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지지老馬之智 - 늙은 말의 지혜
노마지지(老馬之智) - 늙은 말의 지혜
늙을 로(老/0) 말 마(馬/0) 갈 지(丿/3) 지혜 지(日/8)
늙은 말이면 인간 사회에선 뒷방 늙은이 퇴물이다. 이 늙은 말의 지혜(老馬之智)를 잘 끌어내어 위기를 모면한 이야기에서 이 성어가 나왔다. 작금 우리나라는 모든 문제에서 첨예하게 대립되는 갈등사회다.\xa0
조금도 손해 보려 하지는 않고 상대방의 양보만 강요하여 늘상 시끄럽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원로들의 경험과 지혜가 녹은 일침이다. 하지만 모두 존경하는 종교인 등 원로들이 세상을 뜬 뒤부터는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탓에 웬만해선 어른들이 나서지 않는다. 하찮은 동물 말의 지혜도 빌렸는데 원로들의 경험을 사장할 판이다.
春秋時代(춘추시대, 기원전 770년~403년) 桓公(환공)을 도와 齊(제)나라를 부국의 지위에 올린 명재상 管仲(관중)과 관련된 이야기가 ‘韓非子(한비자)’에 나온다. 환공이 관중과 대부 隰朋(습붕)을 거느리고 소국 孤竹(고죽)을 공격한 일이 있었다. 간단히 제압할 줄 알았던 소국과의 싸움이 의외로 길어져 그해 겨울에야 겨우 철수를 시작했다. 그런데 혹한 속에 귀국을 서두른 나머지 제나라 병사들은 길을 잃고 엉뚱한 곳에서 헤매게 되었다. 이때 관중이 나서 안심시켰다.
\xa0‘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老馬之智). 그들이 우리를 안내해 줄 것이다.’ 앞장세운 말이 고스란히 봄에 왔던 길을 찾아 갔기 때문에 무사히 회군할 수 있었다. 또 한 번은 산길을 행군하다 식수가 떨어져 갈증에 시달렸다. 이번엔 습붕이 나섰다. ‘개미는 겨울철엔 산 남쪽 양지에 집을 짓고 산다. 흙 쌓인 개미집 땅 속을 파면 물이 있는 법이다.’ 군사들이 개미집을 찾아 파 내려가니 과연 물이 나와 갈증을 벗어났다.
‘지혜로운 관중과 습붕이라도 알지 못하는 일에 봉착하면 늙은 말과 개미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그런데도 지금 사람들은 성인의 지혜를 본받을 줄 모른다‘고 2200년이나 앞선 시대에 한비자가 개탄했다.\xa0 /\xa0글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