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려지기黔驢之技 - 지방 나귀의 보잘 것 없는 재주
검려지기(黔驢之技) - 지방 나귀의 보잘 것 없는 재주
검을 검(黑-4)나귀 려(馬-16)갈 지(丿-3)재주 기(扌-4)
黔(검)은 중국 남서부 四川省(사천성, 쓰촨성) 아래에 있는 貴州省(귀주성, 구이저우성)의 貴(귀)와 함께 한 글자 약칭으로 쓰는 말이다. 귀주에 있는 黔靈山(검령산)이 명승지로서 유명하기 때문에 검자를 따온 것이라 한다. 이 지역은 산악지대라 나귀가 그다지 필요 없는 땅이었다.
이곳에 등장한 나귀가 처음엔 모든 동물의 호기심을 자아냈으나 뒷발질만 잘하는 재주뿐이라는 것을 알아챈 뒤에는 호랑이의 밥이 되고 말았다. 이와 같이 기술의 졸렬함을 비유할 때나 솜씨와 힘이 없음을 모르고, 아무데나 나서 우쭐대다가 스스로 화를 부르는 일을 이르는 성어가 됐다. 黔驢技窮(검려기궁)도 같은 말이고 줄여서 黔驢(검려)라고 쓰기도 한다.
唐(당)나라 문학가로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柳宗元(유종원)이 지은 우화 3편이 있다. 유종원은 일찍 벼슬길에 올랐지만 중앙요직에는 등용되지 못하고 지방을 전전했다. 永州(영주)라는 곳으로 좌천됐을 때 지은 3편의 우화를 합쳐 "三戒(삼계)"라고 하는데 그중 한편인 "黔之驢(검지려)"에 이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 한 호기심 많은 사람이 나귀가 나지 않은 검 지방에 배로 나귀를 한 마리 실어왔다. 그런데 이 사람은 나귀의 쓸모를 몰라 산 밑에 풀어 방목했다. 어느 날 호랑이 한 마리가 생전 처음인 나귀를 숲속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호랑이는 자기보다 큰 체구의 나귀를 神獸(신수)로 생각하고 접근을 못하다 갑자기 큰 울음소리를 내는 바람에 넋을 잃고 달아났다. 며칠을 관찰하던 호랑이는 나귀의 별다른 재주를 발견하지 못하고 슬슬 접근하여 집적거려 보았다. 그래도 나귀는 노하여 뒷발질을 하는 것뿐이라 호랑이는 안심하고 달려들어 나귀의 목을 물어 죽이고 고기를 다 먹어치운 뒤 유유히 사라졌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