 욕심을 이겨내야 뜻을 이룰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덕은 근본(德本)이고 재물은 말단(財末)이란 이 성어도 선후를 잘 깨달아 근본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덕에 신중을 기하여 덕으로 사람들을 끌어야 한다며 실제는 나라를 다스리는 군자의 마음가짐을 말한 것이지만 일반인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이어지는 말은 이렇다. ‘덕이 근본이고 재물이 말단인데, 근본을 소홀히 하고 말단을 가까이 하면 백성들이 이익을 다투어 서로 빼앗게 된다(德者本也 財者末也 外本內末 爭民施奪/ 덕자본야 재자말야 외본내말 쟁민시탈). 덕이 앞서지 않으면 분란이 끝이 없다는 이야기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깨끗한 재물은 비난받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결탁하여, 다른 사람을 속여, 아니면 부당한 투기로 재산을 끌어 모은 졸부들은 근본인 덕을 무시했기에 세상에 자기뿐인 줄 안다. 또 그 자녀들은 금수저를 갖고 태어나 더 眼下無人(안하무인)의 갑질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덕으로 패한 일 없고 악으로 이룬 일 없다’고 한 옛 가사의 말을 사회에 발 디딜 때부터 빚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에겐 도저히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