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현정破邪顯正 - 그릇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행함
파사현정(破邪顯正) - 그릇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행함
깨뜨릴 파(石/5) 간사할 사(阝/4) 나타날 현(頁/14) 바를 정(止/1)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뜨리고(破邪) 바른 것을 드러낸다(顯正)는 깊은 뜻을 지닌 성어다. 원래 불교 교리에서 나왔다.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악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의미다.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타파하고 배척할 생명체는 없이 모두 존귀한 존재이지만 자비가 널리 번지는 것을 막는 사악한 마귀는 타파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줄여서 破顯(파현)이라고도 쓰고 유가에서 말하는 정의를 지키고 사악한 것을 배척한다는 斥邪衛正(척사위정)이나 僻邪衛正(벽사위정)과도 상통한다.
인도 대승불교에서 시작된 三論宗(삼론종)은 중국에서 크게 번창했고 高句麗(고구려)에 불교를 처음 전한 順道(순도)도 이 종파였다고 한다. 그래서 삼국시대 각국에서도 발전하여 신라의 元曉(원효)나 백제의 慧顯(혜현)이 삼론을 강설했다고 하고 일본으로 전한 불교도 이 종파였다. 중국 삼론종의 중흥조로 추앙받는 隋(수)나라의 吉藏(길장, 549~623)의 저서에 ‘三論玄義(삼론현의)’가 있다. 여기에 이 성어가 나오는 부분을 보자.
‘다만 論(논)에 비록 세 가지가 있지만, 義(의)는 오직 두 가지 길 뿐이다. 첫째는 바른 것을 드러내는 것이요, 둘째는 그릇된 것을 깨뜨리는 것이다. 사악한 것을 깨뜨리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을 건져내고, 바른 것을 드러내면 위로 큰 법이 넓혀진다(但論雖有三 義唯二轍 一曰顯正 二曰破邪 破邪則下拯沈淪 顯正則上弘大法/ 단론수유삼 의유이철 일왈현정 이왈파사 파사즉하증침륜 현정즉상홍대법).’ 轍은 바퀴자국, 흔적 철, 拯은 건질 증, 淪은 빠질 륜. 거짓된 것을 깨뜨리면 밝음이 오지만 이것이 뒤섞여 구분이 안 되니 세상이 어지러운 것이다.
교수선정 성어로 이 말이 등장했는데 거짓과 탐욕, 불의와 부정이 판치는 세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미에서였다. 사악한 것을 버리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시시비비를 가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지만 촛불집회 이후로도 눈앞의 욕심으로 온갖 이합집산과 불의는 여전하여 매년 선정해도 해당하는 성어가 아닐 수 없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