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8일 월요일

맹자득경盲者得鏡 - 맹인이 거울을 얻다, 아무 소용없는 일

맹자득경盲者得鏡 - 맹인이 거울을 얻다, 아무 소용없는 일

맹자득경(盲者得鏡) - 맹인이 거울을 얻다, 아무 소용없는 일

소경 맹(目/3) 놈 자(耂/5) 얻을 득(彳/8) 거울 경(金/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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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안 보이는 시각 장애인을 말하는 盲人(맹인)이 盲者(맹자)다. 어렵게 瞽人(고인), 盲眼(맹안) 혹은 朦瞽(몽고)라고도 하고 낮잡아 장님, 소경, 봉사 등으로 많이 쓴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현인이 간혹 등장하지만 당장 사람이나 물건을 구별 못해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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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큰 불편을 겪는 것도 모자라 관련 성어나 속담까지 모두 비하하는 것으로 남아 억울하기 짝이 없다. 무턱대고 한 일이 뜻밖에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때 盲人直門(맹인직문)으로 쓰고, 부분만 보고 전체인 것처럼 말하는 것을 盲人摸象(맹인모상)이라 말하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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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가지가 불편할 뿐인 장애인을 낮춘다기보다 비유로 갖다 붙인 것이 많은데 눈이 안 보이는 장님이 거울을 얻었다 는 이 성어도 그 중 하나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거울이 있어도 비춰볼 수 없어 아무 소용없는 일, 또는 그것을 사용할 처지가 못 되는 사람이 물건을 가지고 있을 때를 비유했다. 중국 前漢(전한)의 劉安(유안)이 편찬한 ‘淮南子(회남자)’에서 처음 사용됐다. 문학 애호가 유안은 高祖(고조) 劉邦(유방)의 손자로 많은 빈객과 방술가들의 지혜를 모아 펴낸 것이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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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戟(극)이라고 하는 긴 창은 성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고, 거울은 얼굴을 비춰보는데 필요한 물건이라 설명하면서 이어진다. ‘궁에서 일하는 여인이 긴 창을 갖게 되면 궁중의 접시꽃을 베어버릴 것이고, 장님이 손에 거울을 갖게 되면 술잔을 덮어버릴 것이다. 宮人은 궁궐 안에서 왕과 왕비를 모시는 나인이다. 刈는 벨 예, 葵는 접시꽃 규, 해바라기나 아욱을 나타내기도 한다. 卮는 술잔 치. 모든 물건에는 그 쓰임새가 각각 다른데 그것을 알지 못한데서 나오는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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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사물이나 마찬가지로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능력을 발휘한다.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천리마라도 伯樂(백락)을 만나지 못하면 소금수레를 끄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 驥服鹽車(기복염거)라 하는데 소금수레에게는 천리마가 소경에 거울인 셈이다. 반면 능력이 되지 못하면서 높은 자리욕심이 앞서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짧은 두레박줄로 깊은 우물물을 긷지 못한다는 綆短汲深(경단급심, 綆은 두레박줄 경)이나 남곽이 함부로 피리를 부는 南郭濫竽(남곽남우, 竽는 피리 우)가 그것이다. 모든 일에 주인이 있는 법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