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5일 금요일

요동지시遼東之豕 - 요동지방의 돼지, 식견이 좁아 제 편하게 해석하다.

요동지시遼東之豕 - 요동지방의 돼지, 식견이 좁아 제 편하게 해석하다.

요동지시(遼東之豕) - 요동지방의 돼지, 식견이 좁아 제 편하게 해석하다.

멀 료(辶/12) 동녘 동(木/4) 갈 지(丿/3) 돼지 시(豕/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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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없거나 식견이 좁아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알지 못하고 제 편한 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이런 사람을 경계하는 속담이 ‘우물 안 개구리’다. 번역한 듯이 같은 井底之蛙(정저지와)와 비슷한 뜻을 가진 성어가 숱하다. 앞서 자주 사용되는 것을 제외하고도 여름 한철을 사는 매미는 겨울의 눈을 알 수 없다는 蟬不知雪(선부지설), 남쪽 지방 越(월)나라의 개는 본적이 없는 눈만 오면 이상하게 여겨 짖는다는 越犬吠雪(월견폐설), 술독 속에 갇힌 초파리 甕裏醯鷄(옹리혜계, 醯는 식혜 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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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遼東(요동)지역은 한반도와 인접한 遼寧省(요녕성)의 남부로 본토에서 보면 변두리다. 이 곳에서 한 농부가 기르던 돼지가 하얀 머리의 새끼를 낳았던 모양이다. 귀한 것이라 자랑하려다 이웃 지방에서는 모두 하얀 돼지만 우글거렸다. 이 말은 견문이 좁고 오만하기도 해서 남이 보기에는 대단찮은 물건을 대단히 귀하게 여기거나 하찮은 공을 내세우는 것을 비유한다. 後漢(후한) 건국 직후 대장군 朱浮(주부)가 한 말로써 ‘後漢書(후한서)’ 주부전에 실려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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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武帝(광무제)가 즉위한 뒤에도 천하는 전란의 여파로 뒤숭숭했다. 목사인 주부가 천하를 안정시키기 위해 창고를 열어 백성들을 구휼하려는 것을 지역 태수인 彭寵(팽총)이 반대하고 나섰다. 건국에 공을 보탠 팽총이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군량을 확보하여 반란을 계획했던 것이다. 주부가 편지를 보냈다. ‘요동의 어떤 돼지가 머리가 흰 돼지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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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왕에게 바치려고 하동에 갔다가 그곳 돼지가 모두 하얀 것을 보고 부끄러워 돌아왔다(往時遼東有豕 生子白頭 異而獻之 行至河東 見羣豕皆白 懷慙而還/ 왕시요동유시 생자백두 이이헌지 행지하동 견군시개백 회참이환).’ 慙은 부끄러울 참. 팽총이 공이 크다고 자부하는 것도 별것 아니니 자중하라는 충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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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충고를 듣고도 팽총은 군사를 일으켜 燕王(연왕)이라 칭했다 토벌되고 말았다. 이런 사람이 오늘이라고 없을까. 지도자를 받들어 선거라는 큰 전쟁에 이기도록 힘을 보탰다. 이제는 자기 세상이 왔다며 눈에 보이는 것 없이 설치는 사람이 많다. 위에서 보면 그 정도의 노력을 한 사람은 부지기수다. 자리를 기다리다 지치면 욕을 하고 돌아선다. 자신이 모자란다는 것은 모른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