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5일 금요일

수미이취數米而炊 – 쌀 낟알을 세어 밥을 짓다, 몹시 인색하다.

수미이취數米而炊 – 쌀 낟알을 세어 밥을 짓다, 몹시 인색하다.

수미이취(數米而炊) – 쌀 낟알을 세어 밥을 짓다, 몹시 인색하다.

셈 수(攵/11) 쌀 미(米/0) 말이을 이(而/0) 불땔 취(火/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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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 낟알을 말하는 좁쌀이 작아서인지 작은 물건이나 좀스러운 사람을 말할 때 잘 비유된다. 도량이 좁고 옹졸한 사람을 좁쌀영감이라고 비아냥대는 것이 좋은 보기다. 조그만 것을 아끼려다 오히려 큰 손해를 입을 때도 ‘좁쌀만큼 아끼다가 담돌 만큼 해 본다’란 속담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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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쌀알을 하나하나 세어(數米) 밥을 짓는다면(而炊) 참으로 계획을 세워 일을 잘 한다고 할 수 있을까. 참으로 빈한하여 낟알을 센 뒤 밥을 짓는다고 볼 사람은 적고, 아끼는 것이 지나쳐 인색하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 뻔하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옛날에는 아끼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지나치게 인색한 것에는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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낟알을 세어 밥을 짓는다는 성어는 곳곳에 나온다. 다른 비유와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한 것에는 먼저 ‘淮南子(회남자)’를 들 수 있다. 이 책은 중국 前漢(전한)의 淮南王(회남왕) 劉安(유안)이 전국의 빈객과 방술가들을 모아 편찬한 일종의 백과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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泰族訓(태족훈)에 나오는 구절을 보자. ‘땔나무를 재어가면서 부엌의 불을 지핀다든가, 쌀알을 헤아리면서 밥을 짓는다고 한다면, 그것으로 작은 것은 다스릴 수는 있어도, 큰 것은 다스릴 수가 없다(稱薪而爨 數米而炊 可以治小 而未可以治大也/ 칭신이찬 수미이취 가이치소 이미가이치대야).’ 爨은 불땔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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詮言訓(전언훈)에도 등장한다. ‘좁쌀을 헤아려 방아를 찧고, 쌀을 되어 밥을 짓는 것은, 집안을 다스리는 데에는 좋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는 쓸모가 없다(量粟而舂 數米而炊 可以治家 而不可以治國/ 양속이용 수미이취 가이치가 이불가이치국).’ 舂은 찧을 용. 결국 쩨쩨한 도량으로 큰일을 이룰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여기에서 稱薪而爨(칭신이찬)이나 量粟而舂(양속이용) 등 같은 뜻의 성어를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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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장자)’에는 老子(노자)의 제자 庚桑楚(경상초)라는 사람이 열변을 토하는 데에서 이 말이 나온다. 유능한 사람에게 관직을 주고, 선량한 사람을 높이고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堯舜(요순) 때부터 해온 것이라면서 크게 칭송할 것은 못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한다.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씩 빗질하거나, 쌀알을 한 알 한 알 세어서 밥을 짓는, 그런 쪼잔한 방식으로 어떻게 세상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簡髮而櫛 數米而炊 竊竊乎又何足以濟世哉/ 간발이즐 수미이취 절절호우하족이제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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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예산은 온 국민의 땀으로 모은 것이기에 허투루 사용돼서는 안 된다, 쌀알을 세듯이 지출에 신경 써야 하고, 또 감시도 철저히 한다. 하지만 수시로 공금 유용이나 엉뚱한 곳으로 보조금이 새는 사건이 나타나 국민들의 속을 뒤집는다. 세금에서 작은 돈을 따져도 인색하다는 소리는 안 듣는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