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표학귀華表鶴歸 – 학이 되어 화표에 앉다, 세상 변천이 덧없다.
화표학귀(華表鶴歸) – 학이 되어 화표에 앉다, 세상 변천이 덧없다.
빛날 화(艹/8) 겉 표(衣/3) 학 학(鳥/10) 돌아갈 귀(止/14)
사람은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거나 혹은 죽어서라도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 한다. 여우마저도 죽을 때 처음 굴이 있던 언덕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首丘初心(수구초심)이란 말이 잘 말해 준다. 멋진 古詩(고시)도 있다. ‘호마는 북풍 따라 북으로 머리 돌리고, 월 땅의 새는 남쪽 나뭇가지에 깃들인다(胡馬依北風 越鳥巢南枝/ 호마의북풍 월조소남지).’\xa0
묘 양쪽에 세우는 한 쌍의 돌기둥을 가리키는 망주석 등이 華表(화표)다. 이 화표 위에 학이 한 마리 돌아왔다(鶴歸)는 이 성어는 丁令威(정령위)라는 사람의 전설 같은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前漢(전한) 때의 遼東(요동) 사람이었던 정령위는 젊어서 고향을 떠나 靈虛山(영허산)이란 곳에서 仙道(선도)를 닦았다. 나중에 그는 학으로 변신해 천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성문 앞에 있던 화표주 위에 집을 짓고 살았다. 어느 날 한 소년이 지나가다가 학을 보고는 활을 겨누면서 쏘려고 했다. 그러자 학은 하늘로 올라 빙빙 돌더니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xa0
‘새가 있네, 새가 있네 정령위라는 새지(有鳥有鳥丁令威/ 유조유조정령위), 집 떠난 지 천년 만에 이제야 돌아왔다네(去家千年今始歸/ 거가천년금시귀), 성곽은 옛날과 다름없건만 사람들은 바뀌었네(城郭如故人民非/ 성곽여고인민비), 어찌 선도를 배우지 않아 무덤만 많아졌단 말인고(何不學仙塚壘壘/ 하불학선총루루).’ 이런 말을 남기고 학은 하늘 높이 솟구쳐 날아가 버렸다.
세태에 따라 돌변하는 인간 세상에는 어울릴 수 없어 부득이 떠나게 되는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순서를 바꿔 鶴歸華表(학귀화표)라고도 한다. 이 이야기는 陶淵明(도연명)이 지었다고 하는 志怪(지괴)소설 ‘搜神後記(수신후기)’에 실려 있다. 지괴소설은 魏晉(위진)남북조 시대 떠도는 신화나 전설, 민담 등 기이한 이야기들을 수집하여 엮은 것을 말한다.
타향에서 고생을 하며 번듯하게 자리를 잡고도 고향에 돌아가 보니 옛날 같지 않다. 노래로도 많이 불리지만 고향에 찾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고 많이 변했다. 인걸도 간 데 없으니 실로 꿈인가 싶다. 출향해서 출세한 사람들은 고향 덕을 입었든 입지 않았든 늦기 전에 뒤돌아 볼 일이다. \xa0/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