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속초狗尾續貂 - 담비 꼬리가 모자라 개 꼬리로 잇다, 좋은 것 뒤에 나쁜 것이 따르다.
구미속초(狗尾續貂) - 담비 꼬리가 모자라 개 꼬리로 잇다, 좋은 것 뒤에 나쁜 것이 따르다.
개 구(犭/5) 꼬리 미(尸/4) 이을 속(糸/15) 담비 초(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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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내세운 그럴듯한 간판의 양과는 달리 실제로는 뒤떨어지는 개고기를 파는 것이 羊頭狗肉(양두구육)이다. 처음에는 용의 머리로 요란하게 시작했다가 뱀의 꼬리로 흐지부지하게 끝나는 것은 龍頭蛇尾(용두사미)다. 이처럼 처음과 끝이 한결같지 못하고 보잘 것 없는 결과가 따르는 것에 개의 꼬리(狗尾)가 담비 꼬리에 이어진다(續貂)는 이 성어도 있다. 담비는 족제비와 비슷하지만 부드럽고 광택이 나는 털은 고급 모피로, 길고 끝이 가는 꼬리는 고급 붓으로 사용되어 개와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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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비 꼬리에 개꼬리를 잇는다는 이 말이 겉보기와 실제가 다르다는 뜻 외에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높은 벼슬자리에 앉히거나 불필요하게 관직을 늘리는 것도 비유한다. 담비 꼬리와 매미 날개라는 뜻의 貂蟬(초선)이란 말이 있듯이 높은 벼슬아치의 冠(관) 장식으로 썼다. 여기에는 중국 西晉(서진)의 왕족 8명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물고 뜯는 16년간의 내란인 八王(팔왕)의 난과 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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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魏(위)나라의 군략가인 司馬懿(사마의)와 아들 司馬昭(사마소)가 기반을 닦아 손자 司馬炎(사마염)이 통일된 晉(진)을 세우고 초대 武帝(무제)가 된다. 무제는 일족들을 각지의 왕으로 봉하고 왕권을 강화하려 했으나 무능한 2대 惠帝(혜제)때 추한 용모의 악독한 賈皇后(가황후) 등 외척의 득세로 극도로 혼란해졌다. 무제의 동생 司馬倫(사마륜)이 외척을 축출하고 왕위에 오르자 다른 지역의 왕들이 힘을 합쳐 서로 몰아내는 16년간의 난리가 이어져 나라는 폐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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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륜이 황제가 됐을 때 그를 도운 사람들은 벼락출세를 하게 되어 종들과 심부름꾼까지 초선관을 씌웠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말로 ‘담비 꼬리가 부족하게 되니 나중에는 개 꼬리로 대체하는구나(時人爲之諺曰 貂不足 狗尾續)’하고 비아냥거렸다. 唐(당)의 房玄齡(방현령) 등이 지은 ‘晉書(진서)‘ 趙王倫傳(조왕륜전)에 실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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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무원이 재직 중 특히 관련 있던 공기업이나 특수법인 등의 대표, 임원 등으로 임명되는 낙하산 인사는 이제 너무나 예삿일이 됐다. 야당으로 있을 때 그렇게 공격하던 이런 인사를 정권이 바뀌면 한 술 더 뜨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권 창출에 공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것을 이해할 만도 하지만 이전에 했던 독설에 사과라도 해야 ‘내로남불‘의 뻔뻔스러움이 덜하기라도 할 터이다. 명분만 그럴듯하고 개 꼬리가 이어지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